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신수지 떡붕어 전층터로 부활

“놀랍군! 강풍 속에서 이런 놈들이…”

배스 유입된 후 4짜 떡붕어가 흔하게 낚여

▲ “대물이 많다는 소문만 듣고 왔는데 정말 대단하군요.” 평택 낚시인 양윤하씨가 철수 직전 걸어낸 43cm 떡붕어를 보여주며 놀라워하고 있다.

이틀째 강풍이 불어대던 6월 2일 아침, 어디를 가야 굵은 떡대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송탄 리더낚시 회원들이 장고 끝에 결론을 내린 곳은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 있는 신수지였다.

신수지(동천지)는 1만평 규모의 작은 계곡지이지만 아산에서 떡붕어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10년 전 떡붕어 전층낚시 보급 초기 때는 엄청난 떡붕어 자원을 배경으로 충청지역 전층낚시 보급에 선구자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00년대 들어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면서 떡붕어 자원이 급감했고 결국 전층낚시터의 명성도 퇴색했다.
그러나 지난 겨울 김영일 사장이 낚시터를 인수해 새롭게 관리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배스 덕에(?) 부쩍 굵어진 바닥 떡붕어가 여전히 우글대고, 겨울에 하우스낚시터에 방류했던 떡붕어 2톤을 올 봄에 전량 저수지에 방류한 것은 물론, 물낚시 오픈과 더불어 떡붕어를 추가로 꾸준히 방류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잡어 성화 없이 굵은 떡붕어를 골라 낚을 수 있는 대물 떡붕어터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송탄 리더낚시 회원들이 낚시한 곳은 제방 무넘기 쪽으로 끌어다 놓은 잔교좌대였다. 앞쪽에서 불어오는 강풍은 제방이 막아주고 뒤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등지고 낚시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잔교좌대에 가려 바람을 덜 타는 전방 직벽 아래로 떡붕어들이 대거 모여 있을 것만 같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잔교좌대에 올랐다.

▲ 상류에서 바라 본 신수지. 상류에 폭넓게 자리잡은 뗏장밭이 인상적이다.

4짜급 바닥 떡붕어와 방류 떡붕어 공존
잔교좌대 위에는 낚시춘추에서 취재를 나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영일 사장이 ‘그림거리를 장만하겠다’며 오전부터 낚시를 하고 있었다. 잔교좌대가 1m 이상이나 흔들리는 거친 바람 속에서도 그는 3마리의 떡붕어를 낚아놓았다. 씨알은 모두 30cm가 넘었다.
“떡붕어가 왜 이렇게 굵게 낚이냐?”고 묻자 김 사장이 말했다. “배스와 블루길이 함께 살고 있어 그럴 겁니다. 배스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떡붕어가 스스로 몸집을 키우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올 봄에 떡붕어를 방류할 때는 배스에게 잡혀먹지 않도록 25cm 이상치를 방류했습니다.”
우리는 김영일 사장의 패턴에 맞춰 채비를 준비했다. 낚싯대는 15척, 바닥 수심은 6m였지만 채비 수심은 1~1.7m로 맞춰 양콩알낚시(일명 아사다나 양당고)로 낚시를 시작했다. 신수지에 대물 떡붕어 자원이 많은 건 이미 입증된 상태인지라 별도의 집어제는 달지 않고 위, 아래 바늘 모두에 미끼 떡밥을 달아 직공하는 패턴이었다.

▲ 제방 앞 잔교좌대에 오른 취재팀이 떡붕어를 노리고 있다.

“찌톱 3목이 그냥 처박히네!”

첫 입질은 염순성씨가 받았다. 수심을 1.7m로 맞춘 찌에 미세한 입질이 전달되자 수심을 10cm 가량 내렸더니 이내 쪽! 찌를 빨고 들어갔다. 첫 수에 30cm가 약간 넘는 놈이 올라오자 분위기가 고조됐다(일반적으로 찌가 자리를 잡은 후에만 어신이 온다면 미끼보다 아래쪽에서 떡붕어가 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곧바로 황운기 사장과 김영일 사장이 8치 정도 되는 녀석을 연달아 뽑아냈다. 황운기 사장은 “떡붕어는 소음과 날씨에 민감하지만 그중에서 강한 바람은 치명타다. 이런 상황에서 중형 떡붕어가 입질한다는 건 그만큼 자원도 많지만 떡붕어가 제방 쪽에 대거 몰려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문다문 입질이 들어오니 모두 열심히 낚시자리를 지키는데 오후 2시를 넘기자 드디어 바람이 제대로 터지기 시작했다. 결국 황운기 사장이 ‘더 이상은 무리’라며 철수를 선언하는데 “잠시만”을 외친 양윤하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아이쿠야, 깜짝 놀랐네! 찌톱 3목이 그냥 물속으로 처박혀 버리는군요. 힘이 보통이 아닌데요.”
한눈에 보기에도 40cm는 훌쩍 넘는 씨알이다. 목줄자를 꺼내 길이를 재보니 정확히 43cm! 황운기 사장은 “오늘처럼 강풍이 부는 상황에서 4짜가 낚이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잡이터로 운영하는 신수지의 입어료는 1만5천원.

가는 길 아산시 음봉삼거리에서 아산 방면으로 500m 가량 직진하다보면 우측에 신수낚시터 이정표가 있다. 우회전해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진행하면 신수지다.
전국낚시지도 132p A6 아이코드 006-071-3506
조황 문의 신수지 041-543-2109, 송탄리더낚시 031-663-1782

▲ 강풍 속에서 거둔 조과를 들고 기뻐하는 양순성씨와 황운기씨(뒤쪽).

Tip-강풍 불 때 좋은 채비는?

찌톱은 가늘게, 몸통은 볼륨이 있는 게 좋다

낚시하는 내내 강풍이 취재팀을 괴롭히자 황운기 사장은 극단적으로 예민한 채비로 바꾸어 입질을 받아냈다. 원줄은 1호에서 0.6호로, 찌도 일자형 대신 볼륨감 있는 몸통의 제품으로 교체했다. “찌몸통이 일자이면 전체가 대류 영향을 받지만 볼륨이 있으면 볼륨 부분에만 주로 대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잘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찌톱도 최대한 가는 게 좋다고 했는데 “오늘처럼 1m 수심의 상층에서 입질이 온다면 25cm 이내로 짧은 찌가 적당하다”고 했다.

▲ 황운기씨가 1.7m 수심을 노릴 때 사용한 찌 길이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