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옥수수 슬로프낚시 신드롬

윤기한의 참 쉬운 '물찌 올림낚시'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 “초저녁에 근사한 찌올림을 보여줬던 녀석입니다.” 윤기한 사장이 물찌 올림낚시로 낚은 32cm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경산 신지에서 만난 대구 수향낚시 윤기한 사장의 표정은 왠지 어두웠다.
“낚시춘추 9월호에 내가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하는 모습이 소개된 후 아는 분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내가 장삿속 때문에 이 낚시를 하는 줄 알고 많이 형편이 어려운가보다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데 솔직히 각오는 했지만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공감(?)이 갔다. 그는 새우 대물낚시를 전파한 ‘원조’다. 그의 말과 글을 통해 새우낚시에 입문한 이들이 많다. 그러니 그의 변절(?)에 배신감 비슷한 감정을 느낄 법도 할 것이다. 윤기한 사장은 “하지만 내가 처음 새우낚시를 할 때도 주변에선 이상하게 쳐다봤어요. 뭐 그런 낚시가 다 있냐고. 난 물찌 슬로프낚시도 새우낚시 만큼 우리가 알아야 할 낚시영역이고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배운 겁니다.”하고 말했다.
그랬다. 물찌 슬로프낚시에 대한 낚시인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조과에 대해 놀라워하면서 기법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아니면 반감을 표했다. 나도 내가 쓴 기사를 본 한 낚시인으로부터 항의성 전화를 받았다. 그는 “이 낚시를 하던 사람이 낚시 자리엔 앉아있지도 않다가 입걸림된 월척을 들고 큰 거 잡았다고 자랑을 합디다. 그렇게 한 눈 팔아도 월척이 잡힌다면 그거 멍텅구리낚시 아니오?”

▲ 윤기한 사장의 낚시 자리. 큰 붕어를 제압하기 위해 뜰채와 수초제거기를 준비해 놓았다.

초보자도 쉽게 붕어 손맛을 즐길 수 있는 기법
  
경북 경산시 자인면 율옥리에 있는 신지는 3천평 크기의 소류지였다. 연안에 일부 마름이 자라 있었지만 비교적 바닥이 깨끗한 곳이었다. 윤기한 사장이 ‘올림용’이라면서 찌를 건넸다. 그는 물찌 슬로프낚시의 채비 운용을 바꿔 올림입질만 나오게 했다고 한다. 과연 그가 하는 대로 낚시하니까 들어오는 입질 중 9할은 솟아오르는 입질이었다. 찌솟음을 보고 낚시하니 낚시할 맛이 났다.
5치, 7치, 6치… 그렇게 스무 마리를 낚았나 보다. 윤기한 사장 자리로 가니 그는 월척을 포함해 30마리 정도 낚아 놓았다. 그곳엔 윤 사장과 동행한 하상규씨와 변정수씨가 있었다. 
하상규(75·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옥수수 슬로프낚시를 배운 뒤 한동안 접어두었던 낚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고 한다. 그는 “대물낚시를 오래 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까 붕어 잡기도 힘들고 기력도 달리더군요. 그런데 이 낚시를 배운 뒤로는 다시 낚시에 빠졌어요. 낮에도 월척이 낚이니까 무리할 필요 없고… 요즘엔 낚시할 맛이 납니다.”하고 말했다.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변정수(45)씨는 옥수수 슬로프낚시로 붕어낚시에 입문했다. “일단 입질이 잘 들어오니까 낚시하는 재미가 있어요. 낚시 문외한인 회사 직원들도 요즘 이 낚시에 빠져 있어요.”하고 말했다.
윤기한 사장은 말했다. “이 낚시를 통해 낚시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많아요. 낚시가 쉽다고 하지만 대물낚시를 제대로 하려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사람들 얘기를 보면 낚시 얘기보다는 그냥 쉽게 고기를 많이 잡았다는 식이예요. 어떤 사람은 월척이 발에 걷어차일 정도라며 떠들고 다니는데 그러면 안 되죠. 그렇게 얘기하면 당장 나부터도 반감이 생기는데. 월척은 귀한 고기입니다.”
다음날 촬영 후 살림망에 있던 잔챙이들은 모두 방류했다. 기포기를 튼 보조가방에 붕어를 차곡차곡 넣어두던 하상규씨는 “집으로 가져가 자랑한 뒤 맛있게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수수 슬로프낚시가 붕어낚시를 좀 더 쉽고 재미있는 낚시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취재협조 대구 수향낚시 053~627~7850, www..soohyang.com

