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와 이두수(우) 씨가 봉암지에서 낚은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울산에 사는 이두수 씨에게 전화가 왔다. 상기된 목소리로 “어제 고흥 봉암지로 출조했는데 4짜 두 마리를 낚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다음날 아침에 전남 고흥으로 출발했다. 

봉암지는 고흥반도 최남단 도덕면 도덕리에 있는 만수면적 11만5천평 규모의 저수지다. 1984년에 준공되었고 붕어, 잉어, 잉붕어가 서식한다. 한때 호남 최고의 호황터라 불릴 정도로 준월척이 많인 낚인 곳으로 낚시춘추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간척지 삼면에 제방을 축조해 만들었으며 물은 인근 오마수로에서 퍼 올려 담수하는 양수형 저수지다. 현지인들은 백옥지라고도 부른다.  

▲ 고흥 봉암지 전경. 봉암지는 각지형 저수지로 삼면이 제방이며 출조한 날에는 우측 상류에서 부는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낮에 글루텐 미끼로 4짜 두 마리 포획  

이번 출조는 출발 하루 전부터 추위가 시작돼 눈도 날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조건은 아주 좋지 않았다. 게다가 가을 추수가 끝나서 봉암지 담수량도 줄어 연안 수심이 1m 전후로 얕아져 있었다. 봉암지는 평지형 저수지라 수심이 깊지 않아 2~3m로 고르게 나와야 좋은데 이번에 찾았을 때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봉암지에 도착해보니 전화를 준 이두수 씨가 먼저 도착해 낚시하고 있었다. 상류 산 쪽에서 하류 제방을 봤을 때 우측 상류 구간에 바람을 피해 낚싯대를 펴고 있었다. 

이두수 씨와 인사를 나눈 후 어제 조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낮에 글루텐 미끼로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41cm, 44cm 월척 붕어 두 마리를 낚았다. 입질이 아주 약했지만 약한 입질을 파악해 가며 낚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이두수 씨의 자리에서 하류 방향으로 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을 확인하니 5.5칸 대 기준으로 1~1.2m가 나왔다. 옥수수에 글루텐을 묻혀 사용하는 일명 ‘옥무침’도 준비해 5.2~6.0칸 대까지 총 10대를 펴고 낚시했다. 저수지 바닥에 돌이 많아 이따금 채비가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 이두수 씨가 낚은 44cm 붕어를 계측자에 올려 촬영했다.

미약한 입질 오면 기다리지 말고 채보는 게 좋아 

낮에는 가끔씩 찌톱을 두 마디 정도 올리는 입질이 간헐적으로 들어왔다. 챔질하자 27cm가 조금 넘는 붕어가 올라왔다. 약한 입질에 챔질하지 않고 기다리면 미끼만 먹고 끝나기 때문에 이런 입질이 들어오면 무조건 챔질해야 걸림이 됐다. 그러나 마릿수는 여전히 많지 않았다.  

오후 3시를 넘기니 약하게 들어오던 입질도 뜸해졌다. 그 틈에 미끼로 쓸 새우나 참붕어를 낚기 위해 채집망을 담갔다. 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낚시를 준비했다. 이두수 씨는 주로 낮에 낚시했지만, 나는 밤낚시에 더 집중했다. 

밤낚시에는 낮에 채집한 참붕어와 옥무침 미끼를 사용했다. 밤에는 낮보다 잡어 입질이 잦았는데 옥수수 미끼에는 깜빡깜빡하는 입질이 한참 들어 왔다가 잦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채비를 꺼내볼 때마다 미끼가 없어지는 것을 봐서는 참붕어의 소행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정체가 무언가를 알 수 없었고 챔질 타이밍 맞추도 어려웠다. 밤에 이두수 씨가 준척을 낚기도 했지만 그보다 굵은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 옥수수 미끼에 글루텐을 묻혀 만든 ‘옥무침’ 미끼.

▲ 채집망에 참붕어가 아주 많은 양이 들어왔다. 씨알이 굵기 때문에 작은 것을 골라 미끼로 사용한다.

▲ 봉암지에서 종종 낚이는 발갱이.

현지 낚시인들은 2월 이후를 추천

자정이 넘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시작했다. 살짝 올라온 찌가 옆으로 끌려가는 입질에 챔질하니 32cm 월척 붕어가 옥수수 미끼에 올라왔다. 반면 이두수 씨는 아침에 폭발적인 입질을 받아 무려 월척 5마리에 준척 7마리를 낚는 대박을 맞았다. 

아침까지의 조과를 정리해보니 이두수 씨가 전날 낚은 4짜 2마리와 오늘 아침 낚은 월척 5마리, 필자가 올린 턱걸이 월척 2마리 등이었다.

이두수 씨가 봉암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 낚시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오기 일주일 전부터 월척 붕어가 잘 낚였으나 며칠 전부터 갑자기 추워지면서 조황이 나빠졌다고 한다. 입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가장 잘 들어왔다고. 미끼는 전통적인 특성 그대로 글루텐에 가장 빨랐다고 한다.  

한편 초겨울도 좋지만 현지 낚시인이 추천하는 봉암지 출조의 최고 적기는 2월 말이었다. 저수지 얼음이 녹는 시기부터 시작해 5월 초까지가 가장 좋다는 것이다. 이때는 입질이 약하기 때문에 채비도 예민하게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 출조 이튿날 아침에 월척 붕어를 낚은 필자.

▲ 필자가 낚은 봉암지 월척 붕어. 다른 저수지에 비해 체고가 상당히 높다.

▲ 출조한 당일 이두수 씨와 필자가 낚은 월척 붕어. 준척과 4짜 붕어는 빼고 찍었다.

내비 입력 고흥군 도덕면 도덕리 25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