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에도 붕어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고흥 해창만수로. 연안에 갈대가 많이 자라 있으며 주변보다 수심이 깊고 수초 사체가 많아 붕어가 월동하기 좋은 환경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면 수생식물 대부분은 사멸한다. 그 결과 물속에 잠겨있는 수생식물의 사체와 수위 상승으로 인해 잠긴 육상식물의 사체가 겨울철 물고기들의 은신처나 회유로가 된다고 지난 12월호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 겨울에는 물고기들이 어떻게 움직일까? 또 사멸했던 수생식물 중 여러해살이나 한해살이는 어떻게 겨울을 나서 다시 생육하게 될까. 식물도 동물도 모두 힘들어지는 겨울, 물속 상황을 알아본다.

겨울, 모든 것의 재시작 점 

겨울은 모든 것이 다 끝나는 느낌인 것 같지만 바꾸어 말하자면 모든 것을 다시 재탄생하게 만드는 정갈한 계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는 생명이 한없이 꿈틀거렸던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모든 것을 리셋 시키고 그 과정에서 사라질 것은 깔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탄생할 것은 이듬해를 기약하며 점차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 겨울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물속은 육지의 생태와는 다르게 더욱 황량해지는 경우가 많다. 육상은 여러해살이식물이 주를 이루는 생태가 기반이라면 수생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수생식물은 대부분 1년생이라 겨울이 되면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멸해 버리기 때문이다. 

비단 식물뿐 아니라 물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민물에서 사는 물고기 대부분이 변온동물임을 감안한다면 떨어지는 수온에 맞춰 체온도 변하기에 동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가장 컨디션이 좋고 선호하는 수온에서의 활성도보다는 월등히 낮은 활성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겨울이라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 가을보다는 그 움직임과 행동반경이 둔해지고 좁혀지는지라 낚시도 그만큼 힘들어지게 된다. 

▲ 겨울에 낚시를 즐기는 낚시인. 수온이 낮은 겨울에도 일부 어종은 계속 활동 상태를 유지한다.

물고기는 동면하는가?

예전부터 많은 논란이 되어 왔던 물고기 동면. 과연 물고기는 겨울에 동면하는가? 

이 질문에 맞춰 우리는 동면이라는 정의를 정확히 알고 그 단어의 뜻을 물고기에게 입혀야 한다. 사실 동면(겨울잠, Hibernation)이라는 정확한 사전적 정의는 ‘동물이 겨울에 활동을 중단하고 땅속 등에서 겨울을 보내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추위와 먹이 부족에 대한 동물의 환경적응 중 하나로 변온동물(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과 정온동물(포유류 등) 모두 다 해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동면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정의가 정해졌을지라도 과학적으로는 명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다. 동면이라는 단어가 가진 모호성 때문이다. 

동면하는 대표적인 동물인 곰을 비교로 할 때, 추위나 기온하락으로 인해 생리 패턴이 바뀌게 되면 발현하는 것이 동면 패턴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동면의 과학적 정의를 다른 종에는 입힐 수가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곰이 겨우내 자고 쉬고 움직이지 않고 일정하게 심장과 맥박수가 내려가는 것을 동면이라고 봤을 때 그 패턴을 물고기의 겨울철 움직임에 입혀서 ‘동면한다’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즉, 종마다 분류군마다 동면의 정의는 다르고, 각각 개체에 맞춰 다르게 정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되면 마치 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동면으로 치부하는 것은 틀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류의 동면 패턴은 정해졌는가? 몇몇 종은 동면한다고 저널이나 논문에서 확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어류를 위한 동면의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해선 동면이라 할 수 없다. 그것은 동면이 아니라 급격한 수온 변화와 생리 대사활동 쇼크로 인한 ‘행동의 일시 정지’로 봐야 함이 옳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을 동면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여러 사람들의 주장이 다른 것은 명확한 답이 아니므로 아직 어류의 동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고 본다. 그것은 종마다 다르고 환경마다 다르다.

▲ 배스의 스쿨링. 대형 호수의 배스는 깊은 수심, 안정된 수온을 지닌 곳에 스쿨링을 이룬다.

물고기의 겨울 행태는 ‘동면’이 아니라 ‘월동’

앞서 말한 대로 양식장이나 어항 등 인공적인 장소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순응한 물고기들이 겨울이 되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을 나는 동면이 아닌 월동이라 말하고 싶다. 

