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조 둘째 날 밤에 대형 광어, 참돔, 일반 농어를 낚아낸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사계해수욕장. 얕은 모래밭 지형지만 연안에서 멀어지면 수중여가 많아 넙치농어, 광어, 참돔 등 다양한 어종이 들어온다.

11월 말은 제주 갯바위에서 대형 참돔과 넙치농어가 함께 나오는 시기다. 그리고 제주도 북쪽에 있는 추자도에서는 80~90cm 농어가 마릿수 조황을 보인다. 매년 이맘때면 서해에서 초겨울 농어 선상낚시를 하기 바빠 제주도까지 출조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드시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추자도로 갈까? 제주도 본섬을 노릴까?

지난 11월 18일, 필자가 운영하는 루어테크 회원들과 함께 제주도로 향했다. 추자도, 제주도에 모두 욕심이 났기에 우선 제주도에 도착해 날씨가 좋아 추자도행 여객선이 운항하면 추자도로, 그렇지 못하면 제주도 본섬에서 낚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추자도행 여객선은 악천후로 결항. 결국 제주도 본섬에서 넙치농어와 참돔을 노리기로 했다. 루어테크 양범석,오태형, 원서연, 허예브게니(러시아 국적 고려인) 회원이 동행했고 제주도 현지 낚시인 정의권 씨가 합류해 취재팀을 꾸렸다. 

우선 서귀포 숙소에서 짐을 정리한 후 오후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북서풍이 강하게 불었기에 제주도 서쪽에 있는 대정읍 영락리 일대로 이동했다. 북서풍이 부는 날 서쪽으로 가면 맞바람이 치지 않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완전히 바람을 등지는 동쪽으로 가면 파도가 치지 않아 넙치농어가 아예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맞바람을 맞고 낚시하는 것이 입질 받을 확률이 높다.  

영락리에 도착하고 파도를 확인하니 예보보다 더 강력한 바람에 높은 너울파도가 쳐서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포인트에 접근조차 하지 못해 언덕을 끼고 바람의 영향을 조금 덜 받는 영락리 대승수산 앞 갯바위로 내려갔다. 

겨우 캐스팅이 가능할 정도로 바람이 불었지만 낚시한 지 30분쯤 지나 양범석 씨가 먼저 입질을 받았다. 연이어 나도 입질을 확인. 강력한 입질에 비해 로드가 휘어졌고 60cm가 조금 넘는 넙치농어가 올라왔다. 

▲ 제주도 원정 출조를 함께한 루어테크 회원들. 좌측부터 오태형, 허예브게니, 원서연, 필자, 양범석, 정의권 씨.

▲ 넙치농어를 기대하고 찾아간 서귀포 영락리 해안. 파도가 너무 높아 낚시를 할 수 없었다.

▲ 서귀포 영락리 해안에서 60cm 넙치농어로 손맛을 본 필자.

80~90cm 일반 농어로 손맛 

야간에는 높은 파도로 인해 위험해서 낚시하지 않고 다음날 오전을 노리기로 했지만 날씨가 더 나빠진다고 일기예보가 나왔다. 덕분에(?) 회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즐겼고 새벽까지 입낚시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날 오후에 다시 포인트로 향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영락리를 탐색했으나 모두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 며칠 동안 내린 비와 엄청난 너울파도 덕분에 바다는 흙탕물 수준이었다. 한숨과 함께 넙치농어를 포기하고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사계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얕은 수심의 모래밭이 길게 이어진 곳으로 넙치농어뿐 아니라 대형 참돔과 광어도 간간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포인트에 도착해 서너 번 캐스팅했을까? 정의권 씨 로드가 굉음을 내며 활처럼 휘었다. 드랙음이 이어졌고 짧은 파이팅 끝에 올라온 녀석은 90cm가 조금 넘는 일반 농어였다. 넙치농어가 아니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이즈 큰 농어가 나와 위안이 되었다.

