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흑산도 원정에 동행한 부산의 김성식(왼쪽), 김종호(유튜브 기술자TV 운영자 씨가 부속섬 장도에서 낚은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취재일 장도에서는 35~45cm 감성돔이 마릿수로 올라왔다.

그동안 가거도, 태도, 만재도, 홍도 등에 가려있던 대흑산도 감성돔낚시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대흑산도는 신안권 원도로 가기 전 들르는 중간기착지로, 가을부터 초겨울까지는 커야 35cm 수준의 감성돔이 주로 낚이는 ‘잔챙이터’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시즌만 잘 맞추면 원도 수준의 굵은 씨알을 만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흑산도 감성돔낚시가 낚시계에 알려진 건 오래 전 일이다. 낚시춘추에서는 1996년 12월호에 ‘대흑산도에서 감성돔 2백50마리 확인’이라는 최초 탐사 기사를 내보냈고 이후 꾸준한 포인트 개발이 이루어졌다. 당시는 개발되지 않은 갯바위를 취재할 때마다 ‘탐사’라는 문구가 꼭 삽입됐을 정도로 처녀 감성돔 포인트에 대한 낚시인들의 탐사열정은 대단했다.  

그러나 대흑산도 감성돔낚시 흥행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빠르면 9월 중순부터 감성돔 시즌이 열리지만 그때는 평균 씨알이 잘고 적어도 10월 중순은 돼야 35cm 이상급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씨알은 굵어지지만 그렇다고 45cm를 넘기기는 어려운 게 대흑산도의 현실. 여기에 11월 중순에 접어들면 홍도. 가거도, 태도, 만재도 등에서 굵은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해 굳이 대흑산도에서 ‘잔챙이’와 씨름할 이유가 없었다. 

▲ 김종호 씨가 대흑산도의 초등감성돔 명당으로 예상한 장도 북서쪽 연안. 큰 바위와 수중여가 산재해 본섬에서는 보기 드문 굵은 씨알이 낚여 올라왔다.

대흑산도의 대물 시즌 찾는 게 주목적 

이번에 우리가 대흑산도 원정낚시를 기획한 것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대물 감성돔 시즌을 조명해보자는 목적에서였다. 즉 11월 초순까지는 대물을 만나기 어렵지만, 원도원 초등 시즌과 겹치는 11월 중순~12월 초에 찾으면 50cm에 가까운 대물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을 현지 낚시인으로부터 입수했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도전에 앞장 선 낚시인이 바로 유튜브 기술자TV를 운영 중인 부산의 김종호 씨였다.

“제가 신안권 원도를 다닌 지는 벌써 30여 년에 달합니다. 겨울 감성돔 시즌이 아니더라도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대흑산도를 찾아 참돔, 돌돔, 농어 같은 고기들을 낚아왔지요. 그러던 중 대흑산도 부속섬인 장도, 다물도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참돔, 농어터로는 개발이 됐지만 겨울 감성돔터로는, 정확히 말해 초등감성돔 시즌에는 부각되지 못했던 곳들입니다. 그동안 대흑산도 감성돔낚시는 본섬 위주 낚시가 주를 이뤄 초겨울 부속섬 대물 포인트 개발은 더딘 편이었습니다.” 

대흑산도의 여러 부속섬 중 김종호 씨가 가장 눈여겨 봐온 곳은 장도다. 장도는 대흑산도 북쪽에 있는 유인도로 간조 때 연결되는 얕은 여밭을 사이에 두고 대장도와 소장도로 나뉜다. 그 중 겨울에 북서풍을 맞받는 북서쪽 연안에 크고 작은 여가 많은, 전형적인 여밭 지형을 갖추고 있다. 

김종호 씨는 ‘해안선이 완만하고 바다가 잔잔한 본섬권에는 잔챙이가 많고 파도가 거칠고 북서풍을 맞받는 부속섬 여밭에는 대물이 많이 몰려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다수 원도가 겨울 북서풍을 맞받는 북(서)쪽에서부터 초등감성돔이 붙는 것을 감안하면 김종호 씨의 예상은 상당한 신빙성을 갖추고 있었다.  