둘 다 비슷한 뜻이긴 하지만 동면은 잠에 초점을 둔 단어이고 월동은 ‘겨울에 행동하는 양식’이라는 뜻이 더 강하므로 동면이라는 단어보다는 월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이 옳다고 본다. 물고기는 떨어지는 일조량, 내려가는 기온, 강해지는 찬바람에 의해 서서히 수온이 내려가서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 변온동물임을 감안하면 수온이 떨어짐과 동시에 체온 역시 내려가게 된다. 떨어진 체온은 물고기의 행동을 둔화시키고 생리적 활성도도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종마다 특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굴을 파거나 진흙을 파고 들어가는 종은 종 특유의 월동 활동을 하게 되고 우리가 흔히 겨울에도 낚시로 잡을 수 있는 종은 수온이 떨어져도 먹이활동과 회유를 하게 된다. 단지 움직임이 둔해지고 대사가 떨어지고 움직임이 멈춘다고 동면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종마다 다른 특성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 겨울이 되면 갯벌에 굴을 파고 들어가 겨울을 나는 짱뚱어. 물고기의 월동은 종마다 행태가 틀리다.

수생식물의 월동, 휴면

물고기가 월동하듯 수생식물 역시 겨울을 나게 된다. 수생식물은 대부분 한해살이 식물로 정상적으로 생육을 하였다면 가을에 씨앗을 만들고 대부분 죽게 되는데, 그 씨앗은 겨울을 넘기고 이듬해 싹이 나기 시작한다. 식물도 동물처럼 월동하게 되는데 겨우내 차가운 수온이나 물속 바닥에서 겨울을 보내다 발아 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운다. 

식물은 자신들이 생존하기 좋은 여건이 되거나 생육에 유리한 환경이 올 때까지 종자의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데 이것을 휴면이라고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는 생체리듬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것으로 휴면상태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앞에서 말한 대로 발아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이것은 식물의 종마다 조건이 다르다.

동물의 배설물로 이 휴면이 깨지는 식물도 있고 한순간의 소나기에 반응하여 휴면을 타파하는 식물도 있는데, 수생식물의 경우 대부분 수온과 일조량에 반응하여 휴면이 깨지면서 싹이 올라오게 된다. 

또한 이러한 씨앗 없이 겨울을 나는 수생식물도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 여러해살이 풀이며 정수식물에 속한 수생식물이 많다. 정수식물은 이전에도 여러분 이야기하였지만 수변 지역 주변에서 자라는 수생식물로 갈대, 달뿌리풀, 부들, 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정수식물 중 갈대는 씨앗 없이 땅속줄기로 생육하며 새로운 개체를 만들게 되며 물 밖으로 나와 있는 줄기와 잎은 죽어 없어지더라도 땅속줄기가 살아있는 채로 겨울을 나며 이듬해 일조량이 좋아지면 다시 땅속줄기에서 싹이 나와 뻗어나간다. 

▲ 갈대의 땅속줄기. 종자 없이 줄기로 생육하며 뻗어나간다.

이상(異常) 환경 및 이상 기후에 의한 생물들의 월동

수생식물 대부분과 물고기는 겨울이 되면 죽거나 움직임이 둔화하고 성장이 둔화하며 신진대사도 굉장히 느려지지만, 국지적으로 그렇지 않은 곳이나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다. 바로 이상 기후와 이상 환경이다. 

이상 기후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많은 과학자가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상 기후에 의해 수많은 생물이 생리기작과 호르몬 분비가 변하고 그에 따라 이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수생생태계의 경우 이상 기온으로 인해 겨울에 죽어 없어져야 할 수생식물들이 죽지 않고 그해를 나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특히 이러한 식물은 원래 국내에는 없는 수생식물이 대부분으로 대표적으로 부레옥잠과 물앵초 등이 평균 기온이 높은 남쪽 지방에서 겨울에 죽지 않은 채로 생육한 것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상 기후에 이어 이상 환경, 즉 정상이 아닌 환경에 놓인 생물들을 말하는 것으로 주로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시사철 온수가 나오는 대규모 공장이나 하수처리장 인근, 원자력발전소 인근, 그리고 계속해서 물이 흘러나가는 저수지의 무넘기나 호수 바닥의 용천수 등이 이러한 환경에 속한다. 

이러한 이상 환경을 지닌 곳에 사는 생물들은 계속해서 일정한 수온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에 따라 한국에서는 월동하지 못할 것이라 했던 나일틸라피아가 정상적으로 겨울에도 서식하고 있으며 ‘구피천’으로 유명한 모 공장의 처리수가 나오는 하천은 1년 내내 구피의 서식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 환경에는 없는 생물로 굉장히 독특한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외래종, 또는 침입종으로 규정하고 적절한 관리가 들어가고 있는 곳도 많다. 

▲ 봄에 싹을 틔운 종자. 겨울에 휴면하던 종자는 일조량, 기온 등 생육에 유리한 여건이 맞으면 발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