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제주 용당못 출조에 동행한 송귀섭 선생과 함께 월척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용당못은 인근 용수지의 유명세에 가려있던 월척터다.

이제 대부분 들녘은 추수가 끝나고 동절기 농한기에 접어들었다. 매년 느끼지만 추수가 끝난 빈 들녘을 볼 때마다 농사철에는 농부들에게 곡식을, 추수 이후에는 낚시인들에게 좋은 포인트를 제공하는 터전이라 늘 고마움을 느낀다. 이러한 장소적 여건 외에도 추수 이후에는 기온이 여전히 높아 밤에도 적정한 수온과 좋은 물색을 유지한다. 조황 내리막길에 앞서 저수지낚시의 새로운 호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원래는 고흥권 주교지에서 허리급부터 4짜급까지 잘 낚인다는 소식에 출조 준비를 하던 지난 11월 4일, 제주도에서 예상하지 못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드디어 월척급 중후반으로 잘 낚이고 있네요. 저희 정출 일정에 맞춰 오시면 될 듯합니다”라는 제주 민물사랑회 김정일 회원의 목소리였다. 

지난 10월에 광주 황금무지개 조우회와 제주민물사랑회의 연합정출 행사가 있었다. 그때 제주민물사랑회 한수훈 총무로부터 ‘11월 정출 때 제주도로 넘어왔으면 좋겠다’라는 동행출조 권유를 받았고 그 약속을 잊지 않고 전화를 해준 것이다. 약속도 지킬 겸 제주도 출조도 오래된 터라 바로 참석 의사를 전했다. 

▲ 제주민물사랑회 회원들과 송귀섭(아래 맨 우측) 선생의 기념촬영.

제주도 민물터도 낚금된 곳 많아져 안타까워 

11월 두 번째 주 주말, 광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50분 만에 제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마중 나온 제주민물사랑회 한수훈 총무, 김정일 회원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정출지인 제주시 한경면에 있는 용당못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한수운 총무로부터 제주도 내 저수지, 천, 저류지 여건을 비롯 여러 곳의 최근 조황 소식을 간략히 전해 들었다. 그중 제주도 내 3대 저수지인 용수지, 수산지, 광령지가 낚시금지로 묶였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정출지로 가기 전에 그곳들을 들러 보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약 6천500평의 광령지. 상류에 연, 뗏장수초, 갈대 등 수초 형성이 잘 돼 있었다. 만수위 시 제방권이 약 2m, 상류권은 80cm 정도의 수심을 보이는 곳이다.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이나 터가 세고 붕어 입질 받기가 쉽지 않은 곳. 그래서인지 꾼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연안은 잡풀로 무성했다. 한수훈 총무 역시 ‘붕어 조황 기복이 너무 심해서 그동안 등한시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광령지에서 약 3km 거리에 있는 수산지로 이동했다. 만수면적은 약 2만9천평으로 제주도 내 저수지 중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서쪽 연안에 자리 잡은 천연기념물 441호로 지정된 곰솔(소나무과로 상록침엽수로 해송, 흑송이라고도 한다)은 수산지의 상징물로서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외래어종인 배스, 블루길이 유입되었고 토종붕어와 떡붕어를 비롯 잉어, 장어 등 다양하고 풍부한 어족자원을 자랑한다. 이런 좋은 여건의 수산지가 공원화사업 일환으로 상류권에서는 공사가 한창 중이었고 수산리 마을 이장의 강력한 낚시 제재로 금지 아닌 낚시금지 상태이다. 

마지막 경유지로 한경면에 있는 5만여 평의 용수지에 도착했다. 용수지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저수지이자 대물터로 알려진 곳이다. 수산지와 마찬가지로 외래어종인 배스가 유입됐고 토종붕어를 비롯 잉어, 장어, 가물치 등이 서식한다. 붕어 입질을 받으면 대물터답게 월척급 이상 4짜급 붕어가 주로 낚인다. 단점으로는 바람 영향을 많이 받고 녹조현상도 잦은 편이다. 

또한, 매년 조류 인플레인자 탓에 동절기부터 초봄까지 저수지로의 접근이 금지된다. 올해 역시 접근 금지는 물론 제방공사까지 진행 중이다. 올레길 영역으로까지 포함된 용수지는 어느 순간에 금지조치가 취해질지 모를 상황이다. 이처럼 제주도를 대표하는 저수지가 모두 낚시금지 조치 될 상황에 놓이자 제주 민물사랑회에서는 그 중 큰 걸림돌이 없는 광령지를 택해 ‘자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 낚시금지 조치를 막기 위해 제주민물사랑회에서 특별히 관리하며 보존 중인 광령지. 

▲ 매년 겨울이면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는 용수지. 11월 중순 현재는 제방 공사 중이다. 

▲ 천연기념물 441호 곰솔을 보유하고 있는 수산지는 공원화사업이 진행 중이다.

용당못, 규모는 작지만 위력은 대형급 

제주도를 대표하는 3곳 저수지를 돌아본 후 용수에서 북쪽으로 약 500m 거리에 위치한 정출지 용당못 하류에 도착했다. 이미 도착한 제주민물사랑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연안을 둘러봤다. 약 1300평 수변 전역이 연으로 가득 찬, 말 그대로 연못 규모의 저수지였다. 연안으로는 연 외에 뗏장수초, 갈대가 조금 형성돼 있었다. 용당못에는 토종붕어를 비롯 잉어, 장어, 가물치 등이 서식하고 새우와 참붕어도 채집된다. 