▲ 대흑산도 일주도로에서 바라본 장도(좌측 긴 섬)와 망덕도(우측 떨어진 섬). 멀리 구름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섬은 홍도다.

▲ 대흑산도를 처음 찾은 낚시인들이 안내 지도를 보면서 낚시터 여건을 살피고 있다.

▲ 장도 서쪽 끝바리의 일명 등대 앞 여. 조류 소통이 좋고 발판도 편한 자리로 인기가 많다.

기술자 김종호 프로, 장도에서 4짜 마릿수 포획 

지난 11월 20일 오전에 목포를 출발, 대흑산도 진리항 도착 후 낚싯배와 식당을 겸하고 있는 ‘싱글벙글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곧바로 출조에 나섰다. 올해 새롭게 건조한 싱글벙글호는 300마력짜리 엔진 2개를 단 최신식이다. 

이번 출조에는 부산의 원도낚시 매니아 김성식 씨 일행도 동참했다. 4명 모두 겨울마다 가거도를 찾는 원도 매니아다. 김성식 씨는 “가거도 초등 시즌을 보름 정도 앞둔 시점에서 워밍업 겸 대흑산도 원정에 동행했습니다. 비록 가거도 씨알에는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대흑산도에서의 낚시는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가 되더군요. 새로운 필드에 대한 도전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라며 동참 소감을 밝혔다. 

아쉽게도 도착 첫날 오후낚시는 조과가 썩 좋지 못했다. 대흑산도는 사리물때에는 뻘물이 지는 특성상 조금물때를 전후해 찾는 게 좋다. 그래서 조금물때를 맞춰 왔건만 며칠간 주의보가 내린 터라 너울이 강했다. 너울을 피해 본섬 동쪽 연안에 주로 내렸음에도 28~32cm급 몇 수를 올린 게 전부였다. 

이튿날은 바다날씨가 좋아져 목적했던 장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종호 씨는 가을에 봐두었던 대장도 북쪽의 ‘떨어진 여’ 포인트로, 나와 김성식 씨는 본섬 동쪽 갯바위에 내렸다. 원래는 김종호 씨와 같은 라인으로 들어가려했으나 선장님이 ‘어제 감성돔이 여덟 마리 낚인 자리다’라고 강력 추천(?)해 솔깃했는데 이 결정은 곧 후회로 돌아왔다. 마릿수는 좋았지만 죄다 30cm에 약간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각 김종호 씨는 35~40cm급으로만 5마리를 낚아놓고 있다고 알려왔다. 

이에 우리는 점심시간 때 장도로 자리를 옮겼다. 가서 보니 김종호 씨 포인트는 본섬과 약간 떨어진 높은여였고 전방으로 본류가 스쳐 지나고 있었다. 원투 찌낚시와 본류대낚시에 능통한 김종호 씨가 좋아하는 포인트 유형이었다. 우리는 김종호 씨 자리 우측 본섬에 내렸는데 들물과 썰물이 모두 먼바다로만 흘러 낚시 여건이 썩 좋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초원투로 본류에 채비를 태우던 김성식 씨가 기어이 45cm에 달하는 감성돔을 뽑아냈다. 

김성식 씨는 “아침부터 내렸다면 포인트 적응이 됐을 텐데 갑자기 이동하니 감을 잡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해녀가 장시간 발밑에서 오랫동안 물질을 해 어쩔 수 없이 30미터 이상 멀리 캐스팅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후로는 김종호 씨의 원맨쇼가 지속됐다. 낚싯배가 들어와 포인트를 휘젓고 나갔음에도 철수 때까지 연속 7마리를 히트했고 이 중 4마리가 38~45cm였다. 총 마릿수는 13마리에 달했다. 확실히 30cm 내외 잔챙이가 주로 낚이는, ‘바다가 잔잔한’ 본섬과는 씨알에서 차이가 컸다. 

▲ 장도 북쪽 여에서 감성돔을 연타로 낚아내고 있는 김종호 씨. 혼자서 총 15마리를 올렸다.

