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호부터 ‘한국 낚시 기네스북-이것이 최초! 최고!(이하 한국 낚시 기네스북)’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한국 낚시 기네스북은 대한민국 낚시 역사 중 가장 기념비적인 행사, 사건, 사고, 트렌드 등을 시대별로 기록한 것으로, 지난 2023년 2월 도서출판 예조원 발간 ‘사진으로 보는 한국 낚시 100년사’의 내용을 더욱 상세하고 심도 깊게 소개합니다. 한국 낚시 기네스북을 통해 대한민국 낚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낚시대회는? 

얼핏 해방 이후일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 이전 시절부터 이미 성행한 ‘빙상 잉어 챌낚’이 그 사례 중 하나다. 한강 및 대동강에서 유행한 ‘잉어 챌낚’이란 겨울 혹한기에 강물이 꽁꽁 얼어붙으면 얼음끌로 구멍을 뚫어 미끼 없는 네발바늘 또는 세발바늘(삼봉) 채비를 바닥에 드리우고 있다가 잉어를 낚는 방식이다. 지나가는 잉어가 바늘 채비를 건드리면 견짓대에 신호가 오고, 이때 사정없이 챔질을 하는, 이른바 ‘챌낚’, ‘강도낚시’가 그것이다.

서울 한강 중에서도 팔당 덕소 지역이 겨울 잉어 챌낚의 명소. 결빙이 되면 ‘씨리’(얼음끌)를 든 꾼들이 수백 명 모여들고, 이런 호기를 노린 바람잡이 일꾼들이 상·하류 쪽으로 나뉘어 ‘쿵쿵쿵!’ ‘쾅쾅쾅!’ 막대기로 얼음판을 내려치면 놀란 잉어들이 중심권으로 모여들게 마련. 이런 포인트를 조성(?)한 주동자들은 고객(낚시객)들로부터 2~3전씩의 입장료를 징수하는데, 이 놀이판에 앉은 유료 입장객들은 5~10여 수씩 낚은 잉어 크기와 마릿수를 서로 견주며 희희낙락한다. 마치 꾼들의 겨울 잔치판 같은 축제를 따로 일컬어 ‘동치기’라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시절의 빙상 잉어 챌낚과 동치기 풍물은 많은 사진에 담겨져 지금도 인터넷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스웨덴 및 프랑스 책자에까지 소개된 자료도 현존한다. 

▲ 우리나라 얼음낚시의 원류는 미끼 없는 삼봉(세발바늘) 채비를 활용한 챌낚! 1900년대 일본강점기 우편엽서에 담긴 당시의 한강 잉어낚시 모습이다.

▲ 한강과 더불어 빙상 잉어 챌낚이 유행한 1910년대 대동강 모습.

보다 구체적이고 명실상부한 낚시대회는? 

1936년 5월 10일 울산군 동면 방어진항 인근의 등대산(燈臺山) 해안에서 열린 ‘조어경기대회(釣魚競技大會)’가 공식적으로 열린 낚시 대회 중 하나다. 동아일보 방어진 분국이 연중행사의 하나로 개최한 이 바다낚시대회엔 7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 한국 낚시 기네스북 이것이 최초! 최고!전한다. 이후 단오 명절에는 동아일보 청단(靑丹) 지국이 후원하고, 황해도 해주군 추화면 신왕리 화계금주동맹회(花溪禁酒同盟會)가 주최한 ‘漁夫대회’(낚시대회)가 구암저수지에서 개최되었다. 참가비는 1인당 1원, 모든 상품은 농기구 종류였다.

▲ 우리나라의 낚시대회는 아주 일찍부터 성행(?)하였다. 1936년 5월 10일 울산군 동면 방어진항 인근의 등대산(燈臺山) 해안에서 열린 ‘조어경기대회(釣魚競技大會)’ 모습을 소개한 동아일보 1936년 5월 15일자 지면.

▲ ‘경경선(京慶線) 팔당 덕소의 명물’이란 소제목으로 겨울 한강얼음낚시(잉어 챌낚) 현장을 소개한 1940년 1월 13일자 조선일보 기사.

드디어 ‘전국’ 타이틀 대회 개최! 

1945년 해방 이후 명동1가 54번지(지금의 명동파출소 앞) 자리에 한국인 주인(윤수겸)의 첫 낚시점이 생겼고, 이곳을 드나들던 낚시인들이 뜻을 뭉쳐 국내 최초의 낚시회를 조직했으니, 그 이름 ‘서울낚시회’이다. 결성 시기는 1946년 4월 1일.