회원들의 조언을 참고로 남쪽 하류권 연안에 자리를 잡았다. 규모는 작아도 수심은 전체적으로 약 2m가 넘었고 퇴적 부유물들이 많은지 밑걸림도 잦았다. 간단한 작업을 마친 후 2칸에서 3칸 사이 6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생미끼 사용 시 잔 씨알 붕어와 잡어 성화가 심하다고 해 옥수수나 글루텐을 주로 사용했다. 

오후가 되자 강한 북풍이 불기 시작했다. 잔 씨알의 붕어 입질만 몇 차례 받고 제주민물사랑회에서 준비해온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어두워지자 작은 연못은 연잎 사이사이에 세워진 찌불로 채워졌다. 

▲ 하류권에서 붕어를 노리는 필자. 용당못은 전역에 연이 밀생하고 바닥이 거칠어 채비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 본부석에 모여 저녁식사를 즐기는 촬영팀.

초저녁부터 31~33cm급 월척붕어 조과 소식이 들려왔다. 바람도 자고 포근한 저녁 시간의 월척 소식은 4짜급 대물 붕어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순간 깜박거리는 찌불에 집중했고 바로 옆 찌불도 깜박이며 나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 

잡어들의 미끼 훼손이 심해 미끼를 교체하려던 순간 찌톱이 한 마디 올라왔다. 그러나 그 후로는 움직임이 없다. 갈등 속의 인내력 테스트일까? 여러 가지 물 속 상황을 예상하며 챔질 시기를 엿봤다. 그러던 중 빛의 속도로 찌불이 수면 아래로 입수해 얼떨결에 챔질로 이어졌다. 올라온 녀석은 32cm 월척붕어였다. 체고와 채색은 좋아 보이나 예상과 달리 턱걸이 수준이라 서운함이 앞섰다. 

서운함을 지울 대물붕어 입질 한 번을 기대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던 차 곳곳에서 월척과 4짜급 대물붕어 소식이 전해져 왔다. 제주살이를 하고 있는 아피스 송귀섭이사도 회원 자격으로 참석해 월척 손맛을 봤다. 자정 무렵까지 작은 연못은 지척의 대물터인 용수저수지를 능가하는 조황을 보여줬다. 

▲ 용당못 하류는 수심이 얕았지만 초저녁부터 많은 월척이 올라왔다.

▲ 낮 시간에도 중치급 씨알은 어렵지 않게 낚을 수 있었다. 

▲ 김정일 회원이 밤낚시로 올린 41cm 붕어.

새벽 시간에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동 틀 무렵 본부 천막에 모인 회원들은 따듯한 커피 한 잔을 들고 제각기 낚은 붕어 이야기보따리로 잠시나마 피로를 풀었다. 

새로이 미끼를 달고 찌를 세워 아침 시간에는 어떤 입질이 이어질까? 내심 아직 낚지 못한 대물붕어를 그리며 낚시에 집중했다. 그러나 잔 씨알과 준척급만 입질했고 오전에 내린 비 예보 탓에 모두 철수 준비를 했다. 대체로 초저녁부터 자정 무렵까지 월척급 이상 대물붕어 입질이 이어졌으나 4짜급 대물붕어는 밤 8시~10시경 입질이 쏟아졌다. 4짜급 대물붕어는 41cm 1마리였고 대부분 월척붕어는 32~36cm가 주종이었다. 

취재일 낚시 결과를 종합해 보면, 바닥에 쌓인 퇴적물과 억센 연 줄기 탓에 밑걸림이 잦았고 이로 인해 붕어 입질이 여러 형태로 나타나 입질 파악이 쉽지 않았다. 미끼는 생미끼보다 옥수수나 글루텐이 다소 유리했으나 씨알에서는 옥수수가 단연 앞섰다. 

▲ 도로변에 자리를 잡은 제주민물사랑회 김명준 고문. 동행한 일행들이 함께 찌를 바라보며 환담을 나누고 있다.

용수지 유명세에 가려있던 보물터 

이번에 출조한 용당못은 그동안 지척에 있는 용수지의 유명세에 가려 등한시 되어왔다. 그러다 약 4년 전, 제주민물사랑회 김영복 회원이 주변을 탐색하던 중 월척붕어를 비롯 4짜 대물붕어 조과를 일군 이후 동절기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바다낚시터만 있을 것 같은 제주도에도 저수지, 저류지, 천 등 많은 붕어터가 산재한다.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제주살이를 몇 년째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좋은 여건을 갖추어 제주도 여행의 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낚시금지 조치 예정이라니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제주민물사랑회 한수훈 총무에 의하면 광령지만이라도 지켜내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주변 청소를 하고 다른 붕어터에서 낚은 붕어를 선별하여 그곳에 방생하고 있다고 한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만추의 끝자락에서 제주도의 숨겨진 신생 대물터의 위력을 확인 검증한 조행길이었다. 제주 감귤 농장길을 따라 철수하며 제주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 밤낚시로 41cm 붕어와 허리급 붕어를 올린 김정일 회원.

▲ 도로변에 자리를 잡았던 김명준 고문은 두 대의 낚싯대만 편성해 월척을 뽑아냈다.

▲ 취재일 낚은 월척과 중치급 붕어만을 골라 광령지에 방류했다.

▲ 낚시 후 용당못 인근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제주민물사랑회 회원들.

내비 입력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