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낚시터]

예정교 하류 작은 다리 아래 연안에 자리를 잡은 현지 장박 낚시인들.

위현민 씨가 작은 다리 하류에서 거둔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전남권 8박9일 투어의 마지막 기착지로 정한 곳은 해남의 예정리수로 하류권이었다. 이곳에는 해남에 거주하고 있는 박석홍(두륜산) 씨가 매일 출조하며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12월 마지막 주 내내 4짜붕어 포함, 마릿수 붕어를 뽑아내고 있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남녘투어 마지막 날로 단 하루만 시간이 주어졌기에 충분히 조황 확인을 하기에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예정리수로는 지난해 낚시춘추에 소개되며 알려지기 시작하였지만 그 전에는 인근 금자천과 연호수로 등에 가린 미지의 포인트였다. 필자도 지난 겨울에서야 처음으로 찾았던 곳이며 많은 붕어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능성만 확인하고 돌아왔던 곳이다.

예정리수로는 금호호의 상류권에 해당하며 금자천에서는 직선거리로 3~4km로 가깝다. 중류권에 있는 예동교를 기준으로 상류권과 하류권으로 나뉜다. 상류로 올라갈수록 수로 폭이 좁아지지만 연안에 갈대와 뗏장수초가 넓게 포진하고 있다. 특히 예동교 바로 아래 부근은 뗏장수초가 잘 발달 되어 있고 이미 많은 낚시인들이 다녀간 곳이라 포인트가 잘 닦여 있고 조황도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예동교 상하류가 특급 포인트

이번에 필자가 찾아간 곳은 예동교를 건너지 않고 좌회전해 약 700m를 내려가다 만나는 작은 다리 일대다. 이 다리를 건너 좌회전, 둑방을 타고 약 400m가량 이동하여 만나는 포인트. 겨울 북서풍에 뒷바람이라 강풍이 불 때도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현지 낚시인들이 만들어 놓은 포인트가 곳곳에 있어 쉽게 대편성할 수 있고 마릿수 조과도 좋은 곳이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이곳은 작은 섬으로 나타나며 곳곳에 갈대와 부

들이 잘 발달 되어 있다. 다만 갈대가 사람 키만큼이나 높게 자라있어 생자리를 개척하면 더욱 좋은 구간이다. 주차 후 높이 1.5m 가량의 둑을 넘어 약 10여 미터 이동하면 물가를 만나게 된다.

동행한 위현민(붕애한수)와 함께 섬 중간 지점 코너머리에 자리를 잡고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물가로는 큰 돌을 쌓아 놓은 석축이 평평하게 자리 잡고 있어 대형 좌대가 없어도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다. 필자는 늘 하던 대로 대형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려 단 하룻밤의 낚시이지만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필자 포인트는 뗏장수초 폭이 좁아 좌우 뗏장수초 앞으로는 짧은 대인 2.8칸 대부터 3.2칸 대까지, 중간 맨땅 지역에는 다소 긴 대인 4.2칸 대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했다. 수심은 짧은 대를 편 연안은 1m 정도, 긴 대를 편성한 정면은 1.2m가량 되었다. 바닥에 수초인지 어떤 장해물이 있는지 찌가 내려가는 동안 무언인가에 걸렸다가 시차를 두고 내려갔다. 미끼는 지렁이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사용하였고 옥수수도 일부 사용하였다.

대편성을 완료하고 오후낚시를 시작하였지만 이렇다 할 입질이 없었다. 박홍석 씨의 말에 의하면 오전낚시보다는 오후낚시에 씨알 좋은 붕어가 나온다고 했는데 해가 서산으로 질 때까지도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 이따금 약한 입질에 블루길이 연속으로 걸려 나왔고 배스와 살치도 나왔지만 기다리던 붕어는 나오지 않았다.

이때 내 좌측에 앉았던 위현민(붕애한수)씨가 해질 무렵 첫 입질을 받아 턱걸이 월척 붕어 한 마리를 낚아내었다. 이제 시작인가 싶어 집중해 보았지만 입질은 없었고 어둠이 내리고 얼마 뒤 좌측에 있던 3.8칸 대의 찌가 살며시 솟아 올라왔다가 잠기고 있었다. 생각 없이 찌를 바라보고 있다가 깜짝 놀라 챔질하니 옆으로 째고 나가는 것이 대물붕어로 보였다. 옆 낚시대 2대를 건너뛰며 저항하던 녀석을 달래 뜰채에 담고 보니 우람하고 체구가 높은 월척붕어로 보였다. 하지만 계측자에 오른 녀석은 아쉽게도 29cm의 준척 붕어였다.

