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중순이후 감성돔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거제 해금강. 긴 콧부리 뒤로 보이는 곳이 여차, 손대병도 일대다.

거제도 남부면 해금강 일대에 올해도 어김없이 감성돔이 붙었다. 매년 12월 초면 해금강에서는 참돔, 벵에돔, 말쥐치 등이 호황을 보였지만 올해는 수온이 빨리 떨어지며 예년보다 일찍 감성돔이 붙었다. 

거제도 해금강은 1~2월에도 감성돔이 낚이는 겨울 낚시터다. 취재를 계획한 11월 중순 이후에는 해금강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거제 동부면의 양화, 학동, 망치 구간에서 감성돔이 호황을 보인다. 마치 공식처럼 10~11월에는 양화, 학동, 망치, 11월~1월에는 도장포, 해금강, 다대, 다포, 홍포, 여차로 호황이 번져가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취재를 앞두고 강한 동풍이 분 탓에 동부면 쪽은 출조가 힘들어 차선책으로 해금강을 선택했다. 

▲ 해금강 선착장. 낚싯배를 타면 주변 포인트까지 5~10분이면 도착한다.

예년보다 일찍 붙은 감성돔 

지난 12월 1일, 부산 낚시인 황석조, 김영규 씨와 함께 태성호를 타고 해금강으로 감성돔 취재를 나갔다. 강풍이 부는 탓인지 거제 고현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낚시점이 여러 군데 문을 닫았고 거제도는 올해 처음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예전에는 해금강의 좋은 포인트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 새벽 1시에 출항하는 게 예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새벽 조황이 기대 이하인데다 너무 추워서 일찍 나가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에는 출조 인원이 2~3명만 되어도 언제든 출조, 철수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낚시인 개개인의 출조 스타일에 맞춰 나가면 그만이었다. 

우리는 해가 뜬 직후인 오전 7시에 포인트로 나갔다. 해금강에서 적은 인원만으로 수시로 출조할 수 있는 이유는 선착장부터 포인트까지 가깝기 때문이다. 걸어서 진입할 수 있는 곳도 있으며 배를 타1면 보통 10분이면 포인트에 내릴 수 있다. 보통은 해금강 선착장을 중심으로 좌우 갯바위에 주로 내리며, 선착장 맞은편에 있는 갈도 일원은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낚시금지 상태다. 그런 탓에 해금강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까운 곳에서도 매년 감성돔이 잘 낚이기 때문에 낚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해금강으로 함께 출조한 김영규 씨가 막대찌 채비를 캐스팅하고 있다. 해금강 일대는 해가 정면에서 뜨기 때문에 막대찌를 즐겨 쓴다.

잡어, 뻘물 양대 악재에 진땀

우리는 해금강 콧부리 일대에 있는 떨어진 여 옆 갯바위에 내렸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후미진 곳이 좋다고 생각해서 내렸는데 이것이 패착이었다. 떨어진 여 주변은 발앞 수심이 3~6m로 얕지만 조금만 멀어지면 12~13m로 깊어진다. 조류가 빠르고 방향도 수시로 바뀌면서 그때마다 감성돔, 참돔, 벵에돔, 말쥐치 등 다양한 어종이 낚이는 것이 특징이다. 

정면으로 비치는 햇살에 찌를 좀 더 잘 보기 위해 1호 막대찌로 채비한 후 낚시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자리돔, 숭어가 낚이더니 작은 참돔과 벵에돔도 올라와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기대한 감성돔은 낚이지 않았다. 우선 잡어가 문제였다. 크릴을 사용하면 자잘한 자리돔과 독가시치가 설쳐 미끼가 남아나지 않았다. 옥수수 미끼나 경단을 사용하면 복어가 물고 늘어졌다. 황석조 씨는 “수심이 깊어지는 턱 주변에서 감성돔이 입질해야 하는데, 조류가 빨라 채비가 입질 지점을 금방 벗어나는 데다 잡어가 설쳐서 감성돔이 입질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잡어만이 아니었다. 포인트 정면으로 보이는 갈도와 해금강 사이로 황톳물에 가까운 뻘물이 흘러들어 물색이 너무 탁해졌다. 뻘물에서는 가끔 숭어가 입질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뻘물이 진해졌고 나중에는 잡어도 낚이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일까? 감성돔은 우리 옆 자리에 선 낚시인이 낚아냈다. 순천에서 온 황성준 씨가 35, 38cm 감성돔을 두 마리 낚았다. 우리가 포인트에 하선하기 전, 동틀 무렵에 입질을 받았으며 이상하게도 황성준 씨 자리에는 뻘물도 들지 않고 조류도 천천히 흘렀다. 마치 바다에 선을 그어 놓은 것처럼 황성준 씨 자리는 물색이 적당히 탁했고 우리가 내린 자리는 황토색이었다. 

황성준 씨는 “해금강은 외해에서 흘러들러온 조류가 골고루 흐르는 편이지만 해금강과 갈도 사이에서 강한 조류가 받히는 곳에서는 낚시하기 어렵습니다. 사리 물때에 큰 감성돔이 잘 붙지만 먼바다에 바람이 불어 뻘물이 들어오는 날에는 조과가 좋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 순천에서 온 황성준 씨가 동이 트기 직전에 낚은 35, 38cm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 황석조 씨가 낚은 벵에돔. 해금강에서는 겨울에도 벵에돔, 참돔이 잘 낚인다.

잡어 없는 새벽에 승부하는 것이 상책

오후 조과를 기대했지만 뻘물이 흐르고 바람이 더 강해져 철수를 결정했다. 다음날 태성낚시에 문의해 전체적인 조황을 물어보니 “물색이 좋은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한두 마리의 감성돔이 낚입니다. 이날 오셨으면 손맛을 봤을 텐데 아쉽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뒤로 해금강에서는 감성돔 호황은 계속 이어졌다. 일부 포인트에서는 40~50cm 감성돔도 낚이기 시작했고 마릿수 조과도 보이고 있다. 해금강은 예전부터 12월 이후 본격적인 감성돔 호황을 보이기 시작하므로 지금이 출조적기라고 할 수 있다.

출조하기 전에 유의할 것은 독가시치 치어와 자리돔, 복어, 전갱이, 물망상어 등의 잡아가 많다는 것이다. 옥수수나 경단 미끼를 사용해도 복어와 독가시치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으므로 밑밥을 많은 양 준비해 잡어를 묶어두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조금 춥더라도 해가 뜨기 전에 일찍 출조해 승부를 보는 것이 상책이다. 

▲ 태성호의 12월 5일 조과. 낚시인 1명이 거둔 조과며 12월 2일부터 꾸준한 호황을 보이고 있다. 

출조 문의 거제 태성낚시 055-637-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