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옥수수 슬로프낚시 신드롬

‘물찌 슬로프’ 순회실험 보고서

배스, 블루길 많은 낚시터에서 가장 위력적

옥수수 먹히지 않는 곳에선 효과 발휘 못해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경북에서는 놀라운 효과를 보이고 있는 옥수수 물찌 슬로프낚시.

그러나 과연 다른 지역에서도 이 낚시법이 통할까? 기자는 철원 남대천, 강화 난정지, 음성 관성지,
화성 산척지에서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해보았다. 그 결과를 요약하여 정리했다.

▲ 화성 산척지 우안 중류의 김태우씨 낚시 자리. 주차장이 있는 제방 연안은 아무도 앉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월척 3마리가 낚였다.

나는 중부지역에서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시도해보기 위해 입큰붕어 김태우 사장과 함께 음성 관성지와 화성 산척지를 찾았다. 대물낚시인인 김태우씨는 최근 옥수수 슬로프낚시의 매력에 빠져 있었다. 두 곳 모두 배스와 블루길이 많아 터가 센 대물터다.
8월 26일 찾은 음성 관성지.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 있는 4만4천여 평의 관성지는 7월부터 글루텐 떡밥에 월척과 4짜 붕어가 낚이고 있었다. 월척을 낚으려는 낚시인들이 몰려 평일에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포인트 다툼이 심한 상황. 그런데 하필 우리가 찾은 날은 낮부터 물을 빼면서 대부분의 낚시인이 몰황에 가까운 빈작을 거두었다.
하지만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한 김태우 사장은 월척 한 마리에 7~9치 붕어 4마리를 낚았다. 상류 마름 포인트에 앉은 그는 “자정까지 찌가 흘러서 낚시를 못할 지경이었지만 그 뒤로 입질을 다섯 번 받았는데 그중 한 마리가 월척이었다”고 말했다. 
옆자리에서 일반 대물낚시 채비에 옥수수 미끼를 사용했던 서울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은 김태우씨의 조과를 보고 크게 놀랐다. “바닥새우가 잘고 잔챙이 성화가 심한 여름이나 배스가 많은 대물터에선 옥수수를 쓰곤 했다. 그런데 같은 미끼를 썼는데 채비에 따라 이런 조과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무거운 대물낚시 채비보다 예민한 채비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옥수수 슬로프낚시용 찌들. 슬림한 몸통 형태에 내림찌보다 짧은 찌톱, 케미꽂이가 특징이다.

▲ 찌 주변으로 옥수수 밑밥을 뿌려주고 있다. 옥수수를 미끼로 많이 쓰는 곳에서 미끼 효과가 좋다.

관성지, 산척지에서 ‘옥수수 슬로프’에만 월척

일주일 후에 찾은 화성 산척지의 낚시 결과는 더 놀라웠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에 있는 수면적 6만9천평의 산척지는 배스·블루길이 많은 대물터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김태우씨는 “산척지에서 옥수수에 월척이 낚인다는 사실은 현지 낚시인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이날 산척지엔 떡밥낚시의 달인이자 좁쌀봉돌채비로 잘 알려진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이 동행했다. 우안 하류에 앉은 성제현 사장은 좁쌀봉돌채비에 붕어바늘 10호를 달아 옥수수 한 알 혹은 두 알을 꿰어 낚시를 하고, 김태우 사장은 우안 중류 주차장 연안에 자리를 잡았다. 두 낚시인 모두 다음날 아침까지 10여 수의 붕어를 낚았다. 하지만 월척은 김태우 사장 자리에서만 낚였다. 김태우씨는 34, 35, 37cm 월척 3마리를 낚았다.
성제현 사장은 “화성 산척지에서 옥수수에 붕어가 낚인다는 사실도 놀랍고 또 월척이 올라온 사실도 놀랍다. 이번 출조를 계기로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새롭게 보게 됐다. 한 대만을 펴서 떡붕어나 중국붕어를 잡던 기법이 여러 대를 펴서 토종붕어를 낚는 기법으로 발전했다”면서 놀라워했다.
두 사람 모두 입질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한 셈. 그렇다면 씨알의 우열을 가른 것은 채비의 차이였을까? 그러나 김태우씨는 ‘채비보다 포인트, 즉 수심의 차이’라고 평가했다. 1.5m 전후 수심의 성제현씨 포인트는 블루길 성화가 매우 심했지만 김태우씨의 자리는 2m 이상이었다. 김태우씨는 “나 역시 성제현 사장님 자리에 앉았다면 잔챙이와 블루길 성화 때문에 고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스·블루길이 많은 대물터에서 옥수수가 미끼로 사용되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바닥낚시 채비로 낚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옥수수 슬로프낚시는 확실한 효과를 보여 주었다. 배스가 많은 대물터만을 주로 찾아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해온 칠곡 낚시인 김정길씨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수지 바닥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안개 같은 앙금이 많이 깔려 있어요. 무거운 바닥채비를 쓰면 미끼가 이 앙금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옥수수 슬로프낚시 채비는 그렇지 않아요. 짧은 목줄의 바늘이 떠있기 때문에 이 미끼를 먹습니다.”
그의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은 실제로 김태우씨가 관성지와 산척지에서 받은 월척들이 대부분 윗바늘을 물고 나왔기 때문이다(김태우씨가 칠곡 평죽지에서 낚은 5마리의 4짜 중 4마리도 윗바늘을 물고 나왔다). 즉 붕어들은 앙금에 묻힌 아랫바늘 대신 바닥에서 살짝 떠 있는 윗바늘의 옥수수를 먹은 것이다.

