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류 송전천 줄기와 본류가 만나는 곳에 배치한 창신좌대.

올여름은 덥기도 더웠지만 비까지 많이 내려 송전지는 이미 8월 중순부터 만수위에 육박했다. 수위는 가을까지 유지됐다. 덕분에 예년처럼 저수위 탓에 낚시가 어렵지는 않았던 하절기였다. 반면 조황이 썩 좋지 못했던 게 흠이었는데 모든 게 낚시인 욕심대로만 돌아가지 않는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싶다.

지난 10월 중순, 찬바람과 함께 붕어가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번에 동출한 조우는 낚시사랑의 최기자(최현우)였다. 마침 송전지 창신좌대로 취재를 간다기에 동행하기로 했다. 

창신좌대 사무실은 좌대촌 입구의 첫 번째 집이다. 좌대가 놓인 곳은 최상류로 송전천 물줄기와 송전지 본류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곳은 수몰 버드나무와 여귀, 갈대 등이 어울려 그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 송전지 좌대 사무실 중 가장 입구에 있는 창신좌대.

▲ 창신좌대의 내부.

수몰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11번 좌대

아침에 창신좌대 출조 사 무실에 도착하니 아직 청소가 되지 않았다며 커피 한잔을 타 주셨다. 오전 11시쯤 좌대로 향했고 최근 상황을 설명 들을 수 있었다. 사장님 말에 의하면 ‘전날까지도 4짜는 물론 허리급 붕어가 몇 수 나왔을 정도로 조황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는 만수위에 육박해 안정된 조과가 예상 된다’는 설명이었다. 만수위로 좌대가 놓인 곳의 수심이 2m 이상이나 되지만 그래도 붕어는 잘 나오고 있다는 얘기였다.

포인트에 도착해 몇몇 좌대를 둘러보다가 지난 여름에 낚시해 익숙했던 11번 좌대를 선택했다. 수몰나무가 병풍처럼 드리운 곳이라 강풍에도 낚시가 가능하며 한쪽 옆으로는 수초가 듬성듬성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함께 좌대에 오른 창신좌대 박실수 사장님이 “수몰나무 앞으로는 물이 차 오르기 전에 포크레인을 이용해 수초 작업을 해놓아 찌 세우기는 편할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 필자가 탄 11번좌대. 최신 시설이 갖춰져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다.

으슥한 안쪽에 자리를 잡은 나는 수몰나무 밑을 노려 3.4칸부터 4.4칸까지 모두 12대를 폈다. 수심은 2m권으로 다소 깊었지만 찬바람이 불어올 때라 오히려 깊은 수심이 유리할 것으로도 생각됐다. 미끼는 옥수수어분글루텐과 지렁이를 준비했고 밤이 되면 옥수수도 사용해볼 생각이었다.

대편성 중 강준치와 살치 등의 잡고기가 입질해 쉽지 않은 낚시가 될 것 같았다. 대편성을 마치고 방에 들어가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한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

▲ 떡밥을 물고 나온 강준치.

같은 날 창신좌대 박길수 사장도 4짜 올려

송전지는 98만평에 이르는 경기도 최대 저수지로 이동저수지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모두 16개의 낚시터가 허가를 받아놓고  있고 현재는 10개 좌대낚시터만 영업 중이다. 전체 좌대 수는 145개 정도에 이른다. 오래전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된 이후 작은 생명체들은 사라지는 듯 했지만 지금은 잔챙이 붕어도 자주 낚이는 등 다시 환경이 좋아지는 중이다. 5짜 떡붕어와 4짜 토종붕어 외에 최근에는 7~8치의 잔챙이 붕어도 자주 낚여 예전의 터가 센 낚시터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송전지 좌대는 다른 곳과 달리 4면에서 모두 낚시가 가능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4명이 출조해 다대편성 하더라도 서로 엉키지 않고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다. 다만 수초와 수몰나무 여건을 감안할 때 2~3면만 낚시가 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송전지 좌대는 한동안은 전기 시설이 없고 냉난방 시설이 부실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가 속속 들어가며 에어컨과 위성 TV, 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닥 또한 LPG를 이용한 온수난방에서 전기패널로 바뀌어 계절 관계없이 편안한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쉬다 보니 늦은 오후가 되었고 마침 최기자도 도착해 옆자리의 수초밭에 대를 폈다. 오후 4시가 지나면서 정면으로 해가 지는 바람에 찌가 보이지 않았고 이에 다시 방으로 들어가 TV를 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잠시 뒤 해가 지나 싶어 밖으로 나와 보니 중간 4.2칸 대와 왼쪽 3.8칸 대의 찌가 보이지 않았다. 낚싯대를 들어보니 묵직한 뭔가가 달려 있었고 낚싯대 두 대의 채비가 엉켜 있었다. 그렇게 자동빵으로 올린 붕어는 34cm짜리 월척이었다. 

