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서천 축동지

신무기 '옥껍질'미끼에 4짜 와르르~

이영규 기자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 있는 축동지에서 월척이 터지고 있다. 축동지는 인근 여느 저수지와 수로보다 봄 입질이 빨리 터지는 곳으로, 올해는 2월 첫 주말부터 4짜붕어를 배출하며 낚시인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축동지로 출조한 비바붕어 운영자 박현철 프로가 스피돔보트 위에서 붕어를 걸어내고 있다.

2월 초에 올라온 대물들은 3m 전후의 깊은 수심에서 입질했었다.

해빙기 무렵부터 각광받는 축동지의 몸값이 매년 급등하는 양상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부여 반산지, 보령 부사호, 충남 낚시인도 자주 찾는 군산 길산천 등이 핫 포인트로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축동지의 인기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축동지가 원톱이 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해가 갈수록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다른 낚시터들의 봄조황 기복이 심해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올해도 1월 말부터 낚시인의 발길이 이어졌고 그 결과 2월 첫 주말에 굵은 놈들의 입질이 시작됐다. 많은 마릿수는 아니었지만 1인당 1~3마리의 붕어를 낚을 수 있었고 그 중 허리급 이상도 여러 마리 섞였다. 다만 이 당시 조황을 본격적인 해빙기 호황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상고온현상으로 날씨가 포근해지자 발생한 깜짝 조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소식을 듣고 경기도 안산에서 번개 출조를 감행한 비바붕어 운영자 박현철 프로는 보트낚시로 41cm 1마리와 30cm 후반급 5마리를 낚았다. 그날 연안에서 낚시 한 낚시인들도 1인당 적게는 한두 마리 많게는 대여섯 마리의 월척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주중에 폭우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에 2월 첫째 주 깜짝 호황은 꺾이고 말았다. 이처럼 축동지는 날씨에 따라 조황이 크게 요동치는 곳인데 겨울에도 얼음만 안 얼고 기온이 높은 날 찾으면 어렵지 않게 붕어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2월 초, 허리급 이상 붕어는 대부분 3m 수심에서 낚여

설날 연휴의 첫날인 2월 9일에 찾아간 축동지는 첫째 주말의 호황 소식 때문인지 많은 보트 낚시인과 연안 낚시인이 몰렸다. 그래서 상류 송림골부터 하류 캠핑장 앞 골까지 두루 둘러보았으나 연안 조황은 썩 좋지 못했다. 그나마 송림골 옆 홈통에 자리한 낚시인 4명은 모두 살림망을 담그고 있었다. 모두 텐트를 친 좌대 안에 들어가 있어 고기 사진은 찍지 못했다.

최하류 논둑에 앉았던 군산 낚시인 허승행 씨만 촬영에 응했고 살림망에는 36cm 정도 되는 붕어가 담겨있었다. 허승행 씨는 오전 8시경 지렁이 미끼를 물고 나왔다고 말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후 상류 송림골 부근에서 보트를 타고 있던 박현철 씨에게 가보았다. 박현철 씨는 전날인 2월 8일에 출조해 보트에서 1박을 한 상태였다. 그와 동료 낚시인들의 보트는 물골을 공략하기 위해 여뀌 군락 위에 올라가 있었다. 물골의 수심은 약 3m. 물색은 하류권보다 탁해 매우 좋아보였다.

나는 물색만 보고(수심은 몰랐던 상황에서) “하류보다 조황이 좋았겠습니다”고 말하자 박현철 씨가 고개를 저었다. 알고 보니 비가 온 후 흙탕물이 물골로 유입된 것으로, 그 영향으로 씨알이 잘아졌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전날 밤 올라온 녀석들은 전부 월척 또는 8~9치급이었다. 물이 탁해지자 입질도 밤에서 낮으로 바뀌었다.

알고 보니 지난 2월 첫째 주말 무렵 박현철 씨가 낚았던 4짜와 월척 붕어들은 모두 3m 정도의 깊은 수심에서 올라온 것들이었다. 그리고 낮보다는 밤에 입질이 집중됐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축동지 붕어낚시가 아직은 ‘겨울 모드’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산란 피크에 접어들려면 적어도 2주 이상은 지나야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올해는 그 도화선이 2월 넷째 주로 예상되고 있다.

변화무쌍 축동지, 잘 먹히는 미끼와 시간대 다양해 혼란

참고로 해빙기 시즌 전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호가 바로 입질 시간대와 미끼다.

만약 2월에 붕어가 2m 이상의 깊은 곳에서, 그것도 밤에 입질한다면 아직도 산란 피크는 2주 이상 남았다고 보면 된다. 그때까지도 겨울낚시로 봐도 무리가 없다.

이때는 미끼도 옥수수, 떡밥 같은 식물성 미끼가 잘 먹힌다. 생미끼 중에는 유독 참붕어가 잘 먹히는 시기이도 하다. 따라서 이런 입질 패턴이 이어진다면, 외부 기온이 높다고 해서 무작정 얕은 수초대만 노렸다간 낭패 보기 일쑤다.

반대로 밤낚시가 덜 되고 수심 1m 내외의 얕은 수심에서 붕어가 입질한다면?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산란기낚시로 봐도 무방하다. 입질은 밤보다는 아침(낮)에 집중되며 미끼도 지렁이가 잘 먹히게 된다. 단 최근에는 글루텐 떡밥을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 봄에도 글루텐이 잘 먹히는 곳이 많다. 글루텐 중에서도 어분이 많이 섞인 제품에 입질이 빠르다는 점도 기억하자.

그런데, 지금 다루는 축동지는 위에 언급한 사항들 외에도 더 다양한 입질 패턴을 갖고 있어 혼란을 준다. 산란 피크기에도 밤과 낮의 입질 시간대가 너무 자주 바뀌고 잘 먹히는 미끼도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끼의 경우, 전통의 산란기 미끼인 지렁이보다 떡밥이 잘 먹힐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딱딱한 옥수수에만 입질이 올 때가 있다. 며칠 사이에도 반복되는 이런 특징은 축동지 전문가들도 이해 못하는 미스터리다.

따라서 축동지를 찾는다면 반드시 지렁이, 떡밥, 옥수수 세 미끼를 여유있게 준비할 것을 권한다. 아울러 낚시터 도착 당시 어느 시간대에 입질이 활발한지도 빨리 캐치해낼 필요가 있다.

내비 입력 서천군 마산면 송림리 182(송림골 연안 포인트 주차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