우리나라 저수지는 절반 정도가 부영양호(인·질소·칼륨 등의 영양염류가 풍부하여 물질 생산이 왕성한 호수) 상태이고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유역 인구도 많지 않은 농촌지역에서도 녹조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런 호수의 유역을 돌아보면 대개 농경지가 많거나 축산농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축사가 몇 개만 있어도 녹조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을 보면 축산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배설물은 대부분 하수처리장에서 잘 처리하고 있지만 가축의 분뇨는 아직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강우 시 축분이 빗물에 씻겨 내려오는 사례도 많고, 퇴비로 만들더라도 밭에서 유출된다.

소양호의 녹조현상(2023년 7월). 유역 인구가 적고 농경지의 인 유출이 호수 녹조현상의 주요 원인이다.<사진 김범철>

소 100마리 배설량은 인구 2000명 분과 비슷

호수 부영양화의 원인은 인(燐)이라는 영양소 과다로 인한 것이며, 축산의 영향이 큰 이유는 가축의 인 배설량이 사람의 배설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소의 인 배설량은 사람의 약 20배, 돼지는 약 10배에 이르므로, 소 100마리를 사육하는 축사가 한 개만 있어도 인구 2천명의 배설량과 같다. 호젓한 농촌의 저수지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인 사용량을 보면 비료가 44%, 가축사료에 함유된 인이 36%를 차지한다. 사료에 포함된 인은 동물의 배설물로 배출되며 대부분 농경지에 뿌려지므로 농경지가 유역의 20%를 넘는 호수는 부영양화를 피할 수 없다. 축산분뇨를 퇴비로 만들어 농업에 사용하는 것이 직접 하천에 배출하는 것보다는 오염이 적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수질오염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퇴비로 만들더라도 인은 썩어서 없어지는 물질이 아니며 발효 후에도 끝까지 남아 있어 결국 밭에서 유출되기 때문이다. 퇴비는 인의 함량이 높아 퇴비를 많이 쓰면 인의 과잉 시비를 피할 수 없다. 퇴비의 인은 농지 토양에 흡착되고 5~10%만 유출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하천과 호수를 부영양화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퇴비에 함유된 인은 주로 비중이 작은 입자상 유기인 형태를 띠므로 다른 형태의 인보다 오히려 강우 시 유출에 취약할 수 있다.

친환경농업의 민낯

퇴비는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퇴비를 많이 사용하는 유기농을 정부에서 ‘친환경농업’이라고 이름 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생산물이 농약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산물이라는 뜻이지 생산과정에서 수질오염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유기농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많은 양의 퇴비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에서 배출되는 수질오염 물질로는 흙탕물, 인, 부식질, 농약 등을 들 수 있는데 무농약 재배는 이 가운데에서 농약의 사용이 없다는 것이며 나머지 오염물질의 배출여부와는 무관하다. 즉, ‘친환경’이라는 명칭 때문에 수질오염이 전혀 없는 농업으로 오해한다.

퇴비를 많이 사용하면 작물생산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인과 부식질의 근원이므로 수질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퇴비는 가축분뇨와 톱밥 등 식물 잔재를 섞어서 만드는데, 식물 잔재에서 생성되는 부식질은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을 생성하는 원인물질이다.

유럽의 연구 결과를 들어 유기농이 친환경농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럽처럼 농경지의 경사가 완만하고 폭우가 없는 지역에서는 퇴비를 사용하더라도 퇴비의 유출이 우려되지 않는다. 그러나 경사진 밭이 많고 폭우가 내려 표토가 심하게 유실되는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에서는 퇴비가 폭우에 유출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고랭지 채소재배지에서 보듯이 유기농이라도 경사가 급하고 다른 곳의 흙을 가져다 넣어 토양이 연약하면 흙탕물이 발생하고, 토양의 인 함량이 높으면 하천수의 인 농도가 높아져 녹조현상 원인이 된다.

수입 곡물에 의존하는 축산 줄여야

분뇨를 퇴비로 만드는 것으로도 오염을 해결할 수 없다면 근본적으로 축산의 규모를 규제하여야 한다. 많은 환경학자들의 견해는 우리나라 국토 규모에 비하여 인의 발생량이 너무 많으므로 적정규모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축사료의 자급률은 매우 낮아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래 자연의 건전한 물질순환은 식물을 먹은 동물의 배설물이 식물에게 되돌아가 양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료를 수입하고 배설물은 반출하지 않으니 인의 물질순환과정이 심각하게 왜곡되었으며 국토의 환경용량을 초과하는 양분과다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이미 20여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축산분뇨를 모두 퇴비화하여 농경지에 골고루 뿌린다고 해도 인의 양이 필요량을 초과하므로 수질보호를 위해 축산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환경부 보고서가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축산은 계속 증가하였다. 게다가 화학비료는 여전히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으니 농경지의 양분과다 현상이 더 심해진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축산이 계속 증가하면서 하천의 부착조류 과잉 번성, 호수의 녹조현상 등의 수질악화도 일어나고 악취로 인한 주민 피해도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환경용량을 고려하면 사료 대신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피해가 적다. 수입 곡물에 의존하는 축산은 식량안보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분뇨를 처리할 농경지 면적 확보를 의무화하여 가축 사육 두수를 제한하거나, 인의 배설량에 대해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조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만금사업에서 축산단지를 보상하고 철거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여러 지역에서 축산총량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국토환경용량에 맞추어 적정 축산 규모를 산정하고 규제하여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인의 물질순환 과정을 나타낸 그림. 수입 곡물에 의존하는 축산은 인의 물질순환 과정을 왜곡하여 인 과다 유입을 초래한다.

가축분뇨의 인은 발효 후에도 퇴비에 잔류하여 농경지에서 유출되어 녹조현상의 원인이 된다.<사진 김범철>

수입한 사료에 함유된 인은 동물의 배설물로 배출되고 원래 식물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물질순환 왜곡을 초래한다.<사진 김범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