마음이 급해져 서둘러 저녁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자 간간이 입질은 오는데 걸면 블루길, 살치 등의 잡고기였다. 붕어는 밤 8시가 되어서야 25cm를 넘기는 녀석이 한 수 올라왔다. 밤이 깊어지며 잡고기 성화는 줄어들었지만 더 이상의 큰 붕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밤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 좌대 사장님으로부터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낚시를 워낙 좋아해 좌대까지 인수했다는 박길수 사장님도 다른 좌대에서 낚시 중이었는데 방금 4짜를 낚았다며 사진을 전송해온 것이다.

▲ 첫날 자동빵으로 걸려나오는 32cm 월척.

▲ 박길수 사장이 올린 밤낚시 조과.

가을로 갈수록 오전 10시까지 노려봐야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시 일어난 것은 새벽 3시. 10월 중순답게 큰 폭으로 떨어진 기온은 난로를 필요하게 하였고 두꺼운 겨울 파카를 입고도 추위가 느껴졌다. 새벽 입질을 기대했지만 떨어진 기온 탓인지 좀처럼 입질이 없다가 새벽 5시가 지날 즈음 32cm를 조금 넘기는 월척이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때까지도 최기자는 자리를 지켰고 그제야 월척 한 수를 올린 후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어둠이 가시고 그 사이로 짙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이 틀 무렵 또 한 번의 입질이 있었고 이때 나온 붕어는 상처 하나 없고 깨끗한 턱걸이 월척 붕어였다.

날이 밝은 후 주변 조황을 확인해 보니 중국교포인 이춘보 씨가 4짜붕어 포함 3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그런데 이분은 중국 교포답게 중국에서 가지고 온 떡밥을 집에서 반죽해 와 1주일 전에도 4짜 3마리 포함 마릿수 붕어를 낚았다고 말했다. 좌대 사장님이 그 떡밥의 정체를 물어보아도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그 외에 월척 붕어로만 몇 마리 올린 좌대가 있었는데 낚은 이가 사진 찍기를 거부해 고기 사진만 찍었다.

▲ 물안개가 낀 아침에 붕어를 노리고 있다.

▲ 새벽에 올라온 턱걸이 월척.

▲ 중국교포 이춘보 씨가 4짜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는 창신좌대 박길수 사장님이 탄 좌대로 이동해 조과를 확인해 보았다. 4짜라고 보내온 사진 속 붕어는 막상 계측하니 38cm였고 2마리였다. 그 외에 잔챙이 2마리 등 모두 4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박길수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창신좌대가 있는 곳은 늦은 오후부터 초저녁 사이에 잦은 입질이 들어오지만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도 입질이 온다고 하니 너무 일찍 철수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실제로 오전 10시에 철수를 하려고 하는데 옆자리의 최기자가 월척 붕어 한 마리를 걸어냈다. 낮에도 붕어가 입질을 한다는 얘기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단 낮은 수위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기에 다가올 늦가을의 호조황이 기대되고 있다. 

▲ 취재 당일 창신좌대 박길수 사장이 올린 두 마리의 38cm 붕어.

▲ 자동빵으로 낚인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문의 창신좌대 031-336-7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