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필자가 3박4일 동안 낚시한 청양 미량지. 사진은 출조 마지막 날로 붕어와어울림 회원들이 모여 자리를 잡았다.

지난 12월 2일, 붕어와어울림 회원들과 충남 청양에 있는 미량지에서 작은 모임을 갖기로 했다. 대전에 사는 붕어와어울림 윤은중 회원이 11월 25일에 홀로 미량지로 출조해 월척만 5수를 낚았다는 소식에 장소를 미량지로 잡은 것이다. 나는 미리 조과도 확인할 겸 일행보다 앞선 11월 30일에 미량지로 출발했다. 십여 년 만에 찾는 미량지가 그간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 윤은중 씨가 지난 11월 25일에 낚은 월척붕어 5마리.

▲ 미량지 취재를 함께한 붕어와어울림 회원들. 좌측부터 윤은중, 윤상기, 이준희.

▲ 미량지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갈대.

납자루, 새우 채집되는 토종터 

미량지의 정식 명칭은 미동지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표기는 물론 현지인과 낚시인 모두 동네 이름을 따 미량지라고 부른다. 1500여 평으로 소류지이며, 기온이 떨어지는 초겨울에 특히 조황이 좋다. 필자는 소류지 취재를 잘 하지 않지만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취재를 결정했다. 

미량지는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 붕어, 떡붕어, 가물치, 동사리, 납자루, 새우 등이 서식한다. 채집망을 던져 놓으면 주로 납자루가 가장 잘 잡힌다. 취재일은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생미끼 채집이 어려운 상황이라 옥수수 외에 새우 미끼를 미리 구입해 출조했다. 

11월 30일 오후에 미량지에 도착해 저수지를 둘러보았다. 모임을 갖기로 한 날이 12월 2일이라 미량지에서 3박을 지내야 했기에 대형 좌대 설치가 용이한 상류 모래톱에 자리를 잡았다. 미량지는 예전부터 제방 좌안 중류부터 상류 가운데까지가 명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그쪽 조황이 좋다고 한다. 바닥에는 말즘과 검정말이 잘 자란다. 겨울에도 새순이 나는 덕분에 붕어들이 잘 모이는 자리로 보였다. 

▲ 미량지 최고 포인트로 각광받는 제방 좌안.

▲ 상류 모래톱에 자리한 필자.

▲ 3박4일 출조를 위해 대형 좌대를 설치한 필자.

자정 무렵 옥수수 미끼에 첫 월척 

첫날 혼자 낚시한 결과 주로 5~6치급 잔챙이 붕어가 지렁이에 낚여 올라왔다. 큰 씨알을 노리고 납자루와 새우를 써봤지만 별다른 입질이 없었고 옥수수, 지렁이 미끼에 5~6치가 올라왔다. 미량지는 잔 씨알부터 4짜붕어까지 다양한 씨알이 서식한다. 월척급이 어렵지 않게 낚이는 곳으로 알고 있었지만 출조 첫날에는 잔 씨알만 낚였다. 

둘째 날에는 윤은중 씨가 합류했다. 제방 좌안 중류에 자리를 잡았고 대편성을 끝내고 오후 1시부터 낚시한 결과 7~8치급이 옥수수 미끼에 곧잘 입질했다. 

주로 3.5~5칸 대에 입질이 집중되었다. 미량지는 수심 편차가 적어 연안 대부분 자리가 2m 전후를 보인다. 둘째 날 낚인 월척붕어는 대부분 3.5칸 이상 긴 대에서 입질이 들어온 것으로 보아 깊은 곳을 노리는 것이 유리한 듯했다. 둘째 날 나와 윤은중 씨는 이른 저녁을 먹고 초저녁부터 낚시해 월척은 못 만났지만 심심치 않게 입질을 보았다. 

