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당진 초대리지. 평소에는 잔 씨알이 주로 낚이지만 결빙 직전부터 봄 사이에 굵은 붕어가 잘 낚인다.

영하의 날씨로 접어들면서 중부권에서는 마땅히 갈만한 곳을 찾기 어렵던 지난 11월 말. 보트낚시 전문가 박현철 프로에게 조황을 여쭈니 당진 초대리지를 적극 추천해주었다. 며칠 전 낚시를 갔다가 월척급을 마릿수로 낚았다고 한다. 

초대리지라면 서해대교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바로 나오는 곳이 아닌가? 유료터로 관리되는 전대리지의 유명세에 눌린 곳이지만 최근 몇 년 새 노지낚시터로 다시 유명세를 탔으나 최근 조황은 썩 좋지 못해 나의 출조 리스트에서는 빠져있던 곳이었다.

지난 12월 1일, 초대리지에 도착해 보니 곳곳에 밧줄과 바리케이드가 쳐저 있어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저수지를 둘러보니 좌안 중류권으로만 차량 진입이 가능하였다. 

좌안에는 차대고 바로 낚시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여러 곳 있었으나 진입로가 좁아 차는 한 대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여건. 게다가 먼저 온 낚시인이 주차한 터라 진입을 위해 차를 빼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해 포기. 초입 주차 후 40m가량을 걸어서 들어갔다. 

내가 자리를 잡은 곳은 인공수초 앞.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강풍이 불고 있어 인공수초가 파도를 막아줄 것으로 보였다. 포인트에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무성하게 자랐던 것으로 보이는 마름 줄기들이 곳곳에 듬성듬성 보였다.

▲ 수질개선 공사 후 상류에 생겨난 시설물.

▲ 상류권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 좌안 중상류 포인트. 주차 후 바로 낚시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자리다.

▲ 드론으로 촬영한 좌안 하류권.

늦가을~초봄 사이가 최고의 시즌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기온이 이미 영하권으로 떨어진 듯 장갑을 꼈음에도 손끝이 아려왔다. 추위를 참아가며 좌대를 펴고 텐트까지 올려놓았다.

찬바람을 버텨가며 대를 펴자 수심이 2m를 훌쩍 넘었다. 준설 전에는 1m를 조금 넘기던 곳이었는데 준설 때 바닥을 긁어냈는지 수심이 깊어졌다. 수심이 예상보다 깊어 대편성이 늦어지면서 손뿐 아니라 발까지 시려 왔다. 대를 펴다 말고 온수 보일러 설치 후 침낭 속에 발을 넣고 있으니 그제야 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 홀로 출조한 터라 저녁식사를 만들기도 귀찮아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고 나니 어둠이 찾아왔다. 험하게 불던 바람도 어둠과 함께 사라지고 물 위에 평화가 찾아왔다.

2,8칸 대부터 4.4칸 대까지 모두 12대를 편성. 박현철 프로와 통화 당시 ‘지렁이가 잘 먹힌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지난주 사용하고 남은 지렁이를 달아 한 대 건너 하나씩 총 6대에 지렁이를 꿰었다. 나머지 6대에는 토코사의 ‘뽕어분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웠다.

초대리지는 당진시 신평면 초대리에 있는 6만평 규모의 평지지다.(1975년 준공)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리다 보면 송악IC에 다다르기 전에 우측으로 보이는 저수지다.

최근 농어촌 공사에서 수질개선을 위해 시설공사를 하면서 제방에서 볼 때 좌안에 있던 버드나무와 부들밭이 대거 사라졌다. 준설 작업도 했는지 수심도 2m가 넘을 정도로 깊어졌다. 상류권으로 높은 펜스가 생기며 그 많던 포인트로의 접근도 어려워졌다. 

초대리지는 저수지 주변으로 대형 축사가 많아 어느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도 악취가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특히 여름이면 기피하기 일쑤. 정화시설이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많은 비가 오면 여과되지 않은 가축 분뇨가 흘러드는 것인지 물색이 검은색을 띤다. 그 바람에 손을 닦기도 꺼림칙한 게 단점이다. 다만 마릿수 조과가 보장되다보니 축사 냄새가 약해지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많은 낚시인들이 찾는다.

몇 년 전 얼음낚시에 4짜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며 한때 낚시인들의 러시가 있었는데 현재는 평균이 6치이고 크면 준척급이 주로 낚이고 있다. 오래전에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었지만 개체수가 적어서인지 작은 붕어가 많지만 간간이 4짜 붕어도  낚이고 있다.(과거에는 새우 채집이 잘 되었지만 현재는 채집이 쉽지 않다) 떡붕어 개체수도 상당했으나 현재는 만나기 쉽지 않다.