첫 붕어가 낚인 뒤 집중을 해보았지만 더 이상의 붕어는 없었고 주위 다른 낚시인도 이따금 붕어를 끌어내는 소리가 들렸지만 모두 낱마리에 그치는 듯 했다. 다만 첫 붕어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찌를 살짝 끌고 들어가는 입질에 올라온 녀석은 30cm 정도의 메기였다.

철수 후 확인한 장박낚시인의 살림망 조과

다음날 먼 길을 운전해 서울로 올라와야 하기에 밤 10시에 취침했다가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낚시를 이어가 보았다. 새벽 5시가 지날 즈음 4.0칸 대의 찌가 살며시 솟았고 챔질하니 물속으로 급하게 처박으며 저항을 했다. 그렇게 올라온 붕어는 월척을 갓 넘긴 멋진 붕어였다. 이후로는 더 이상 입질이 없었고 그대로 동이 트고 말았다.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는지 떠 놓은 물은 얼어 있었고 낚싯대에도 서리가 하얗게 내려 있었다. 혹시나 갑자기 영하권으로 떨어진 탓에 붕어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면에서 해가 뜨는 곳이라 아침 낚시기 힘든 곳인데 날씨가 흐린 탓에 아침 낚시에 집중하다 보니 아침 8시가 지날 즈음 마지막 입질을 받았다. 이때 나온 붕어가 턱걸이 월척 붕어로 마지막을 잘 장식해 주었다. 이후 오전 10시까지 기다려 보았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보지 못하고 철수를 서둘렀다.

위현민 씨는 하루 더 머물기로 했고 필자는 철수하며 상류에서 장박낚시를 하는 현지인을 찾아가 보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전날까지 하루 20여 수의 붕어가 나왔으며 허리급 이상 대물도 자주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살림망에 붕어가 가득 들어있어 밖으로 끌어내기 어렵다며 정중하게 거절을 하였다. 얼마나 많은 붕어들이 들어있는지 짐작이 가기는 했지만 확인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또한 필자의 우측에서 장박한 낚시인에게도 물어보니 역시 똑같은 말을 하며 전날까지는 잘 나왔지만 간밤에는 어떤 일인지 낱마리의 붕어만 나왔다고 한다.

하류권에 머물고 있는 박석홍 씨를 찾아가니 그곳 역시 한 마리의 붕어만 나왔다며 이상하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꾸준히 마릿수 붕어를 쏟아 냈으며 4짜도 나오는 등 허리급 이상의 붕어도 하루 몇 마리씩은 나왔었다는데 운이 좋지 못했다. 박홍석 씨의 막내아들 박양해(13살)도 낚시 중이라 조과를 물어보니 입질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33cm 붕어 한 마리가 유일한 조과였다.

황산면으로 나와 점심 식사를 하고 서울로 향하던 중 저녁 무렵 박양해 군이 36.5cm의 붕어를 낚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또한 다음날 위현민 씨도 5마리의 붕어를 잡았다고 알려왔지만 기대했던 마릿수는 거두기 못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금호호와 영암호는 수문이 각자 있지만 물길이 연결돼 있어 어느 곳에서 배수를 하더라도 같은 영향을 받는다. 한 번 배수를 하면 30~50cm 수위가 줄어드는데 이때는 2~3일간 입질받기 어렵다. 따라서 반드시 배수 정보를 확인하고 출조하길 바란다.

드론으로 촬영한 예정교 일대. 위에 보이는 큰 구멍다리가 예정교, 앞쪽에 둑을 가로지른 다리가 작은 다리다. 촬영팀은 작은 다리 하류에서 낚시했다.

박석홍 씨의 막대 아들 양해 군도 낚시를 좋아한다. 박양해 군이 올린 33cm 월척 붕어.

예정리수로 작은 다리 하류권 포인트. 주차 후 둑을 넘어 진입한다.

예정리수로에 설치한 필자의 낚시텐트.

필자가 철수한 다음날 박양해 군이 보내온 36.5cm 월척 사진.

준척급 붕어 두 마리를 보여주는 필자.

겨울에도 제법 기승을 부리는 블루길.

굵은 씨알의 배스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