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양리 큰여에서 올린 42cm 감성돔을 보여주는 필자.

내가 추자도를 찾은 11월 28일은 추자도 수온이 무려 18도에 달했다. 그 영향으로 잡어 성화는 물론 잔챙이 참돔과 돌돔이 여전히 설치고 있었다. 같은 시기 근해권에서도 출중한 씨알의 감성돔이 낚이고 있었지만 역시 대물은 원도로 가는 게 확률이 높다. 

드디어 사리물때를 전후해 추자도로 들어갔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한파와 강풍이 몰아쳐 낚시 여건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상추자도 영흥리의 ‘아름다운 펜션’에 짐을 풀고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신양항에 도착, 12시경 나래호를 타고 밖미역섬 큰여로 출발했다. 초등 시즌에는 본섬 부근이 최고의 포인트이지만 밖미역섬처럼 제법 규모가 있는 섬의 여밭도 좋은 선택이 된다.

밖미역섬은 하추자에 있으며 대표적인 포인트로는 높담, 다이아몬드(수정바위), 북동쪽 여밭 포인트, 큰여, 끝여, 중간여, 미끄럼 바위, 신병훈련소 등이 있다. 대물 감성돔은 물론 40cm 전후급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는 포인트들이다. 제주도와 가깝게 있어 물때는 추자 본섬보다 2시간 늦게 진행되고 평균 수온도 1도정도 높은 게 특징이다.

▲ 드론으로 촬영한 하추자 신양리의 큰여. 안통낚시와 물골낚시를 겸할 수 있는 양수겸장 포인트다.

하추자 큰여에서 첫날 5마리 포획 

전일의 강풍의 여파와 너울이 남아있어 수심 얕은 여밭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줄여(중간여)에 내리려고 하니 나래호 선장이 ‘큰여 안통 낮은 여밭에서 감성돔이 터질지 모른다’며 그곳을 권했다. 낚시꾼 귀는 팔랑귀라고 했던가. 선장님을 믿고 큰여로 갔다. 큰여가 좋은 이유는 안통에서 낚시가 안 되면 갯바위를 넘어가 끝여와 중간여 사이에서 물골을 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얌수겸장의 포인트인 셈이다. 

안통의 수심은 4m 전후, 조류가 우측으로 흐르면 6m 정도를 보이고 끝 쪽으로 가면 9~12m가 나와 본류를 바로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전날의 한파 영향과 초등시즌을 감안, 본류낚시는 제외하고 나머지 두 포인트를 노려보기로 했다. 

채비는 필자가 직접 제작한 고리찌 2B에 제로스토퍼를 끼우고 도래 8호에 목줄 3m를 직결했다. 바늘 위 50cm 지점에 G2 봉돌 1개를 물렸다. 목줄이 펴져 수심을 잡으면 스토퍼가 하강을 시작할 때 뒷줄을 잡으며 낚시해볼 생각이었다. 

채비를 던지기에 앞서 밑밥을 20여 주걱 미리 준 덕분인지 두 번의 캐스팅 만에 35cm의 잔 감성돔 한 마리가 올라왔다. 그러나 빠른 반응과는 달리 이후로는 별다른 입질이 없었다. 약 1시간 공략하다가 과감히 안쪽 여밭 자리를 포기하고 갯바위 넘어 서쪽을 공략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다. 

뒤편으로 넘어가니 끝여와 큰여 사이에서 나오는 조류가 중간여 사이에서 합수되어 2시 방향으로 뻗는 상황이었다. 발 앞 수심은 약 7m. 중간중간 여가 산재해 지금 같은 시즌에 적당한 포인트 조건이었다. 

채비를 2호 반유동으로 바꾸고 2시 방향으로 다소 빠르게 뻗는 조류에 태우자 스멀스멀 잠겨드는 약은 입질이 들어왔다. 바로 챔질 하니 42cm 정도의 감성돔이 얼굴을 보여줬다. 

