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백미지. 제방으로 도로가 나 있으며 제방권에 포인트가 많다.

지난 11월 22일, 김효성 씨(닉네임 잡초)와 함께 서산 성암지를 찾았다. 이곳에서 밴드의 납회가 예정돼 있어 미리 찾아가 본 것이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성암지는 물이 가물어 상류권은 아예 바닥을 들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이렇게 바닥을 들어낸 적이 없었는데 뭔 일인지 당황스럽고 또한 걱정스러웠다. 멀리 제방 쪽에 포클레인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뭔가 공사를 위해 물을 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김효성 씨에게 전화해 ‘물이 없어 낚시를 할 수 없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때 문뜩 지난주에 월척급 붕어가 마릿수로 낚였다는 당진의 백미지가 떠올랐다.

서둘러 성암지를 빠져 나와 당진으로 향했다. 백미지에 도착해 보니 먼저 온 씨가 제방 좌측의 첫 번째 특급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빠르기도 하지....’ 

상류권에는 4명의 낚시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중 한분께 조황을 물어보니 간밤에는 입질 한 번 못 봤다고 말했다. 이왕 이곳까지 왔는데 다른 곳으로 가기도 뭐해 제방권 첫 번째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제법 자리가 다져져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낚시를 했던 곳으로 보였는데 삭아 내린 연잎을 조금 잘라내고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가까운 2.4칸 대면 충분했고 다소 먼 곳은 4.4칸 대까지 총 11대를 편성하였다. 수심은 1.3m가량 되었고 연줄기가 아직 건재했지만 사이사이에 쉽게 찌를 세울 수 있었다. 글루텐을 단단하게 반죽해 미끼로 썼고 상황에 맞춰 옥수수와 지렁이도 함께 써보기로 했다. 대충 대편성을 마치고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으나 좀처럼 찌의 움직임은 없었다. 

▲ 제방 좌측 포인트 일대.

▲ 인기가 많은 제방 좌측 무너미 일대.

▲ 필자의 대편성. 삭은 연 줄기 곳곳에 찌를 세웠다.

▲ 제방에 대좌대를 편 김효성 씨의 포인트.

포인트 대부분이 깊은 하류권에 집중 

당진지 합덕면 대전리에 있는 백미지는 만수면적 2만4천여 평의 평지지로 현지에서는 ‘삽사리방죽’ 이라고도 불린다. 수면의 90% 이상이 연으로 덮여있고 상류권으로 부들이 일부 있다. 기본 수심이 얕은 곳이라 상류권에서는 거의 낚시가 불가능하다. 반면 제방권은 1.3m가량의 수심을 보는데 제방 좌측으로 올라가면서 수심이 얕아지며 낚시가 가능한 중류권은 70cm 가량의 수심을 보여 준다.

이처럼 갈수기가 잦은 여름에는 수심이 얕아 낚시터를 찾는 이가 거의 없으며 봄과 가을 이후에 찾는 이가 많아진다. 또한 가을철부터 초겨울에 굵은 붕어가 낚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미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닦여진 포인트 대다수가 연줄기를 잘라낸 자리라서 남아있는 연줄기가 밑걸림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채비 뜯김은 감수해야만 한다.

포인트는 제방 좌측 연안에 5곳, 제방에 4곳 그리고 제방 우측에 3~4 포인트가 나올 뿐 저수지 규모에 비해 포인트가 많지 않은 게 단점이다. 게다가 제방권에는 주차공간이 전혀 없으며 중간에 차량 교행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2곳 있어 이곳에만 주차가 가능하다. 그에 반해 제방 좌, 우측에는 주차공간이 충분해 주차 후 바로 낚시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현지 낚시인 말에 의하면 자생새우가 채집은 되지만 씨알이 잘아 미끼로 쓰기에는 부적합해 가급적 낚시점에서 사서 쓰는 게 유리하다고. 새우를 미끼로 쓰면 월척급 붕어를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 제방권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곳곳에 닦여진 포인트가 있다.

▲ 백미지 제방에 많았던 야생 갓.

