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안성 장계낚시터

부교 하우스에서 빙어, 붕어 모두 낚는다

이영규 기자

안성시 죽산면 장계리에 있는 장계낚시터가 빙어낚시터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의 유료터 빙어낚시는 부교 위 또는 얼음 위에 텐트를 설치해 즐기는 게 일반적인 패턴. 그러나 안성 장계낚시터는 부교 위에 초대형 하우스 설치로 바람과 추위를 막고, 수상방갈로까지 결합한 가족 낚시터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료터 붕어낚시의 새바람을 몰고 온 장계낚시터를 직접 찾아가봤다.

취재일 장계낚시터 부교 하우스에서 릴찌낚시로 붕어를 낚고 있는 최윤구 씨. 옆 자리 손태성 씨와 함께 밤새 50마리가 넘는 붕어를 올렸다

장계낚시터 빙어낚시는 본지 연재 기사 ‘손태성의 유료터 탐방’과 현장기를 통해 이미 두 차례나 소개됐다. 손태성 씨가 찍어온 사진을 봤을 때만 해도 ‘그것 참 특이한 낚시터구나’라는 생각만 했지 내가 직접 찾아갈 것으로는 예상 못했다.

연달아 두 번이나 소개한 곳을 찾아간 계기는 이렇다. 취재일이었던 1월 17일은 날씨도 춥고. 바다 또한 파도가 높아 민물과 바다 모두 마땅한 취재거리를 찾지 못할 때였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던 중 손태성 씨로부터 “장계낚시터 하우스는 붕어낚시도 잘 된다. 하룻밤에 스무 마리는 거뜬해 요즘 밤마다 찾고 있다”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손태성 씨의 제보에 ‘아니 하우스낚시터는 빙어 전용 아닌가? 거기서 어떻게 긴 붕어대를 쓴다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나 설명을 듣고 난 후 곧바로 무릎을 쳤다. 그것은 바로 릴붕어찌낚시! 부교 하우스에서는 공간적 제약 탓에 긴 민장대를 쓸 수 없어 짧은 소형 릴대를 사용해 붕어를 낚는다는 것. 과거 얼음낚시 때 민장대 대신 견짓대로 붕어를 낚던 것처럼, 채비는 붕어낚시용을 그대로 쓰되 장비만 릴낚시를 쓰는 게 요령이었다.

그렇다면 부교 하우스낚시터 안에 빙어터와 붕어터가 나뉘어져있다는 얘기인가? 그렇지는 않았다. 한 낚시터 안에서 어떤 낚시를 해도 상관이 없었다. 다만 빙어낚시인 틈에 섞여 붕어낚시를 하는 게 안 어울려 부교 하우스의 맨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는 게 손태성 씨의 설명이었다.

얼음 위에 텐트 칠 필요 없어 너무 좋아

내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밤 9시 무렵. 제방에 잠시 서서 보니 어둠에 둘러싸인 엄동설한의 저수지는 정막하다 못해 음산하기까지 했다. 부교 하우스가 있는 곳은 우안 상류. 좀 더 차를 몰고 들어가자 드디어 사진으로 보던 멋진 야경이 펼쳐졌다. 주차 후 조심조심 계단을 걸어 내려가 하우스낚시터 입구를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 늦은 시간에 친구, 연인, 가족이 삼삼오오 모여 빙어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낚시 장비를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빙어낚시 메인 필드 강원도가 아니기에 으레 견짓대나 보급형 릴대를 쓸 줄 알았는데 모든 게 최첨단이었다! 신형 전동릴은 물론이고 고성능 어탐기, 집어등까지 동원해 빙어를 낚고 있었다.

혹시나 강원도 쪽으로 자주 출조하던 사람들일까 싶어 매점 쪽 초입에 자리를 잡은 정성대 씨 부부에게 묻자 “아직 강원도는 가본 적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중부권에도 빙어낚시 바람이 불어 우리도 전용 장비를 장만했을 뿐입니다. 확실히 빙어낚시도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낚시하니 훨씬 재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밤 10시경 늦게 도착해 역시나 멋진 ‘장비빨’을 보여준 홍인표 씨도 마찬가지였다. 청주에서 왔다는 홍인표 씨는 “요즘 장계낚시터가 빙어낚시로 핫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사실이군요. 빙판에 텐트 칠 필요가 없으니 짐도 줄고 따뜻해서 너무 좋습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계낚시터 하우스 부교의 길이는 약 50m. 길쭉한 부교를 따라 양 사이드에 낚시할 수 있는 길쭉한 홈이 나 있다. 홈의 폭은 약 2m여서 양쪽에서 빙어낚시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특이한 점은 부교의 한쪽 라인(제방을 바라보는 쪽)에 기존에 있던 2인용 방갈로 좌대를 끌어다 붙여놨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갈로 좌대 이용객들은 그곳에서 숙박도 하고,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빙어낚시도 할 수 있는 절묘한 세팅이었다.

자생 빙어 많아 조황도 수준급

조황도 수준급이었다. 보통 수도권 유료터는 빙어 자원이 많지 않아 타지에서 빙어를 수급해 방류하는 곳이 많다. 장계낚시터도 사정은 동일하지만 여타 낚시터에 비해 조황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물 깨끗한 계곡지라 원래 빙어 자원이 풍부하고, 그 흔한 배스가 유입되지 않은 터라 빙어 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오후 6시부터 낚시한 정성대 씨 부부는 밤 9시 무렵 벌써 120마리가 넘는 조과를 올렸고 밤 10시경 도착한 홍인표 씨도 낚시 시작 30분 만에 40마리 가량을 낚아놓고 있었다.