이어서 같은 패턴으로 찌만 살짝 잠겨드는 어신에 뒷줄견제 없이 다시 챔질해 한 수를 보탰다. 즉시 챔질 하는 이유는 어제와 그제 불었던 강풍과 급강하한 한파 영향으로 감성돔 입질이 밑걸림과 같은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때 뒷줄견제를 하면 감성돔이 미끼를 놓는 경우가 있어 즉각 챔질을 했다. 

큰여 서편을 바라보는 자리는 지는 해를 정면으로 마주하기에 역광 탓에 어신찌가 전혀 보이지 않으므로 반유동으로는 입질 파악이 어려웠다. 그래서 전유동 채비로 교체해 낚싯대를 들어 올렸더니 그제야 감성돔이 반항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가벼운 전유동 채비에서도 까다로운 입질은 계속되었고 그렇게 첫날에는 5마리의 감성돔을 만나고 오후낚시를 마칠 수 있었다. 

▲ 취재일 필자가 사용한 시마노사의 제로 핏 TYPE-D 구멍찌. 

▲ 밖미역섬 큰여 서쪽 포인트에서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초등 여밭은 어디라도 오케이

다음 날은 일요일. 낚시객이 붐빌 것으로 예상한 선장이 ‘새벽 4시까지 항으로 오라’고 했다. 나래호 선장은 새벽 2시부터 낚시인들을 하선을 시키고 있었다. 초등 피크답게 사자섬, 푸렝이, 밖미역섬은 낚시인들로 붐벼 하선할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이에 나는 “본섬 근처 조류 소통 좋은 여밭이면 다 좋으니 아무데나 내려주세요”라고 부탁했고 그 결과 신양항 바로 옆에 있는 본섬에서 약 10m 정도 떨어진 반여에 내리게 됐다.

이른 새벽부터 나와 급강하한 기온 속에 여명을 기다리니 몸은 춥고 고달팠다.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언제 또 저런 별들을 볼 것인가! 

갯바위 하선 직후 조류는 썰물이었고, 우측으로 약하게 흘렀다. 2호 반유동 채비로 약 20m 캐스팅해 채비정렬 시키자 살짝 우측으로 흐르던 채비가 잠기며 멈췄다.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챔질하니 약 42cm의 감성돔이 한 마리 걸려들었다. 이어서 1시간정도 낚시를 해보았지만 마릿수 입질로 이어지지 않았다.

초들물이 시작되면서 조류가 바뀌며 우측에서 좌측 갯바위 뿌리 쪽으로 강한 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2시 방향으로 최대한 장타를 쳐 채비를 안착시키자 채비가 갯바위 쪽으로 다가오며 좌측 수중 턱과 갯바위 뿌리를 훑고 지나갔다. 밑걸림 같은 입질에 챔질하니 제법 묵직한 녀석이 걸려들었다. 그러나 바늘이 벗겨지며 빠져버렸다. 수온이 낮은 탓일까?

이후 대형 벵에돔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목줄을 끊고 달아났고 수심 파악을 끝낸 후 반유동 채비에서 고리찌 전유동 채비로 변경해 낚시를 시작했다. 자작 고리찌는 주로 벵에돔 낚시에서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시마노사의 제로 핏 TYPE-D. 찌 중심에 키홀더가 있고 몸통에 원줄을 빼내는 틈이 있어 원줄을 자르지 않고서도 상부 찌 부력을 자유자재로 즉시 교체 할 수 있는 제품이다. 공실을 조절할 수 있는 실린더가 있어 침력과 부력을 봉돌 가감 없이도 G4까지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찌다. 이 채비로 몇 마리의 감성돔을 더 추가할 수 있었다. 

2일간의 짧은 일정낚시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촬영 때는 수온이 높았지만 12월 중순 이후 수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고 조류가 잘 흐르는 물때에 찾는다면 추자 전역에서 대형 감성돔이 마릿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초등철답게 30cm 내외의 잔챙이도 종종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