새벽 1시30분에 올라온 35.5cm 월척

오후로 접어드니 전날 밤낚시를 했던 분들이 하나둘 철수했다. 그곳으로 포인트를 옮기고 싶었지만 장비가 너무 많아 포기하고 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해가 지도록 입질 한번 못 받고 미끼를 글루텐에서 옥수수로 바꿔 밤낚시에 돌입했다. 어둠이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에 세워 두었던 3,2칸 대의 찌가 살며시 솟아올랐다. 숨을 멈추고 기다리니 정점을 찍는다. 곧바로 챔질하니 잔챙이 붕어가 날아왔다. 거의 6시간만의 입질인데 고작 19cm짜리 붕어가 나오니 허탈했다. 다만 밤이 되었어도 기온은 많이 떨어지지 않는 영상의 기온이었고 바람도 없어 밤낚시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밤이 깊어지며 다시 한 번 입질을 받았으나 이번에도 6치 정도의 잔챙이. 이후 밤 11시까지 낚시를 하며 7치 한 수를 추가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 1시30분에 일어나 보니 세워져 있던 찌가 말뚝이 됐는지 건드린 흔적조차 없었다. 실망스러웠지만 미끼를 새로 달아 찌를 다시 세우려는데 중간에 거치한 4.2칸 대의 찌가 멋지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챔질에 성공한 후 연줄기를 감으며 버티는 녀석을 살살 달래가며 끌어내자 손끝에 느껴지는 힘이 월척 이상은 되어 보였다. 하지만 다시 힘없이 끌려오기에 방심했더니 다시 갑자기 치고 나가 월척 이상의 대물인 듯싶었다. 어렵게 뜰채에 담고 보니 허리급 붕어였고 계측자에 올리니 35.5cm의 대물붕어였다. 이렇게 허리급 붕어 한 수를 낚고 보니 기대감이 생기며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시 이후로는 입질이 없다가 새벽 5시가 지날 즈음 왼쪽 3.8칸 대의 찌가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깔짝대는 예신을 보내던 찌가 살며시 솟아올랐고 정점에서 챔질하니 손끝에 느껴지는 힘이 월척은 되는 듯했다. 하지만 뜰채에 담긴 붕어는 26cm의 8치급 붕어였다. 이후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고 그렇게 날이 밝고 말았다.

아침식사를 하고 김효성 씨와 필자의 텐트 뒤편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허리급 붕어를 낚았던 4.2칸 대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급하게 텐트 안으로 뛰어들었으나 이미 찌는 내려간 후였다. 아마도 그것이 마지막 입질이었던 것 같았다.

▲ 새벽 1시30분에 35,5cm 붕어를 올린 필자.

백미지 월척은 새우 미끼가 킬러 

오후가 되면서 초속 7~8m의 맞바람이 불기 시작하였고 기온도 급하게 떨어지면서 낚시는 어려워졌다. 점심 무렵 아산에 사는 이한구(닉네임 아래울) 씨가 찌개거리를 사들고 응원을 와 백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요즘에는 초저녁 잠시 입질하다가 끝난 후 새벽 2시 이후에 또 다시 입질이 집중된다’고 알려주었다. 미끼는 자생새우가 좋으며 옥수수 미끼에도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본격 겨울 동절기 피크는 이날처럼 찬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올 때부터 본격 시즌이 시작된다고 알려주었다. 

한편 전날 한밤중에 들어온 당진의 김영희 씨가 김효성 씨 옆에서 자리를 폈었는데 동이 틀 무렵 몇 수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그때 나온 붕어가 33cm짜리 월척 붕어였다. 김영희 씨는 대펴고 바로 입질을 받아 전날 밤 10시에도 32cm의 월척 붕어를 올렸다고 말했다. 미끼를 물어보니 역시 당진 시내의 낚시 가게에서 구입해 온 새우였다. 백미지 월척은 새우 미끼에 반응이 좋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 필자가 백미지에서 거둔 조과.

▲ 당진에서 온 김영희 씨가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내비 입력 당진시 합덕읍 대전리 256(또는 백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