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일워크 필드스탭 강문석 씨가 해운대 동백섬 뒤 갯바위에서 농어를 노리고 있다. 뒤로 보이는 배경은 해운대해수욕장 야경.

코로나19가 끝난 후 현재는 야외활동에 전혀 제약이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경제 불황이 닥쳐 낚시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1월 이후 갑작스런 한파에 전국적으로 장르를 불문하고 조과가 좋지 않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접근하기 쉬운 연안 낚시터를 찾아 대형 어종으로 한방을 노리는 것이다. 특히 이맘때 낚이는 농어는 연안 낚시터에서 낚을 수 있는 가장 큰 어종이자 만족감을 얻기 좋은 어종으로 꼽힌다. 

올겨울 바다 루어낚시는 어렵다. 예년 겨울에는 수온이 떨어지지 않아 걱정했는데 올해는 수온이 비슷하나 기온이 너무 급격하게 떨어진 탓인지 여러 어종이 일찍 시즌을 종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겨울 어종이 잘 낚이는 것도 아니다. 겨울이 되면 나타나야할 호래기나 볼락이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겨울철 릴찌낚시 대표 어종인 감성돔 조과도 시원치 않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하는 바다 상황에 취재거리를 고민하던 중 라팔라 필드스탭으로 활동하는 박상욱 씨의 전화를 받았다.

“나무섬 방어낚시 조황을 알아봤지만 신통치 않습니다. 타이라바도 시작이 늦고 대구 배낚시도 조과가 좋지 않아요. 그런데 포항과 기장 일대에서 큰 농어가 잘 낚인다고 하니 그쪽으로 취재 방향을 잡아도 괜찮을 듯합니다”라고 말했다. 

▲ 농어 취재를 함께한 강문석(좌), 박상욱 씨.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농어

지난 11월 17일, 박상욱 씨와 테일워크 필드스탭으로 활동하는 강문석 씨를 포항 구룡포 장길리복합공원 옆 갯바위에서 만났다. 날씨가 흐린 탓인지 오후 5시가 지나자 연안에 어둠이 깔렸고 박상욱 씨는 “오늘은 분위기가 좋다”고 말하며 농어를 노리기 시작했다. 

최근 유행하는 95mm 싱킹 펜슬베이트를 주력으로 사용해 파도가 치는 포말 주변을 집중해서 노렸다. 그런데 모든 조건이 좋아 보였으나 입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어서 취재를 끝내고 농어회를 먹자는 애초 계획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이날 오후부터 우리는 포항에서 출발해 양포, 감포를 거쳐 기장 일대까지 유명한 농어 포인트는 대부분 탐색했으나 입질이 없었다. 동해남부권에서 농어 루어낚시 경험이 많은 강문석 씨 역시 “요즘 농어 조황도 괜찮았고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왜 이렇게 입질이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포기할 법도 했지만 박상욱, 강문석 씨는 “취재도 취재지만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며 끝장을 보겠다고 말했다. 밤 10시가 되어 도착한 곳은 부산 해운대 동백섬 연안. 현재 공사 중인 웨스턴조선부산호텔 옆 동백공원 해안산책로로 진입해 인어상이 있는 갯바위에 도착했다. 루어는 95mm 싱킹 펜슬베이트를 계속 사용했고 밑걸림이 적은 곳에서는 립이 작은 110~120mm 플로팅 미노우도 사용했다. 

기대한 입질은 강문석 씨가 먼저 받았다. 거의 발앞까지 끌어온 미노우에 강한 입질이 들어왔는데 높은 발판에 서서 랜딩하다 보니 그만 농어가 빠지고 말았다. 박상욱 씨 역시 숏바이트를 받았지만 챔질로 연결하지 못했다.

▲ 박상욱 씨가 사용한 소형 펜슬베이트 피나투라 90S. 비거리가 뛰어나 바람이 강한 날에 사용하기 좋다.

▲ 작지만 비거리가 뛰어난 야마시타의 싱킹 펜슬베이트 플라펜 S85.