그러던 중 밤 8시30분경 윤은중 씨의 좌측 3.5칸 대에서 첫 월척 붕어가 올라왔다. 미끼는 옥수수. 월척붕어의 등장으로 기대감은 한층 더 커졌고 자정 무렵 텐트에서 야식을 준비하던 필자의 4.8칸 대에도 입질이 들어왔다. 찌를 쭉 올렸다가 옆으로 이동하는 입질에 월척붕어가 올라왔다. 미끼는 지렁이. 그렇게 다음날까지 잔 씨알과 7~9치 붕어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 12월 1일, 오전 10시가 넘어 윤은중 씨가 월척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 필자가 둘째 날 지렁이 미끼로 낚은 월척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날 밤에 월척 6마리, 중치급 20마리 낚아 

동호회 모임을 갖기로 한 12월 2일 토요일, 이준희 씨와 윤상기 씨가 오전 일찍 미량지에 도착했다. 이준희 씨는 무넘기 포인트에, 윤상기 씨는 상류 좌안 끝에 자리를 잡았다. 대편성 도중 옥수수 미끼로 이준희 씨가 7치 붕어를 낚았고 윤상기 씨 또한 7~8치 붕어를 올리는 것이 보였다. 

도착한 일행들의 낚싯대 설치가 모두  끝났을 즈음인 오전 10시30분경 윤은중 씨의 5칸 낚싯대에 입질이 왔다. 강한 챔질과 함께 낚싯줄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소류지 전역에 퍼졌다. 강하게 저항하며 뜰채에 담긴 녀석은 월척이 훌쩍 넘는 35.5cm 붕어였다. 옥수수 미끼를 먹고 올라왔으며 청양의 매운 고추만큼 매서운 손맛을 보여주었다. 기대감이 상승한 취재팀은 식사 전까지 낚시에 집중했고 심심치 않게 6~8치 붕어를 올렸다. 

저녁을 먹고 밤 7시경 각자 자리에 돌아가 밤낚시에 돌입했다. 마지막 날 밤에는 윤상기 씨에게 입질이 집중되었다. 옥수수에 월척붕어가 3마리 낚였고 8~9치 붕어도 연이어 올라왔다. 그런데 마지막 날 밤은 기온은 높아서인지 수달의 성화가 심했다. 수달은 붕어를 사냥한 후 연안에서 먹었는데 그럼에도 입질은 계속되었다. 

아쉬운 일도 있었다. 이준희 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수달이 살림망 속에 들어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낚은 붕어는 모두 놓쳤고 그 주변에서는 한동안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날 밤에 낚은 붕어는 30여 마리. 그중 월척은 6마리였고 나머지 20여 마리는 8~9치 준척이었다.

▲ 아침이 되면 낚싯대에 서리가 내렸다.

▲ 12월 2일 출조 마지막 날 밤에 윤상기 씨가 낚은 35.5cm 붕어.

▲ 잔 씨알 붕어는 많이 방류하고 7치부터 월척까지 조과를 모아 촬영했다.

▲ 윤상기 씨가 직접 개발한 소스로 만든 ‘쭈갑삼불고기’.

수달 많아 살림망 관리 잘해야 

미량지는 규모는 작지만 낚시할 자리가 많고 겨울에도 입질이 꾸준히 이어진다. 납자루와 새우 미끼를 먹을 때는 겨울에도 월척이 잘 낚이기 때문에 물이 얼기 전에 출조해볼 만한 낚시터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가끔 수달이 들어와 붕어를 사냥한다는 것이다. 명당으로 꼽히는 제방 좌안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붕어를 잡아먹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므로 살림망에 붕어를 담아둘 땐 방심하면 안 된다. 다행인 점은 수달이 다닌다고 해서 입질이 완전히 끊기는 것은 아니며 수달이 빠지면 곧바로 다시 입질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만약 잔 씨알 붕어의 성화가 심하면 납자루, 새우, 참붕어와 같은 생미끼를 쓰는 것이 좋다. 옥수수를 사용한다면 큰 바늘에 여러 개 꿰는 것을 추천한다. 

▲ 윤은중 씨가 옥수수 미끼를 사용한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 마지막 날 밤에 낚은 월척붕어를 보여주는 윤은중 씨.

▲ 작은 떡붕어도 낚였다.

▲ 낮에 낚은 잔챙이 붕어를 보여주는 이준희 씨.

내비 입력 청양군 운곡면 미량리 103 (미량소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