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100]

물고기의 유전자 살리기(genetic rescue)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 인공 이송이 필요하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댐에 갇혀 있는 물고기는 하류의 물고기와 격리되어 근친교배 확률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인공적으로 상하류의 물고기를 잡아서 섞어 주어 유전자 다양성을 높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주장이다. 

지구 생태계의 생물은 서로 먹고 먹히면서 먹이연쇄에 연결되어 있고 그 결과 생물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조절하고 있다. 여기에는 생물다양성이 필수 조건인데 다양한 생물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핵심 요인은 돌연변이다. 생물은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부모와 유사한 개체를 만들면서 자손을 이어가지만 같은 종일지라도 각 개체의 유전자는 조금씩 다르다. 

생물의 유전자 DNA는 두 가닥으로 만들어져 한 가닥이 고장 나더라도 남은 한 가닥의 정보를 보면서 수리할 수 있으므로 복제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간혹 발암 물질로 유전자 복제에 오류가 생기기도 하고, 유전자가 잘리거나 다른 생물의 유전자가 끼어들기도 한다. 이를 돌연변이라 하는데 대부분의 돌연변이 개체는 생존하지 못하지만 매우 낮은 확률로 환경에 더 잘 적응하는 변이가 나타난다. 이것이 종이 분화하고 진화하는 원인이다.


종 내 유전자 다양성 필요 

생물종이 멸종하지 않고 진화하려면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가 새로운 환경이 나타날 때 이에 적응할 수 있는 개체를 만들어 내야 한다. 유전자의 변이가 너무 크면 살아남지 못하는 돌연변이가 될 수도 있지만, 적절한 변이가 있으면 멸종을 막는 데 유리하다. 

예를 들어 어느 종의 개체군이 중간 온도에만 생존할 수 있는 개체들로만 구성되면 온도가 극한으로 추워지거나 더워질 때 멸종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종이라도 고온형 변이와 저온형 변이가 섞여 있다면 극한의 기후 변화에도 멸종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종 내 유전자 다양성이라고 하는데 생물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유전자의 단순화를 막는 방법으로 고등생물은 다른 개체와 유전자를 교환하는 유성생식 기능을 개발하였다. 암수가 유전자를 절반씩 섞어서 자손을 만드는 것이다. 어느 개체도 어미의 유전자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과정을 통해 한쪽의 유전자 결함은 배우자의 유전자에 의해 보완되어 생존할 수 있으며, 새로운 유전자는 자손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그 가운데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가 살아남는 자연도태 작용으로 멸종을 막고 진화에 도움을 준다.

우리는 근친혼이 결함 있는 유전자가 만나 질병이 생길 확률이 높아서 좋지 않으며, 가축에서도 잡종교배가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야생생물의 근친교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심지어 암수 한 쌍만 남아 있으면 멸종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생물종이 생존하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개체수와 종 내 유전자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 종 내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 중간 온도에만 생존할 수 있는 개체들로만 구성되면 온도가 극한으로 추워지거나 더워질 때 멸종할 수 있다.

▲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있는 개체군은 온도가 극한으로 바뀌어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댐, 보 설치로 인한 서식지 단편화가 근친교배 원인

인간에 의해 야생동물의 유전자 다양성이 낮아지는 중요한 원인이 서식지의 단편화다. 도로, 건물, 도시, 댐, 보 등에 의해 서식지가 갈라지며 생물이동이 제한되면 서서히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한다. 

같은 면적의 서식지일지라도 잘게 나누어진 서식지는 큰 서식지에 비해 서식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다양한 미소서식지를 찾을 수 없거나 서식지의 가장자리가 서식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작은 서식지 내에서는 근친교배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작은 섬의 동물은 넓은 대륙의 종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 멸종하기 쉽다. 이를 갈라파고스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격리에 의한 유전자 단순화가 생존에 불리한 조건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비상시를 대비한 변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물고기는 오늘날 심각한 서식지 단편화의 피해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는 34,000개 이상의 보가 있고, 저수지가 17,000여 개 존재하여 하천 서식지를 갈라놓고 있다. 일부 작은 보에는 어도가 있어 어류 이동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 보와 댐은 어류 이동이 불가능하다. 하천의 어도는 흙으로 메워져 있기 일쑤고, 대형 댐에는 아예 어도가 불가능하다. 댐에서는 어도가 있더라도, 상류로 오르는 어류는 일부 찾아 가지만 하류로 내려가려는 어류는 댐 내에서 어도로 흘러 내려가는 물의 흐름을 찾을 수 없어 거의 효과가 없다.

보가 많이 건설된 하천의 상류에서는 서식하는 어류의 종수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된다. 하천의 수면적은 동일하지만, 보와 댐으로 격리되어 단절되면 서식지의 가치가 낮기 때문이다. 산란지와 생육지가 단절되기도 하고, 월동지와 단절되기도 하여 일부 종은 서서히 절멸한다. 설사 어느 종이 아직 절멸하지 않았더라도 서식지 단편화로 서서히 유전자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을 것이다.


▲ 도로, 댐 등에 의해 서식지가 단편화되어 개체군이 격리되면 유전자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서식지 의 가치가 낮아진다.

▲ 토사로 메워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도의 사례.<사진 김재구>


어도 건설보다 직접 이송이 효과적  

육상에서는 생태통로라도 만들어 서식지를 연결해 주고 있지만, 하천에서는 일부 어도를 제외하면 하천 서식지 단편화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이 없다. 댐과 보를 모두 없애지 않는 한 민물고기의 유전자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물고기를 잡아 인위적으로 섞어 주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연어가 소상하는 미국의 하천에서는 하류에서 어미를 잡아 댐 상류에 풀어 주고 상류에서 치어를 잡아 하류로 옮겨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강에 댐이 많다 보니 한두 곳을 어도로 통과 한다고 해도 온전히 하천 상하류를 연결할 수 없어 여러 개의 댐을 우회하여 인공 이송해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하천에도 많은 대형 댐이 있는데, 어도를 건설하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아서 이송해 주는 편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효과가 확실하다. 우리나라 하천에서도 어류의 근친교배를 막고 유전자 다양성을 높이는 ‘물고기 유전자 살리기(genetic rescue) 운동’이 활발해지기를 고대한다. 


▲ 상하류의 격리된 어류를 인공 포획하여 섞어 주면 개체군의 유전자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