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풍경이 좋은 하석지. 토종터이며 늦가을에 큰 씨알의 붕어가 낚인다.

지난 10월 16일, 대전에 살고 있는 김영한 씨와 함께 전북권 저수지를 탐사하다가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10월 중순이 넘었지만 아직 낮 기온은 여름을 방불케 할 만큼 무더워서 가을 호황터를 탐사해도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벌어져야 붕어 조황도 기대할 만한데 주변 낚시인들을 보아도 기상 상황을 보아도 상황이 좋지 않았고 예년에 비해 저조한 조황을 보이는 것 같았다. 상황이 좋지 못해 괜히 전북까지 갔다가 허탕을 칠 듯해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경관 좋은 하석지를 찾았다.

▲ 농번기가 끝나고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하석지(10월 19일).

▲ 상류에서 바라본 하석지 제방.

현장에서 채집한 새우·참붕어 미끼 사용 

하석지는 논산 가야곡면에 있는 박우리산과 양촌면 백토산 아랫자락에 있으며 만수면적 5천평으로 아담하고 깨끗한 청정 소류지다. 예전에는 지금 규모 반 정도로 크기가 작았지만 10여 년 전에 증축해 지금 규모로 확장되었다. 

외래어종이 없고 현장에서 채집해 사용할 수 있는 새우와 참붕어가 상당히 많아 새우만 채집하러 오는 사람도 많은 편이다. 몇 년 전부터는 떡붕어도 유입되어 많은 중층낚시인들이 찾아와 낮낚시를 즐기기도 한다. 주요 어종은 붕어, 떡붕어, 가물치, 잉어, 동자개, 동사리 등이며 붕어 개체가 많아 빈작인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만큼 잔 씨알부터 굵은 씨알까지 다양하게 낚인다. 단점이라면 외래어종이 없는 전형적인 토종터답게 잔 씨알이나 잡어 성화가 심해 굵은 붕어를 솎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석지에서는 토종붕어를 상대로 현장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나 옥수수 미끼를 주로 사용한다. 

▲ 채집망에 가득 들어온 민물새우.

급심에 달빛 영향, 3칸 이상 긴 대가 유리 

오후 5시가 넘어 김영한 씨와 필자는 하석지에 도착해 최상류 급경사에 좌대를 설치하고 낚싯대를 폈다. 저수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하석지는 달의 영향에 민감한 곳이기 때문에 보름을 피해 그믐 전후로 출조하는 것이 좋다. 만약 달이 뜬다면 짧은 대 보다는 3칸 대 이상의 긴 대를 펴는 것이 입질 받는 데 도움이 된다. 

취재 당일 연안의 상태를 살펴보니 마름과 말풀, 뗏장수초가 많이 삭아 내린 상황이었고 낚시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연안 수심은 전체적으로 깊은 편이며 최상류는 연안 바로 앞부터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지형이었다. 필자와 김영한 씨가 낚시한 포인트의 수심은 2m에서 3m50cm로 깊었다. 

저수지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던져놓은 채집망에 참붕어와 새우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서 해가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밤낚시를 시작했다. 첫 입질은 오후 7시가 넘어 필자에게 먼저 왔다. 아직 덜 삭은 뗏장수초와 마름 사이의 구멍에 넣어둔 4.2칸 대 찌가 솟아올랐다. 굵은 새우 미끼를 꿰어 놓아 아주 중후하게 찌를 올리는 입질이었다. 찌가 두 마디 정도 올라왔을 때 강하게 챔질하니 묵직하게 힘을 쓰는 녀석이 올라왔다. 월척에서 조금 길이가 모자랐지만 당길 힘이 아주 좋았다. 

그렇게 시작한 입질에 이어 김영한 씨와 필자는 밤 12시까지 꾸준한 입질을 받았다. 아직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낚이는 씨알은 5치~9치가 주종. 가끔 30cm급 붕어가 올라왔지만 월척은 보기 힘들었다. 미끼는 모두 새우와 참붕어만 사용했다. 취재 당일은 새우에 입질이 빨랐고 초저녁부터 시작한 입질은 밤 12시가 넘어가면서 뜸해졌다. 

▲ 상류에 나란히 자리를 잡은 필자와 김영한 씨.

▲ 긴 대로 연안에서 깊은 곳을 노리는 김영한 씨.

▲ 준척 붕어를 낚은 필자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준척 붕어를 들고 촬영한 필자.

▲ 작은 씨알을 방생하고 7~9치 붕어를 모아 촬영했다.

▲ 제방을 타고 내려오는 물안개.

3박4일 동안 40마리 이상 손맛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여 야식을 먹은 후 휴식을 취하다가 새벽 2시부터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초저녁보다 입질 빈도는 조금 떨어졌고 낚이는 씨알은 비슷했다. 동이 튼 직후까지 붕어 입질은 계속 이어졌고 새벽에는 7~9치 붕어가 올라왔다. 

김영환 씨와 나는 하석지에서 총 3박4일을 보냈다. 낮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밤낚시에 집중했다. 낮에는 떡붕어를 노리는 중층낚시인들이 많이 다녀갔고 중층낚시 역시 조황 기복이 심해 큰 손맛을 보지 못하는 듯했다.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간 낚시를 즐기면서 거둬들인 조과는 40마리가 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굵은 붕어의 입질은 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하석지는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1월 중순 이후에 굵은 붕어가 잘 낚이기 때문이다. 11월 중순 이후 하석지로 출조한다면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하석지는 생미끼 낚시가 잘 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를 우선으로 쓰는 것이 좋고 생미끼를 구하지 못한다면 옥수수를 사용한다. 그리고 현재 만수위에 급심 지역이 많아 좌대를 설치할 때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하석지에서 손맛을 보지 못할 경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김영한씨가 지난 밤에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마릿수 조과를 거둔 김영한 씨가 살림망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내비 입력 논산시 양촌면 석서리 96(하석소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