▲ 음성 관성지의 우안 상류. 월척 호황 소식을 듣고 많은 낚시인들이 찾았지만 배수가 시작되자 몰황을 겪었고 옥수수 슬로프낚시에서만 입질을 받았다. 

▲ “화성 산척지에서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해서 거둔 조과입니다.”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좌)과 웹진 입큰붕어 대표 김태우씨가 35, 37cm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얕은 수심, 물흐름 있으면 쓰기 어려워 

낚시 여건이 맞지 않아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4짜 호황을 보인다고 해서 찾아간 강화 난정지는, 수초만 본다면 포인트가 그럴듯해 보였지만 수심이 얕아 이 낚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옥수수 슬로프낚시는 목줄 길이가 최소 20cm 이상이고 찌 길이도 30cm 정도여서 50cm 정도의 얕은 수심에선 찌수심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또 간신히 찌를 세울 수 있는 수심이라고 해도 채비를 거둘 때 목줄이 찌와 엉키는 경우가 많아 매우 불편했다.
한편 음성 관성지에선 초저녁부터 자정까지 찌가 흘러 다녔다. 대류 현상 때문인지 아니면 배수 영향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물흐름이 멈춘 자정이 돼서야 채비 흐름이 멈추고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옥수수는 역시 자주 사용하는 곳에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옥수수를 전혀 사용하지 않던 낚시터도 옥수수를 밑밥으로 자주 뿌려주고 사용하면 입질이 있었다. 나는 철원 남대천에서 특이한 경험을 했다. 이곳은 민통선 밑에 있어서 낚시인의 왕래가 적고 기껏해야 지렁이나 곡물떡밥을 미끼로 쓰는 곳이다. 이곳에서 나는 2박3일 낚시를 했는데 슬로프낚시 채비든 바닥낚시 채비든 모두 옥수수만 미끼로 썼다. 첫날밤엔 옥수수캔 세 통을 썼다. 다음날 해질 무렵에 내 자리로 가보니 물속 연안에 뿌려 놓았던 옥수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밤낚시엔 입질이 없었던 전날과 반대로 옥수수 미끼에 쇄도하는 입질 때문에 낚시를 못할 지경이었다. 쉬리와 피라미가 간간이 낚였지만 헛챔질이 많았다. 자정 무렵 5치짜리 붕어가 낚였다. 유감스럽게도 붕어 조황은 이게 유일했지만 이틀간의 상황을 통해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았던 낚시터에선 옥수수 밑밥을 뿌려주면 미끼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 수족관에 넣어본 옥수수. 붕어는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옥수수를 받아먹기도 했다.

옥수수 슬로프낚시의 효과 요소 3가지

①물찌  까불대지 않는 토종붕어용 내림찌
내림낚시용 찌는 너무 예민하여 토종붕어의 입질에 대해선 오히려 챔질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물찌로 대표되는 토종붕어용 내림찌가 있기에 낚시인들은 챔질타이밍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②옥수수  떡밥보다 단단하고 새우보다 붕어가 먹기 쉬운 먹이
옥수수는 다른 미끼에 비해 인기도가 떨어졌으나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통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옥수수는 지렁이나 새우보다 작고 가벼워서 붕어가 먹기에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③슬로프채비  입질 감도 높은 반띄울낚시 채비
20cm 이상의 긴 목줄과 단차를 준 두 바늘, 그리고 찌맞춤에 따라 목줄의 경사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슬로프낚시는 통상적 바닥채비로는 읽어낼 수 없는 입질을 찌에 표현해준다.  

바늘 크기가 조과 좌우!

나는 대구 수향낚시의 수족관에서 붕어가 옥수수를 먹는 모습을 관찰했다. 수족관엔 월척 붕어 4마리가 들어있는데 윤기한 사장은 매장 문을 닫기 전 옥수수캔 반 통 정도를 뿌려주고 간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다음날 가보면 바닥에 쌓여 있던 옥수수는 거의 사라지고 빈 껍질만 수중에 떠다닌다는 것. 붕어는 옥수수를 입안에 넣고는 우물우물하다가 껍질만 ‘툭’하고 뱉어냈다. 옥수수를 우물거리다 뱉는 시간은 3초 정도로 짧았다. 또 옥수수를 한꺼번에 쏟아붓자 바닥에 있는 옥수수 대신 수중에 떨어지고 있는 옥수수를 받아먹기까지 했다.
이러한 붕어의 취이과정을 함께 살펴본 윤기한 사장은 “저렇게 붕어가 옥수수를 우물우물 먹고 뱉어낼 때 바늘이 자동적으로 입안에 걸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늘은 옥수수를 감쌀 정도의 육칠호 정도가 적당합니다. 만약 더 큰 바늘을 사용해서 옥수수를 꿴 바늘이 삐죽 튀어나온다면 붕어가 옥수수를 먹기도 전에 뱉어 버리겠죠.”하면서 옥수수 슬로프낚시에 사용할 바늘 크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서 경산 신지에서 실험을 해보았다. 똑같은 채비를 사용해서 입질이 잘 들어오는 한 대만 바늘을 감성돔 1호로 바꾼 뒤 옥수수를 두 알 꿰었다. 감성돔바늘을 쓴 찌는 입질이 들어와도 헛챔질이 잦았다.

▲붕어바늘 6호로 옥수수를 꿴 모습. 옥수수가 바늘을 감싸고 바늘 끝만 살짝 나오도록 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