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이 낳아 낙동강이 기르는

밀양 칠기늪을 소개합니다

15만평 습지에 월척 둠벙 20여개

홍수 때 우곡천 타고 낙동강 붕어들 유입

밀양의 김석진씨(토닉 필드스탭)가 “4월호에 실린 함안 가야둠벙의 기사를 봤다”며 “이곳 밀양에는 월척 둠벙만 20여 개가 밀집한 칠기늪이란 곳이 있으니 와서 취재해보라”고 제보했다.

▲ 2월 중순부터 호황을 보인 밀양 칠기늪. 4월부터는 밤낚시 조황이 낮낚시를 앞서고 있다.

▲ 안홍조 회원이 칠기늪 둠벙에서 아침 9시 직공낚시로 낚은 월척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칠기늪. 밀양시 삼랑진읍 인근 낙동강변의 15만평 배후습지에 있는 둠벙들의 집합체다. 인근 마을 이름을 따서 칠기늪이라 부른다. 적게는 50평짜리 둠벙부터 크게는 수백 평짜리 수로까지 다양한 형태의 물줄기가 있는데 하나같이 월척을 품고 있다고 한다. 3월부터 꽃샘추위 속에서도 힘 좋은 붕어들이 매일 낚이고 있다고 했다.
밀양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김석진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칠기늪은 내 머리 속에서 점점 윤곽을 잡아갔다. 칠기늪의 둠벙들은 해방을 전후하여 딸기를 재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붕어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칠기늪 주변 비닐하우스는 수막재배(겨울 밤 비닐하우스 내 기온이 6℃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기온을 유지하는 재배방식) 방식으로 딸기를 재배하는데,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는 온수가 칠기늪으로 유입되어 결빙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올해 칠기늪은 2월 중순부터 붕어를 쏟아냈다. 당시 일주일 동안 평년 4월의 봄 날씨를 보이자 밀양의 일타일수 대물팀(팀장 김석진)이 둠벙을 찾았고, 기다렸다는 듯 준월척 씨알들이 낚여주었다. 그 후 회원들이 짬짬이 출조하여 1인당 매일 6~8마리씩 낚았는데 평균 28~33cm로 굵어서 손맛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3월이 되자 소문이 퍼져 낚시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 해거름 밤낚시를 준비하는 김석진 팀장. 새벽 1시에 대물을 걸었으나 놓치고 만다.

“물색 맑아지면서 밤낚시가 더 우세”

3월 28일 일요일, 칠기늪에는 이미 일타일수 대물팀이 아침부터 들어가 붕어낚시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밀양역에 도착한 나는 김석진 팀장과 만나 칠기늪으로 향했다.
삼랑진역 앞에서 만어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니 크고 작은 둠벙들이 금방 눈에 들어왔다. 붕어꾼들이 많았고 배스와 가물치를 낚는 루어꾼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세찬 바람 때문에 다들 고전하는 기색이다.
지난달 고법지 취재 때 동행했던 성경봉씨(밀양우체국)가 “난 벌써 35, 34 두 수 해놨다”며 활짝 웃었다. 그가 낚은 월척은 토종붕어가 아닌 희나리붕어였다. 해거름에 성경봉씨와 나란히 앉은 구병주씨(밀양우체국)도 대어의 입질을 받아 짧은 낚싯대가 부러질 듯 휘었는데, 그가 올린 34cm도 희나리 붕어였다. “지난주에는 토종만 낚이더니 오늘은 희나리만 낚이는군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손맛은 토종보다 희나리가 더 나은 듯했다.
바람 탓일까? 첫날 오후 조황은 저조했다. 저녁 8시가 되자 회원들은 ‘아직은 밤낚시가 잘 되지 않는다. 내일 새벽에 다시 오겠노라’며 철수를 했고 나는 김석진씨와 텐트를 치고 밤낚시를 계속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입질이 들어왔다. 잔 씨알이 낚이다가 새벽 1시경 김석진씨가 대어의 입질을 받았는데 뗏장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녀석을 끝내 제압하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은 다행히 바람이 멎고 날씨도 화창해 호황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안홍조씨가 합류했다. 아침 9시가 되자 김해낚시인들이 찾아들었다. 수초직공낚시를 즐기던 안홍조씨가 연달아 입질을 받았는데 두 번째 낚은 것은 월척이다. 김해꾼들도 7~8치 붕어들을 낚아 올렸다. 큰 둠벙에서 오전에만 20마리 붕어를 낚아 올려 취재는 무난히 마칠 수 있었다.
마감이 한창인 4월 9일 성경봉씨의 전화. “4월 4~5일에는 물색이 맑아져서 밤낚시를 했는데 밤 12시부터 세 시간 동안 25~29cm로 16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칠기늪의 붕어들이 이미 산란을 마친 것 같다”고 전해왔다.

▲ 칠기늪 중 규모가 큰 둠벙에서 루어낚시를 즐기는 밀양꾼들. 이런 둠벙이 20개쯤 더 있다.

칠기늪은?

삼랑진역에서 가깝다. 밀양시 삼랑진읍 송지리. 딸기하우스가 널린 15만평의 대지 위에 20여 개의 둠벙이 있다. 둠벙에는 각종 수초가 발달해 있고 얕은 수심부터 2m가 넘는 곳까지 다양하다. 연중 붕어낚시가 가능한데 산란을 하기 전인 2월과 3월에 월척 빈도가 높다. 봄에는 모심기 전까지, 가을철에는 추수가 끝난 뒤 본격적인 붕어낚시가 이뤄진다. 여름에는 배스, 블루길과 강에서 올라온 잡어들이 설치고 낚시자리가 협소해 낚시인들의 출입이 뜸해진다.
둠벙마다 또 계절마다 입질시간대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아침저녁으로 입질이 잦다. 미끼는 글루텐과 지렁이를 많이 쓰는데 글루텐에 굵게 낚인다. 여름 태풍이나 장마 때 낙동강 물이 범람하면 우곡천을 타고 올라온 강고기들이 유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