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도로변 포인트에서 올린 준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일주일에서 열흘씩, 서너 번에 걸쳐 전남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다른 해와 조금 다르게 지난 12월 28일에서야 첫 전남권 저수지 투어를 시작하였다. 유난히 포근했던 12월이었기에 중부지방에서도 물낚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출조지는 장흥의 포항지였고 이한구(아래울) 후배가 선발대로 먼저 출발하였다. 필자는 일을 마치고 조금 늦은 낮 12시쯤 출발하여 쉬지 않고 달려갔지만 해가 질 무렵에서야 장흥에 도착할수 있을 것 같았다. 오후 3시가 지날 즈음 선발대로 내려간 이한구 후배가 ‘바람이 강해 포항지에서는 낚시가 어렵다’며 인근 덕촌지로 이동했다고 알려왔다.

그렇게 해서 애초의 포항지 대신 새롭게 떠오르는 5짜터라는 덕촌지에서 2박을 머물게 됐는데 기대와 달리 일행 4명이 단 한 마리의 붕어도 만날 수 없었다. 다만 이곳에는 새우가 얼마나 많은지 뜰채로 석축을 한 번 긁으면 종이컵 가득 새우가 잡혔다. 그렇게 잡은 새우를 찌개와 라면 등에 넣어 먹었고 전남권에 머무는 내내 미끼로도 사용했다.

릴낚시에 걸려 나오는 37~38cm 붕어에 깜놀

이틀 동안 붕어 한 마리 낚지 못해 이동할 장소를 찾던 중 마침 해남에서 장박낚시를 하고 있던 초암 홍창환 선생님과 연락이 닿았다. 해남의 소류지에서 허리급 이상의 붕어도 자주 낚이고 준척급도 흔한 곳이 있으니 그곳으로 이동하라는 정보였다. 그 소리에 부지런히 이동, 70여 킬로미터를 달려 점심 무렵 소류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해남군 문내면에 있는 사교지였다. 둘러보니 저수지는 조그마한 삼각형 모양이었고 가드레일이 쳐진 도로와 붙어 있어 앉을 만한 포인트가 별로 없었다. 안전펜스를 넘어서 들어가면 몇 자리 나올 뿐 상류권으로는 민가가 있었고 건너편으로는 높은 펜스가 설치된 배추밭이라 접근할 수 없는 형태였다. 규모는 약 6천평.

그때, 서로 눈치를 보며 ‘이런 데서 뭔 낚시를 하냐’며 마땅치 않아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붕어를 끌어 내는 모습이 보였다. 외국인청년으로 보이는 두 명이 제방 바로 위의 도로가에 앉아 릴낚시를 하고 있었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바로 37~38cm 되는 대물 붕어를 연달아 걸어 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살림망에 역시 4짜에 버금가는 대형 붕어가 한 수 더 있었다.

그것을 본 일행들은 적잖이 흥분하였고 가드레일을 넘어가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필자는 유난히 장비가 많아 도로변에 짐을 내려놓고 차를 제방권에 주차한 뒤 본부석을 설치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본격적인 낚시에 돌입했다.

도로변 중간쯤 좌대를 설치한 후 대편성을 시작했다. 우측 3.2칸대에 지렁이를 달아 첫 찌를 세웠다. 수심은 3m를 넘기고 있었고 바람도 약해 대편성이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대를 펴다 보니 처음으로 던져 넣은 찌가 살며시 솟아오르더니 옆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챔질하니 강한 힘으로 버티며 쉽게 얼굴을 보여 주지 않았다. 강한 손맛을 전해주며 나온 붕어는 26cm의 8치 붕어였다. 비늘이 선명하고 체구도 다소 높았으며 외부 손상이 전혀 없는 깨끗한 8치 붕어였다.

붕어를 떼어 내고 달려 있던 지렁이를 다시 정리하여 찌를 세웠다. 다시 두 번째 대를 편성하려는 순간 방금 던져 넣은 그 찌가 멋지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챔질하니 역시나 강한 저항을 하며 한참을 버티다 얼굴을 보여 주는데 거의 월척 붕어로 보였다. 하지만 계측자에 오른 붕어는 아쉽게도 29cm의 준척 붕어였다.