삽시간에 들이닥친 강풍

농어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이제 잡아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서늘하게 불던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태풍 수준으로 돌변해 금방이라도 갯바위를 집어삼킬 듯 파도가 높아졌다. 더 이상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해운대 요트계류장과 연결되어 있는 춘천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춘천은 해운대 신도시 매립지가 만들어지면서 복개 공사가 이뤄져 하류 일부를 제외한 하천 대부분이 도로로 덮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 낚시는 요트계류장이 있는 최하류에서 가능하다. 이 구간은 춘천과 바다가 만나기 때문에 다양한 어종이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며 이맘때는 농어 조과도 좋다.

그런데 춘천으로 포인트를 옮기니 왜 인어상 일대에서 농어가 낚이지 않았는지 이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동백섬 뒤편에서 낚시했기에 인어상 일대에서는 바람 영향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해운대 일대의 기온이 뚝 떨어진 상황이었다. 해운대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매서운 바람에 비명을 질렀고 박상욱 씨와 강문석 씨도 손이 시려 줄을 묶지 못할 정도로 추웠다. 

그래도 농어를 포기할 수 없어 춘천 하류에서 캐스팅을 시작했다. 요트를 정박한 계류장 주변과 석축 주변을 노렸더니 생각지도 않은 꼬치고기가 올라왔다. 제주도에서나 낚이는 꼬치고기가 부산에서도 낚이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 동백섬 갯바위에서 농어를 노리고 있다. 발판이 높은 곳이 많아 농어를 올릴 때 주의해야 한다.

▲ 해운대 춘천 하류에서 농어를 노리는 박상욱 씨. 이곳에서는 꼬치고기를 한 마리 낚았다.

▲ 춘천 하류에서 꼬치고기를 낚은 박상욱 씨.

▲ 강문석 씨가 해운대 운촌방파제에서 농어를 노리고 있다.

▲ 해운대 동백섬 갯바위에 있는 인어상.

▲ 해운대 수영강. 바다와 만나는 기수역으로 이곳에서도 겨울에 농어가 잘 낚인다.

송도 거북섬 연안에서 만난 70cm 농어 

시간은 자정을 넘겨 새벽 2시를 향해 달렸다. 승부를 내지 않으면 새벽에는 더욱 큰 한파가 찾아올 것이 뻔해 우리는 바람을 최대로 피할 수 있는 부산 송도 일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송도 거북섬 일대 갯바위. 송도 거북섬은 낚시가 금지되었지만 주변 연안에서는 낚시할 수 있으며 가을에 무늬오징어도 잘 낚이는 곳이다. 

거북섬 연안에 도착하니 초썰물에 바람이 불지 않았고 먼바다의 조류가 밀려와 연안에 포말이 넓게 형성되어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상욱 씨가 최대한 멀리 캐스팅해 루어를 끌어오자 드디어 기다렸던 입질이 찾아왔다. 하지만 숏바이트! 미노우를 좀 더 천천히 운영하기 위해 립이 작은 플로팅 미노우로 교체. 최대한 천천히 루어를 감으니 농어가 제대로 걸려들었다. 

3분 정도 농어와 파이팅 후 끌어낸 놈은 70cm가 넘었다. 강문석 씨도 연이어 입질을 받았고 비슷한 씨알의 농어를 올릴 수 있었다. 잘하면 마릿수 조과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입질은 두 마리로 끝이 났고 거짓말처럼 상황이 종료되었다. 

박상욱 씨는 “농어도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느꼈는지 잠시 입질했다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온이 조금 더 떨어지면 더 큰 씨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부산 연안으로 작은 샛줄멸이 붙으면 마릿수 조과도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조행이었지만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새벽까지 기다린 입질은 그 값어치를 하는 듯했다. 

▲ 송도 스카이워크 주변 갯바위. 스카이워커 너머에 농어 포인트가 있다.

▲ 송도 거북섬 연안에서 70cm 농어를 낚은 박상욱 씨.

멀리 노린다면 립 작은 미노우가 유리

립의 길이는 잠행수심을 결정한다. 그리고 립의 너비는 저킹 액션의 강도를 조절하고 비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립이 넓으면 넓을수록 강한 워블링과 동시에 저킹 액션 시 미노우의 보디를 빠르고 강하게 비틀어 반짝이는 플래싱 효과 연출은 물론 리액션바이트까지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넓은 립의 강한 액션 연출은 반대로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립이 넓을수록 바람 영향을 크게 받아 강풍이 불 때는 비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립이 넓으면 미노우가 빠르고 깊게 파고들기 때문에 얕은 곳에서는 밑걸림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