해방 이후 황무지 낚시 판도를 올바르게 이끈 주역들로, 사회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은 물론, 대나무 낚싯대와 각종 낚시 소품을 제작하는 조구업계 대표자들도 두루 참여하였다. ‘3치(약 10cm) 이하의 치어들은 방류하자’는 어족보호운동과 황무지 낚시터 주변에 대규모 식목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낚시의 대중화를 위해 전국 타이틀 대회를 주최하였다. 6.25 전쟁이 끝난 직후 1955년 6월 26일 개최한 전국낚시경기대회가 바로 그것. 장소는 김포 대명리수로. 다음 달 7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서울낚시회가 또 한 번 개최한 제1회 전국낚시대회엔 210명의 선수가 솜씨를 겨룬 결과, 영예의 중량1등은 영등포조우회 송영섭 씨. 이승만 대통령 상장 및 경향신문사장 상장이 함께 수여되었다.

▲ 우리나라 낚시회의 종가 ‘서울낚시회’가 단기 4288년(서기 1955년) 6월 26일 국내 최초로 주최한 전국 타이틀 낚시대회(전국낚시경기대회)에서 4위에 입상한 이석철 씨의 상장.

▲ 서울낚시회가 주최하고 경향신문사가 후원한 전국낚시경기대회 두 번째 행사. 1955년 7월 10일 김포 대명리수로 현장엔 210명의 선수가 참가하였다.

▲ 1955년 7월 10일 김포 대명리수로에서 열린 전국낚시경기대회 개회식 모습. 서울낚시회 김성국 회장(가운데)과 윤수겸 총무(왼쪽·황해어구점 대표)가 보인다.

신문 구독 부수 확장하는 데는 낚시가 최적! 

한 번 시작된 전국 타이틀 낚시대회는 곧 봇물을 이뤘다. 그 주역들은 일간지 신문사. 당시의 낚시 향유층이 사회적 부유층과 저명인사들이 많아 신문 구독자를 늘리는 데 있어 낚시집단이야말로 최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한국일보사(대표 장기영). 1956년 10월 14일 대한여행사가 후원하고 전국낚시연합회 발기회(회장 이재학)가 주관한 제1회 전국낚시선수권대회엔 무려 537명 선수가 참가해 용인(당시의 행정지명) 원천저수지를 가득 메웠다. 장려상을 수상한 한명수 씨에겐 이승만 대통령 명의의 상패가 수여되었고, 이 상패는 그의 후손들이 지금도 보관 중이다.

이날 대회 개회식에서 주최측 장기영 사장은 “낚시는 세월을 낚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격무에 대비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데에 가장 알맞은 레코리에숀”이라고 격려한 후 “선수 여러분 중에 미리 잡은 고기를 가져와 숨기고 계신 분은 미리 신고하시라”는 애교(?) 넘치는 당부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 정기구독자 확대를 위해 신문사 주최의 낚시대회가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그 시작은 한국일보사. 1956년 10월 14일 수원 원천지에서 제1회 전국낚시선수권대회를 개최하였다.

한국 이어 서울, 세계로 확산! 

다른 신문사들도 뛰어들었다. 이듬해 57년 5월 19일 서울신문사가 개최한 제1회 전국낚시경기대회(경기 물왕리지)에 이어 세계일보사가 또 가세하였다. 1958년 9월 14일 세계일보사가 용인 원천저수지에서 개최한 제1회 전국낚시대회엔 ‘꽃 같은 아가씨들을 포함한 전국 500여명 선수가 참가하였다’ 했는데, 참석자 전원에게는 놋쇠 재떨이가 주어졌고, 경기 종료 후 시상은 중량상·미수상(尾數賞=수량상·마릿수상)·대어상 순으로 이어졌다. 당시의 낚시 솜씨 판정은 지금의 대어 우선과는 달리, 총중량을 우선했다는 점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세계일보 대회는 또 대한늬우스(대한뉴스 옛 이름) 제180호로 제작되어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되었다.

▲ 단기4290년(서기 1957년) 05월 19일 경기도 물왕리지에서 서울신문사가 개최한 제1회 전국낚시경기대회 현장 모습.

▲ 서울신문사 주최 제1회 전국낚시경기대회 시상식장엔 당시의 사회 저명인사들이 잔뜩 모였다. 중량1등 이석철(앞줄 가운데), 대어1등 안대현(앞줄 맨 오른쪽) 씨 모두 서울낚시회 소속.

▲ 이석철 씨가 ‘싱거 미싱’(재봉틀)과 함께 받은 우승 트로피.

대한늬우스에 보도된 세계선수권자? 