이후 대편성을 하며 간간이 입질을 받았는데 이상하게도 필자에게만 입질이 오고 다른 일행 3명은 아예 입질이 없었다. 그렇게 나 홀로 입질을 받으며 3.2칸부터 4,0칸 까지 모두 10대를 편성하는데 거의 2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입질이 잦았지만 이상하게도 모두 8치부터9치까지는 흔한데 그 이상은 낚이지 않아 신기했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교지. 도로변에 접해있어 평범해 보이지만 굵은 붕어를 많이 보유한 곳이다.

필자 일행이 자리를 잡은 도로변 포인트.

4명이 낚은 준척급만 150마리

저녁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그때까지도 붕어를 낚지 못했던 일행들은 그제야 입질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상류권에 앉았던 김종선(질꾼) 씨는 낚싯대 4대만 편 채 바쁘게 챔질을 하고 있었다. 앞날의 어이없는 조황을 보상이라도 받으라는 듯 입질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밤이 깊어가던 10시쯤이 되자 상류에서 하류로 부는 옆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풍족한 조과를 거두었기에 무리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강풍 소리가 요란해 일어나 보니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다. 아침식사 후에는 바람이 더 강해져 아예 대를 던질 수가 없었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약해지는 듯해 낚싯대 2대만 펴고 앉아보았지만 입질은 없었다.

결국 12월 31일 밤 9시가 지나면서 바람이 잦아들었고 그때부터 낚시가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입질이 붙기 시작해 10대 모두에서 고른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쉼 없는 입질은 다음 날 아침까지도 이어졌다.

2024년 새해 첫날을 가족이 아닌 조우들과 해남의 소류지에서 보냈다. 날씨가 흐려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일행들과 떡국을 끓여 먹으며 새해 첫날을 맞았다.

이곳 소류지는 사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인터넷상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낚시춘추에는 2004년과 2008년에 소개된 바 있다. 2008년 겨울에는 50% 수위 새우 낚시에 많은 월척과 준척급이 낚였다)

이 저수지 아래에는 배추밭이 있고 제방 좌측으로도 배추밭이라 접근이 쉽지 않다. 새우가 유난히 잘 먹히며 8~9치급이 잡어처럼 낚일 정도로 평균 씨알도 굵은 곳이다. 최근에는 떡밥에도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다고 한다.

새해 첫날에도 입질은 꾸준했고 밤에도 입질이 이어졌다. 늦은 밤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새벽에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고 폭발적 입질은 다음날 아침 철수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오전 10시 즈음하여 철수하며 조황을 살피니 필자가 50~60마리의 붕어를 낚았고 김종선(질꾼) 씨가 48마리, 김대환(차차차) 씨가 30여 마리, 이한구(아래울) 씨가 제일 적은 20마리를 올렸다. 4명이 함께 낚은 마릿수는 150여 마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누구도 월척은 낚지 못해 아쉬웠다. 반면 그 누구도 7치 이하는 낚지 못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철수한 이후 초암 홍창환 선생의 지인이 다시 이곳을 찾아 5짜에 이르는 허리급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그분이 자리 잡았던 곳은 제방 오른쪽의 펌프장 앞으로 혼자 앉을 정도의 좁은 포인트이지만 앞으로 수초가 형성되어 있어 대물이 나오는 듯했다.

내비 입력 전남 해남군 문내면 용암리 284

필자의 조과. 총 55마리였으며 아쉽게도 월척은 없었지만 8치 미만도 없었다.

김종선 씨가 거둔 마릿수 조과. 총 48마리를 낚았다.

걸었다 하면 8치급 이상의 붕어만 올라왔다.

최상류 택배 창고 앞. 갈수기 때 물이 빠지면 특급 포인트다.

김종선 씨가 자리한 상류권 도로변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