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옥수수 슬로프낚시 신드롬

김태우의 실전 조행기

칠곡 평죽지에서 47~49.8cm 5마리!

4호 목줄, 감성돔 7호 바늘엔 입질 않던 4짜 붕어들이

1.5호 목줄, 망상어 6호 바늘, 옥수수 한 알에 덥석!

김태우 웹진 입큰붕어 대표

경상북도에서 시작된 새로운 기법의 낚시!최근 낚시춘추에 연달아 소개된 ‘물찌 슬로프낚시’는 내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기법은 사용자에 따라 ‘놀림낚시’ 또는 ‘대물 내림낚시’라고도 불리는데 명칭만 다를 뿐 그 내용은 같다. 옥수수를 미끼로 쓰고 내림낚시 계열의 극히 예민한 찌맞춤을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채비를 가지고 경북 칠곡군 평죽지를 찾아서 평생 잊지 못할 대박의 행운을 안았다.

▲ 49.8cm 붕어를 들어 보이는 필자. 이런 대물 붕어가 하룻밤새 7마리나 낚였다.  

지난 8월 초 경북 김천의 벽진저수지에서 놀림낚시(옥수수 슬로프낚시) 기법을 구사하는 칠곡 낚시인 김정길씨를 만났다. 나는 그곳에서 전통바닥낚시로 대물낚시를 하여 올리다가 마는 미약한 예신만 보고 챔질조차 못해 고전했었다. 그러나 그날 김정길씨를 우연히 만나 그 채비를 직접 보게 되었고, 놀림낚시용 찌 몇 점을 선물 받았다.
나는 놀림낚시 채비와 그것을 응용한 채비로 다시 벽진지에 도전하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1cm 붕어와 35cm 붕어를 놀림채비와 내가 준비한 채비로 각각 낚았다. 평소 5호 원줄에 감성돔 7~9호 바늘을 고집했던 나는 원줄 1.7호와 목줄 1.5호, 망상어바늘 6호로 바꾸어 4짜를 끌어낸 것이다. 두 채비 모두 긴 목줄 25cm, 단차를 5cm 준 슬로프채비를 사용했다.
한 주가 지나고 나는 다시 칠곡권으로 출조했다. 출조 예정지는 최근 오짜가 낚였다는 죽간지와 4짜가 낚였다는 평죽지. 죽간지는 이미 소문이 난 탓인지 빈자리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평죽지로 갔다.

▲낚시 당일 낚인 4짜 7마리를 모두 들고. 필자가 5마리를 낚고 보트에서 2마리가 낚였다.

수심 2m의 말풀 속 빈 공간에 대물이

경북 칠곡군 기산면 평복리에 있는 평죽지는 9천평 규모의 아담한 준계곡지였다. 배스가 서식하는 곳으로 터는 세지만 한 마리가 낚여도 대물붕어라는 곳이다. 나보다 하루 먼저 평죽지에서 낚시를 한 조우 강신원씨를 만났다. 지난 밤 중상류에서 낚시를 한 강신원씨는 입질을 보지 못했지만 바로 옆에서 낚시를 한 칠곡꾼 오용학씨는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해서 46cm, 47cm 대물을 낚았다. 오용학씨 역시 어제 죽간지로 갔다가 자리가 없어서 늦은 밤 평죽지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주변 현지꾼들도 ‘평죽지에서 이렇게 큰 붕어가 낚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놀라워 했다. 동행한 조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보트낚시를 하는 이택섭씨를 도와주고 나니 해거름이 다 되어서야 내 자리를 정할 수가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포인트는 이미 다 자리를 잡고 있다. 높은 언덕에 올라 저수지를 내려다보니 중하류에 딱 한 자리가 눈에 띄었다. 수심도 깊어 보이고 수초도 없다. 평상시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포인트였는데, 오늘은 가장 조용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그런 자리였다.
비탈진 산길을 따라 내려가 보니 물속에는 말풀이 잘 형성되어 있다. 좌측 물골자리와 약간의 콧부리 지형이 붕어의 좋은 회유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낚싯대 편성을 시작하였다. 수심 2m 전후의 말풀 속 빈 공간에 채비를 안착시켰다.
한 대는 놀림낚시, 한 대는 내가 즐겨 사용하는 좁쌀봉돌 활용채비(긴 바늘에 좁쌀봉돌을 물렸는데 ‘방랑자채비’라고 이름 붙였다)로 공략하였다. 워낙 말풀 걸림이 심하여 제 바닥 찾기가 어려운 그런 자리였다. 좋은바닥을 찾아 몇 번에 걸쳐 낚싯대 편성을 다시 했다. 이제 좀 안정적인 낚시를 시작하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대류가 심하게 발생했다. 대류 따라 좌에서 우로 심하게 오가는 찌들… 채비가 내림낚시처럼 예민하다보니 대류에 찌들이 밀려 낚시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새벽 3시가 되면서 드디어 대류가 멈추고 안정적인 낚시를 할 수가 있었다.

▲입큰붕어 보트팀의 이택섭씨가 동틀 무렵에 49cm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 1.5호 목줄, 망상어 6호바늘의 옥수수를 물고 나온 4짜 붕어.

앞으로 이런 행운이 다시 있을까?