▲ 필자의 낚시 포인트. 전방의 인공수초를 공략했다.

밤낚시를 방해한 불청객 수달 

얼마 지나지 않아 지렁이를 달아 놓은 찌가 살며시 올라오더니 옆으로 끌려가는 게 보였다. 황급히 챔질하자 19cm의 잔챙이 붕어가 날아왔다. 자주는 아니지만 잊을 만하면 찌가 솟아오르거나 옆으로 끄는 입질이 들어 왔고 이후로는 8~9치 붕어가 주로 올라왔다. 첫 붕어만 지렁이를 먹고 나왔고 이후에는 모두 글루텐에 낚였다. 밤 10시까지 드문드문 입질을 받아 7수 정도의 붕어를 올렸지만 월척을 넘는 붕어는 없었다. 

이때 뭔가가 다가오는 듯 큰 물소리가 났다. 수달이 찌를 밀고 다니며 포인트를 휘젓는 게 아닌가! 랜턴을 켜고 뜰채로 물을 두드리며 위협했지만 녀석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잠시 머물더니 앞쪽으로 무심히 나가는 게 보였다.

밤 11시까지 추가 입질을 기다렸지만 수달 때문인지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고 떠 놓은 물은 꽁꽁 얼었다. 낚싯대도 하얗게 서리가 내린 채 얼어 있는 등 추위가 절정에 이른 듯했다. 낚싯대도 들 때마다 ‘뚜둑’하고 비명을 질렀다. 더 이상의 낚시는 어려울 듯해 텐트를 닫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보니 여전히 날씨는 추웠다. 낚시고 뭐고 너무 춥다 보니 다시 따뜻한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 밤새 서리가 내려앉은 낚싯대.

동절기에는 새우 미끼에 월척 잘 낚여 

새벽 5시에 일어나 보니 기온이 올랐는지 낚싯대 위의 서리가 모두 녹아버리고 없었다. 기온이 오히려 초저녁 보다 높아졌는지 새벽 2시에 다시 떠 놓은 물은 얼지 않았다. 이에 새벽 입질을 기대하고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으나 동이 튼 후로는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이후 일행 2명이 들어와 옆으로 자리를 잡았고, 한 동호회에서 모임이 있는지 20여 명의 회원들도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 밤은 입질이 거의 없었고 다음날 아침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동이 튼 이후 중류에서 낚시했던 서효진 씨에게는 입질이 집중되었다. 새벽 4시까지 소나기 입질을 받아 월척 등 8치급 이상으로만 30여 수의 붕어를 낚은 게 돋보였다. 

한편 보트를 타고 들어갔던 윤영선(소윤아빠) 씨는 36cm의 혹부리 붕어와 비슷한 씨알의 대물 붕어를 여럿 낚아 눈길을 끌었다. 윤영선 씨는 새우와 참붕어를 미끼로 썼는데 동절기에는 새우에 큰 붕어가 붙는다고 말했다.

우리 일행 중에는 김복용(반딧불) 씨가 8~9치 붕어 6마리를 낚아 그중 가장 좋은 조과를 보였다. 미끼는 지렁이를 사용했고 아주 미약한 입질에 챔질하면 어김없이 걸림이 됐다고 했다. 

대체로 초대리지 단골 낚시인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날씨가 추워져야 큰 씨알이 낚이고, 얼음 얼기 전까지가 4짜를 만날 절호의 기회였다. 

촬영을 하다 보니 토요일 낮에 정출한 ‘청춘어낚’ 회원들이 초대리지 주변에 잔뜩 쌓인 쓰레기를 종량제봉투에 담아 트럭으로 실어내는 것을 보았다. 솔선수범하며 환경을 지키려는 동호회가 있어 기분이 뿌듯했다. 

▲ 월척 3마리 포함 8치 이상으로만 30여 마리를 올렸던 서효진 씨.

▲ 서효진 씨의 조과. 요즘 같은 조한기에 보기 드문 호황이었다.

▲ 준척급으로만 6마리를 올린 김복용 씨의 솜씨.

▲ 보트를 탔던 윤영선(소윤아빠) 씨는 36cm 월척으로 손맛을 봤다.

▲ 윤영선 씨가 올린 두 마리의 허리급 월척.

▲ 낚시 후 초대리지 주변 쓰레기를 수거한 청춘어낚 회원들.

내비 입력 당진시 신평면 초대리 670-9(좌안 중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