참고로 대한늬우스에 낚시대회가 최초로 보도된 것은 1958년 6월 15일 서울시조어구상조합(조합장 윤수겸)이 주최한 제1회 시민낚시대회. 경기 파주군 금촌수리조합못에서 개최된 이 행사엔 500여명이 참가하였고, 중량 1등 박준형 씨에 이어 필수상(匹數賞=수량상)엔 장안낚시회 김민수 씨가 이름을 올렸다. 5.16 이후 60년대까지 계속된 한국일보 대회는 갈수록 참가 인원수를 늘렸다. 1964년 9월 27일 용인 신갈지에서 개최한 제7회 전국낚시선수권대회엔 950명 최다 참가 선수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1950~60년대 신문사 끼리 벌인 낚시대회 명칭을 두고 낚시인들 간에 벌어진 에피소드 하나-. 1958년 9월 28일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제3회 전국낚시선수권대회(파주 금촌수로)에서 중량 우승을 차지한 김희봉(당시 서울낚시회 감사·명동 문예서림 대표) 씨가 같은 낚시회 소속으로 이듬해 1959년 9월 20일 세계일보사 주최 제2회 전국낚시대회에서 우승한 최영해(정음사 대표) 씨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세계선수권자인데, 나는 겨우 한국선수권자요~” 하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한국일보사 주최, 제1회 전국낚시선수권대회 우승자 한명수 씨에게 수여된 리승만 대통령의 상패.

최초의 단체전 낚시대회 

50~60년대에 범람한 수많은 낚시대회 중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장르가 생겼다. 일반 낚시동호회와 낚시점 중심의 낚시회가 증가하고 직장낚시회까지 늘어나 ‘단체전’이 시작된 것이다. 1958년 10월 26일, 우리나라 최초의 낚시단체인 전국낚시연합회(회장 이재학) 주최로 철원 백학지에 열린 제2회 추계대회. 낚시대회 단체전 최초의 사례에 해당하는 이 행사 영예의 우승은 김성국(서울낚시회 2대 회장 역임) 씨가 조직한 한국낚시회. 국내 최초의 낚시회로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던 명문 서울낚시회가 고배를 마셨다.

24개 직장낚시회가 7주간 겨룬 첫 ‘토너먼트’ 대회 

1954년 산업은행에 직장낚시회가 발족된 이후 60년대 들어 공기업 중심의 직장낚시회가 늘어나 이를 겨냥한 직장낚시회대회까지 개최되었다. 그것도 토너먼트 방식. 하루, 한 장소에서 단판 승부로 끝내는 것은 운수(運數)에 좌우되기 쉽다는 점에서 날짜와 장소를 달리해 가며 여러 차례 솜씨를 겨루는 이른바 ‘토너먼트’ 방식의 낚시대회가 최초로 열린 것이다.

반도낚시회가 주최하고 조선일보사·합동통신사·동화통신사·중앙공보관 후원으로 개최한 제1회 전국실업낚시대회(1963.09.01.~10.20)엔 24개 직장낚시회(팀당 선수 10명과 감독 겸 코치 1명)가 참가해 매주 일요일마다 예선과 준결선, 최종 결승전을 치렀다. 김포 화성수로에서 9월 1일 첫 예선전에 돌입해 7주 후 10월 20일, 최종 승자 7개 팀이 김포 갯골수로에서 최종 결승전을 치른 결과, 중량우승을 차지한 대한석탄공사가 우승기를 휘둘렀고, 대어우승은 중소기업은행이 차지했다.

이후 1969년 6월 8일에 개최된 제6회 전국실업낚시대회는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반도낚시회가 주관한 형식의 ‘청룡기 쟁탈’로 바뀌었는데, 한국연예인단 팀으로 참가한 당대의 인기배우 이예춘(배우 이덕화 씨의 선친) 씨가 29.5cm 준척 붕어로 대어1등을 차지해 화제가 되었다.

이후 토너먼트 방식의 낚시대회는 전문 꾼들이 주축이 되어 흥행을 부채질한 결과,  90년대 후반의 배스낚시에 이어 바다낚시 토너먼트가 프로 선수들을 배출시켰고,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선 유료터 중심의 붕어낚시에까지 유행을 불러일으켰다. 

▲ 국내 최초의 ‘토너먼트’ 대회에 수여된 우승기! 반도낚시회가 주최하고 조선일보사·합동통신사·동화통신사·중앙공보관 후원으로 열린 제1회 전국실업낚시대회(1963.09.01.~10.20)엔 24개 직장낚시회(팀당 선수 10명과 감독 겸 코치 1명)가 참가해 매주 일요일마다 예선과 준결선, 최종 결승전을 치렀다.

자료 제공 예조원 발행 사진으로 보는 한국낚시 10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