▲ 대흑산도 진리항에서 출항하는 싱글벙글호가 장도 북쪽 여에 오른 김종호 씨를 철수시키고 있다.

▲ 김종호 씨와 함께 장도 북서쪽 여밭에 내렸던 창원의 이용원 씨도 44cm급 감성돔으로 손맛을 봤다.

▲ 김종호 씨가 감성돔을 낚을 때 사용한 신제품 목줄. 하드타입 헤드라인이라는 제품으로 부드럽고 강도까지 좋아 최근 인기가 높다.

▲ “대흑산도에서도 이런 씨알이 올라옵니다.” 부산 낚시인 김성식 씨가 장도 북서쪽 여밭에서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 김종호 씨가 장도 북쪽 여밭에서 올린 감성돔. 본섬보다 씨알이 굵게 낚였다.

12월 중순 이후 장도에서 원도 씨알 출현 예상  

2박3일 일정이라 원래는 셋째 날에도 낚시할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밤새 몸살이 나 혼자 숙소에 머물렀다. 낮 12시경 철수한 일행 중 가장 출중한 조과를 거둔 사람은 부산에서 온 이찬국 씨로 35~40cm급 3마리와 비슷한 씨알의 참돔 1마리를 올렸다. 

이날도 바람이 강하고 철수날이라 모두들 본섬 포인트에 내렸는데 그 때문인지 나머지 감성돔들은 씨알이 잘았다. 김종호 씨 역시 본섬 북쪽 심리(장도 바라보는 곳) 갯바위에 내려 30~35cm급 6마리를 낚는데 만족해야 했다.

목표한 5짜급 감성돔을 구경 못한 점에 대해 김종호 씨는 “재작년에는 10월 말에, 올해는 11월 말에 찾은 것인데 대흑산도의 대물 시즌은 확실히 더 늦게 열리는 것 같다. 가거도, 태도 등지에 초등감성돔이 확실하게 올라붙는 12월 초중순은 돼야 원도권에서 볼 수 있는 대형급이 낚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아쉬운 점은, 이때가 되면 대다수 낚시인들이 원도로 직행하기 때문에 모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흑산도를 찾을 낚시인은 드물 것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12월 중순을 넘기면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잦은 날궂이에 뻘물이 지는 날이 많아 출조일 잡기가 어려워진다. 대흑산도 겨울 감성돔낚시의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이때(초등철)의 유명 원도는 낚시인들로 붐벼 포인트 경쟁이 치열하고 새벽 출조로 고생할 때다. 그런 점에서 물때를 잘 맞춰 대흑산도의 ‘틈새 시즌’을 노려본다면 의외의 재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종호 씨는 12월 중순 조금물때에 그 찬스를 노리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타고 나간 낚싯배 싱글벙글호는 대흑산도 진리항에서 출항한다. 밑밥과 집어제는 목포에서 미리 준비해가야 한다. 숙박은 진리항의 모텔을 이용하며 식사는 싱글벙글식당에서 준비한다. 대흑산도에서 가장 번화한 진리항에는 농협하나로마트, 코사마트 같은 대형 마트는 물론 다양한 상점과 식당이 있어 불편한 점은 없는 편이다.

낚시 비용은 1박2일 기준 숙식+선비로 18만원을 받는다. 낚싯배만 이용할 때의 선비는 6만원이다. 

▲ 대흑산도 본섬 북쪽 포인트에 내린 낚시인들. 취재 기간 본섬에서는 30~35cm의 잔 씨알이 많이 낚였다.

▲ 원정낚시를 마무리한 부산 낚시인들이 대흑산도 이정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이창국, 양동진, 백승만, 김성식 씨.

▲ 횟집을 겸하는 싱글벙글식당에서 맛본 다양한 회와 요리들.

▲ 선장이 운영하는 싱글벙글식당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낚시인들.

▲ 대흑산도 본섬 읍동마을에 있는 새조각공원. 대흑산도에 서식하는 다양한 조류 모형과 자료를 실내외 전시장에서 구경할 수 있다.

문의 대흑산도 싱글벙글호 010-9941-5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