30분 뒤. 열심히 캐스팅하던 내 로드에도 드디어 입질이 들어왔다. 섈로우 지형이다 보니 강제집행하지 않으면 대상어가 암초나 해초에 처박을 수 있어 빠르게 제압해 랜딩했다. 올라온 녀석은 80cm가 넘는 일반 농어. 사계해수욕장 포인트에서 일반 농어 2마리를 낚고 그 뒤로 두 시간을 더 낚시했으나 입질을 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다음날을 기약하며 철수했다.

▲ 출조 첫날 사계해수욕장에서 낚은 80, 90cm 일반 농어.

서해에서도 낚지 못한 95cm 광어 랜딩

셋째 날은 제주도 서쪽에 있는 차귀도 맞은편 앞 고산포구부터 엉알해안을 거쳐 모슬포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입질을 받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일반 농어로 손맛을 본 사계해수욕장으로 다시 이동했다. 사계해수욕장에서는 제주도 루어낚시 카페인 ‘힛트앤바이트’ 회원 이성미 씨도 합류했다. 

오후 6시가 되어 사계해수욕장 끝 갯바위 포인트에 도착하니 무슨 고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라이징을 하는 것이 보였다. 얼른 캐스팅을 시작했고 이성미 씨가 가장 먼저 히트를 외쳤다. 엄청난 드랙음을 들리기 시작했고 드랙을 잠그며 제압했지만 좀처럼 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몇 분간의 사투 끝에 끌어낸 것은 95cm 대광어. 가끔 대광어가 나온다는 사실을 들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아도 믿기지가 않았다. 서해에서 그렇게 광어다운샷 출조를 다녔어도 이런 씨알은 정말 처음이었다. 

모두 흥분하여 캐스팅을 서둘렀고 10여 분 뒤에 정의권 씨의 로드에도 어신이 전해졌다. 능숙하게 랜딩하니 80cm 일반 농어가 올라왔다. 넙치농어 전문가인 정의권 씨 입장에서는 별로 반가운 어종이 아니었다. 

▲ 사계해수욕장에서 95cm 대광어를 낚은 이성미 씨.

▲ 이성미 씨가 낚은 광어를 현장에서 계측하니 95cm가 나왔다.

21g 지그헤드에 올라온 빠가급 참돔

나는 농어와 광어를 동시에 노리기 위해 21g 지그헤드에 버클리 뮬렛 5인치 스모크 컬러 웜을 사용했다. 다른 낚시인들은 95~120mm 플로팅 미노우를 주로 사용했고 90~95mm 싱킹 펜슬베이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포인트 자체가 수심이 2m 남짓 되는 섈로우권이라 누가 얼마나 멀리 캐스팅하느냐가 중요했다. 

20분 뒤 또 다시 내 로드에 입질이 들어왔다. 녀석을 놓칠까 드랙을 조정하며 제압을 시작했다. 그러나 갯바위로 끌어오면 드랙을 차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무조건 농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광어가 아닐까했지만 드디어 나타는 모습은 참돔이었다. 

“빠가다!” 정의권 씨가 소리쳤다. 

힘을 쓰는 게 대형 광어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참돔이 나와 주었다. 그렇게 대형 광어와 참돔 그리고 농어로 손맛을 본 회원들은 자정 무렵이 되어 숙소로 철수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캐스팅게임’ 혹은 ‘쇼어레드게임’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미노우로 대형 참돔을 낚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이미 낚시춘추에도 소개가 되었을 정도로 하나의 장르로 굳어 가고 있는데, 필자도 손맛을 볼 정도로 확률 높은 게임으로 성장하고 있다. 만약 올겨울에 제주도를 방문한다면 넙치농어뿐 아니라 광어, 참돔도 함께 노릴 것을 추천한다. 

▲ 필자가 사계해수욕장에서 5인치 웜 채비로 낚은 85cm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 참돔을 낚을 때 사용한 버클리 5인치 뮬렛 컬러 웜.

▲ 사계해수욕장에서 낚은 일반 농어, 광어, 참돔. 모두 보기 드문 큰 씨알이 낚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