▲변정수씨가 옥수수내림낚시로 낚은 붕어가 가득 담긴 살림망을 들어보이고 있다.

개량형 ‘물찌 올림낚시’

옥수수 슬로프채비로 솟구치는 찌올림 이끌어낸다

수조에서 수심 맞춘 뒤 현장에서 찌톱 내놓으면 올림입질만 나와

윤기한 대구 수향낚시 대표

나처럼 오랜 기간 대물낚시를 한 낚시인들은 물찌 슬로프낚시의 찌놀림이 생소하다. 계속 오르내리다 찌가 잠겨들 때 챔질하는 맛은 아무래도 솟는 입질에 채는 맛보다 못하다. 그래서 ‘이 낚시의 장점은 취하면서 솟구치는 찌올림만 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낚시방법이 ‘물찌 올림낚시’다. 
■수조에서 찌맞춤
찌와 바늘채비를 모두 세팅한 뒤 찌맞춤용 수조에 넣는다. 편납을 잘라 케미가 수면에 일치할 정도에 맞춘다. 그러면 이것은 0점 맞춤에 가까운 둔한 찌맞춤이다. 그리고 두 바늘에 각각 옥수수를 꿴 뒤 수조 바닥 쪽으로 내린다. 두 바늘이 모두 닿은 상태에서 찌톱을 수면 쪽으로 올려본다. 찌톱을 세 마디(약 8cm 정도) 올린 상태에서 윗바늘의 옥수수가 살짝 닿는 정도가 되도록 다시 편납을 조금 잘라준다. 수면 위로 올려놓았던 찌톱을 내려 수면 위로 살짝 나오도록 하면 물속에 잠긴 찌톱의 비중 때문에 짧은 바늘이 뜨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하면 찌맞춤은 물론, 내가 찌맞춤한 찌의 물속 채비정렬 상태를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낚시할 때엔 마찬가지로 찌톱을 수면에 살짝 내놓으면 되므로 간단하다.
■현장에서의 수심 맞추기
바닥낚시하듯 수심을 맞추면서 곧바로 낚시할 수 있다. 옥수수 두 알을 바늘에 꿴다. 포인트보다 대충 수심이 많이 나오도록 찌를 초릿대 쪽으로 올린 뒤 캐스팅한다. 찌가 수면 위에 벌렁 누웠다면 점차 찌를 내려 찌톱이 수면에 살짝 나오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아랫바늘은 바닥에 닿고 윗바늘은 살짝 뜬 상태가 된다. 붕어는 윗바늘을 무는 경우가 많다. 붕어가 윗바늘의 옥수수를 물면 보통 바로 떠오르지 않고 옆으로 이동하면서 떠오르는데 이때 아랫바늘이 뜨면서 찌가 상승하는 것이다.  
■낚시
낚시를 하기 전 찌 주변에 옥수수를 15~20개 정도 뿌려 주고 낚시를 하는 게 좋다. 만약 대류가 발생해서 찌가 흐른다면 찌톱을 수면 위로 올린다. 이렇게 하면 수면 위로 솟은 만큼의 찌톱이 무게로 작용해 윗바늘이 바닥에 닿게끔 하여 찌가 흘러가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도 찌가 흘러가면 물흐름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찌톱을 올려놓은 상태에서는 내림 입질이 많이 나타난다. 챔질은 가볍게 낚싯대를 들어 올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