하우스낚시터라 텐트가 필요 없고, 얼음 깨질 위험 없어 안전하고, 난로를 피울 수 있어 따뜻하고, 조황까지 빼어나 낚시가 재밌고, 가족과 함께 숙박하며 낚시한다면 방갈로를 이용하면 되고…. 빙어낚시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여건이었다.

장계낚시터 우원식 대표는 “빙어낚시는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가족이 즐기려면 난제가 많습니다. 우선 빙판 위에서 그냥 즐길 경우 추위가 가장 큰 문제죠. 강풍이라도 불면 바로 짐을 싸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낚시 한두 번 간다고 비싼 전용텐트까지 사려면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닙니다. 여기에 하필 빙어는 낮에도 잘 낚이지만 밤 조황이 훨씬 앞섭니다. 그래서 누구나 편하게 밤 빙어낚시까지 즐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습니다”라며 하우스 빙어낚시터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지 물대포낚시보다 뛰어난 붕어 조황에 깜놀

부교 하우스낚시터의 놀라운 점 또 하나는 붕어 조황도 빼어나다는 것이다. 하우스 안에 붕어낚시 구간이 딱히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곳 아무데나 자리를 잡으면 되는데 이날 손태성 씨 일행은 하우스의 맨 끝에 소형텐트를 치고 붕어를 노리고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별다른 이유는 없고 다들 빙어낚시 하는데 우리만 붕어를 노리니 좀 생뚱맞아 보여 일부러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말했다. 조황을 물으니 초저녁부터 낚시해 밤 10시 현재까지 총 10마리를 낚아 놓았다고.

‘아니, 야외 물대포낚시에서도 밤새 10마리 낚기 쉽지 않은데 벌써 10마리라고?’ 진짜인가 싶어 살림망을 올려보니 정말 하단 두 칸까지 붕어가 가득 차 있었다. 손태성 씨로부터 ‘릴대를 이용해 찌낚시를 한다’고 들었던 터라 장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손태성 씨와 최윤구 씨는 길이 60cm 정도 되는 릴대에 소형 릴이 세팅된 산천어낚시용 릴낚시 장비를 쓰고 있었다. 여기에 붕어낚시에 맞게 원줄만 10m 정도를 따로 감아 쓰고 있었다. 찌는 군계일학의 오월이 슬림 소(小), 원줄은 1.2호였고 채비는 물낚시 때 쓰던 스위벨채비 그대로였다.

릴낚싯대를 사용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릴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우스 낚시터의 수심은 5m였는데 채비를 내릴 때는 릴의 회전 진동에 떡밥이 떨어질 수 있어 손을 이용해 살며시 원줄을 풀어주었다. 릴은 히트 후 고기를 걸어 올릴 때만 사용했다.

하우스 낚시터인 만큼 찌는 긴 것이 보기에도 좋을 줄 알았는데 실전에서는 짧은 찌가 유리했다. 릴대가 짧고 수면과의 높이도 낮아 긴 찌는 거추장스럽다는 게 손태성 씨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찌올림은 어떨까? 잠시 빙어낚시 촬영을 멈추고 손태성 씨 맞은편에서 대기해 봤다. 겨울이라 그런지 입질은 미약했지만 그래도 한두 마디 부드럽게 솟구쳤다. 너무 느리게 올라와 ‘챌까? 말까?’ 고민이 될 정도의 속도. 챔질과 동시에 정확히 걸림이 됐다.

손맛은 독특했다. 히트와 동시에 붕어가 물속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부리나케 릴을 감아야했다. 종종 옆 자리 최윤구 씨의 채비와 엉킬 때도 있었다.

손태성 씨와 함께 출조한 최윤구 씨는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찌가 솟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긴장됩니다. 원래는 겨울이라 찌올림이 약해야 되는데 부드럽게 두 마디 이상 솟는 걸 보니 원줄이 수직으로 내려간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앞치기로 던져 넣었다면 반 마디 또는 한 마디 솟을 찌올림이 릴찌낚시를 하면 두 마디 이상도 솟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노지에서 낚시할 때보다 붕어 낚기가 더 쉬운 것 같더라구요”라고 말했다.

한편 부교 하우스낚시터에서 붕어가 잘 낚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더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일단 노지낚시에서는 시간에 맞춰 얕은 곳으로 나오는 붕어를 노리게 되지만, 물에 떠 있는 부교에서는 은신처인 5m 수심을 바로 노린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여기에 붕어들이 부교라는 거대한 구조물 밑을 안정적인 은신처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붕어가 잘 낚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빙어낚시용품 일체 매점서 구입 가능

장계낚시터 하우스 부교는 전국의 빙어낚시인에게 알음알음 소문이 나 주중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여기에 붕어 낚시인들까지 가세하면 낚시터가 너무 붐비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실제로 주말에는 많이 붐빈다고 한다). 보통 빙어낚시인들은 자정을 전후해 철수하며 붕어낚시인들은 밤을 새 낚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빙어낚시에 필요한 장비와 채비, 미끼는 모두 관리실에서 팔고 있어 초보자는 몸만 가면 된다. 다만 하우스이긴 하나 겨울 밤에는 난로 없이 추위를 견디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낚시용 미니 난로를 꼭 준비하는 게 필수이며 난로를 지참 못했다면 낚시터에서 판매 중인 대형 고체 연료 난로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금은 빙어낚시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각각 1만5천원, 붕어낚시는 3만원을 받는다.(붕어는 10마리까지만 반출 가능)

내비 입력 장계낚시터(안성시 죽산면 장계리 산 114-2)

문의 010-9100-4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