고요한 새벽, 다들 낚시를 하는지 자는지 분간할 수 없는 적막감 속에 우측 40대의 찌가 한마디 스르륵 내려간다. 예신이다. 긴장감 속에 숨이 멎을 듯 그리고 아주 느릿느릿 찌는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 더… 더…! 나의 바람이 통했는지 한없이 올라서다가 옆으로 기우는 그 순간, 낚싯대를 번쩍 들었다.
분명히 걸린 것 같은 느낌인데 꼼짝을 않는다. 그리고 바로 “쐐~액” 소리와 함께 낚싯대가 울고 붕어의 힘찬 돌진이 시작되었다. 크다. 실로 엄청난 파워다. 낚싯대를 세웠지만 좀처럼 들리지를 않는다. 제발 채비가 터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녀석이 가면 낚싯대만 잡고, 방향을 틀면 다시 낚싯대 세우고 좌우 앞뒤로 녀석 맘대로 끌고 다니는 대로 따라다니며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수면에 나타났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분명 붕어였다. 서서히 끌려오는가 싶더니 다시 전방으로 돌진한다. 순간 채비가 터질까 깜짝 놀랐지만, 방향을 틀고 순순히 끌려온다. 녀석을 뜰채에 담아 들려고 했지만 무게 탓인지 뜰채만 활처럼 휜다. 사짜라는 생각은 이미 했다. 이 정도면 오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드디어 붕어를 본 순간 쾌재를 불렀다. 그래, 드디어 오짜를 만났구나! 붕어를 다루는 손길이 떨리기까지 했다. 두 손으로도 잡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체고와 중량! 눈대중으로는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거물붕어라 그런지 실감이 나지 않는 흥분된 상태였다. 잘 들어가지도 않는 살림망에 조심스레 넣어두고 다시 자리에 앉아 흥분을 가라앉히고 낚시를 재개했다. ‘어떻게 이렇게 큰 붕어가 원줄 1.7호 목줄 1.5호 망상어 6호 바늘에 낚였을까?’ 그런데 또 가운데 36대 찌가 올라선다. 이번에도 천천히 밀어 올리면서 찌몸통 부위가 보이더니 꿈뻑꿈뻑댄다. 생각할 틈도 없이 챔질을 하였더니 이번에는 앞으로 돌진한다.
뭐야? 이번에도 엄청나다! 아니 더 대단한 것 같다. 이 녀석은 아예 제어조차 어렵다. 앉았다 일어섰다 낚싯대를 줬다 다시 당기기를 수차례…. 마치 대물 잉어를 걸어 실랑이를 하는 느낌이다. 수면에 뜬 후에도 다시 박차고 나가기를 세 차례, 역시 대단한 놈이다. 간신히 뜰채에 담고 녀석을 살펴보니 방금 전 낚은 붕어보다 더 큰 것 같다. 아니 더 큰 게 분명하다. 떨리는 손으로 목구멍 깊숙이 박힌 바늘을 빼고 두 손으로 붕어를 품에 안았다. 너무나 얌전한 붕어. 이 기쁨과 극도로 떨리는 흥분감은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다 이해가 갈 것이다. 오짜를 품에 안는 그 기분…!
이 두 마리가 나는 내 낚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다시 이런 행운이 또 올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행운은 계속 이어졌다. 연거푸 비슷한 크기의 붕어를 세 마리나 더 낚았다. 세 마리째부터는 당황과 흥분보다는 제압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고 한 마리 한 마리 낚일 때마다 내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철수 무렵 계측해보니 가장 작은 붕어가 47cm를 넘었고 제일 큰 붕어는 49.8cm였다. 아쉽게도 오짜는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나 고마웠고 내겐 너무나 큰 행운이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이런 행운이 또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자리 가까운 곳에서 보트낚시를 했던 이택섭씨도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해서 아침에 44, 49cm를 연달아 낚았다. 하룻밤낚시에 4짜만 7마리가 낚였다.

▲이택섭씨가 보트에서 낚은 49cm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그 역시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해서 대물 붕어를 안았다.

붕어낚시 채비는 항상 진화한다

붕어낚시 채비와 기법은 꾸준히 변화해 왔다. 아마 골수꾼이라면 저마다 자기만의 채비로 낚시를 해봤을 것이다. 나름대로 실패도 했을 것이고 성공도 했을 것이다. 이번에 나도 경북에서 유행한다는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활용해서 대물붕어를 만났고, 또 그것을 약간 응용한 나만의 채비로도 여러 마리 대물을 만났다.
대물낚시가 대세인 요즘 이런 약하고 예민한 채비가 과연 맞을까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자기가 원하는 채비법으로 대물을 만나고 싶어 할 것이고, 이 채비도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번 경험으로 벽진지와 평죽지 같은 배스터에서 ‘대물붕어가 예민한 채비와 작은 옥수수 한 알에 반응을 보일까?’하는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지만 앞으로도 낚시현장에서 수없이 실험하고 정답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아직 이 낚시를 해보지 않은 낚시인들에게 그런 시도와 경험을 권하고 싶다.
현지문의  오태작 김정길(054-973-0413)

▲평죽지의 낚시 여건을 설명하고 있는 칠곡 낚시인 김정길씨. 옥수수 슬로프용 찌 오태작을 만드는 그는 옥수수 대물낚시 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