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칠곡군 남율리 포인트.

추석과 개천절이 겹친 황금연휴의 첫날, 가는 곳마다 많은 낚시인들로 북적거려 자리 잡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생각해둔 후보지를 모두 둘러보고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던 중 ‘보통의 존재들’ 카페 회원인 구창모 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낙동강 본류권에서 하룻밤 낚시를 했는데 월척만 6수를 낚았다는 것이다. 나는 또 다른 회원인 문종철 씨와 함께 구창모 씨가 알려준 칠곡군 석적읍 남율리 포인트로 향했다.

낙동강 남율리 포인트에 도착해 보니 장마철 강한 유속을 이겨낸 마름이 삭기 시작해 낚시하기 좋은 여건이 형성되어 있었다. 마름 잎과 줄기가 굉장히 연해진 상태라 간단히 걷어내는 정도의 작업이면 충분히 찌를 세울 수 있었다. 평균 수심이 80cm 정도로 얕은 편이라 가슴장화를 신고 포인트로 진입했다. 물에 들어가서 보니 장마철에 떠밀려온 생활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우리는 마름에 엉켜 있는 쓰레기를 먼저 정리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마름 수초를 정리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나는 둥글게 찌 세울 정도의 구멍을 내는 방법을 선호한다. 수초 제거를 최소화함으로써 붕어의 경계심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둥글게 구멍을 만들었을 때의 또 다른 장점은 부유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다. 구멍 외부로부터 부평초나 청태 같은 부유물이 유입되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낚시할 수 있다. 나는 총 13개의 수초 구멍을 만들고 갈퀴로 바닥을 깨끗하게 만든 후 낚시를 시작했다. 가을로 접어들 때 낙동강은 낮낚시가 잘 되는 편이다. 

▲ 필자의 포인트. 2.0칸 대부터 4.4칸 대까지 편성했다.

미약했던 입질이 모두 월척 입질이었다고? 

수초 작업을 모두 마친 후 자리에 앉았는데 수상스키와 모터보트가 포인트 근처로 지나다니기 시작했다. 낙동강에는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낮 동안은 너울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나는 애써 작업한 수초 구멍이 망가지는 것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해질녘이 되어서야 수면은 잠잠해졌고 나는 간단히 수초 정리 작업을 다시 한 후 낚시를 시작했다.

작업하며 포인트를 헤집어 놓은 탓일까? 초저녁에는 입질이 전혀 없었다. 전날 낚시한 구창모 씨는 해가 지면서 바로 입질을 받았다고 했는데 물속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오후 9시가 넘어서자 여기저기서 입질이 들어왔다. 나도 두 번의 입질을 받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느낌 없이 헛챔질을 했고 두 번째는 무언가가 걸렸다 빠지는 느낌이 나며 빈바늘만 날아왔다. 다른 회원들도 몇 차례 헛챔질을 했다고 전해왔다. 구창모 씨는 찌를 쭉 올리는 입질에도 입걸림이 전혀 안 된다며 답답해했다.

새벽 1시, 구창모 씨 자리에서 제법 큰 물소리가 들려왔다. 멋진 체형의 34cm 월척 붕어였다. 입질이 굉장히 약하니 한 마디라도 움직이면 꼭 챔질하라는 조언을 해 주었다. 

‘아! 이전에도 몇 차례 올렸다 떨어지는 입질이 있었는데 그것이 모두 붕어였다니!’ 

▲ 구창모 씨가 월척 붕어를 손에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블루길, 강준치 등의 잡어라고 생각하고 조금 더 확실한 움직임을 기다리다 입질을 몇 차례나 놓친 것이다. 

잠시 후 문종철 씨의 자리에서도 챔질 소리가 들렸다. 뜰채에 담을 때까지만 해도 4짜라고 소리쳤는데 계측해보니 38cm의 우람한 월척 붕어였다. 가장 우측 2.8칸 대에서 입질을 받았으며 미끼는 글루텐이었다.

▲ 문종철 씨가 낚은 38cm 월척 붕어.

왜관낙동강교~덕산대교 구간이 가을철 대물 명소 

새벽 3시, 나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정면 4.4칸의 찌가 살짝 잠기더니 이내 아주 천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찌가 두 마디 정도 솟아올랐을 때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강하게 챔질했다. 울컥하는 느낌에 4짜 대물 붕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힘겨루기도 잠시, 챔질을 너무 빨리한 탓일까? 녀석은 수면 위로 잠시 얼굴을 보여준 후 바늘이 주둥이에서 빠져버리고 말았다. 빈 바늘이 허공을 가르며 나에게 돌아올 때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한 나의 모습을 후회하며 아쉬운 마음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문종철 씨가 월척 한 수를 더 추가하였고 나에겐 더 이상의 입질 없이 날이 밝았다. 오전 7시 충분히 날이 밝았다고 판단하고 주간 찌보기로 교체를 하던 중 우측 2칸 대에서 어신이 포착되었다. 꼬물거리는 움직임에 ‘붉은귀거북이 덤비나?’ 하고 체념하려는데 갑자기 찌가 천천히 솟아올랐다. ‘조금 더, 조금 더!’ 찌가 정점에서 멈추길 기다린 후 챔질했다. 

좌우로 움직이며 힘을 당차게 쓰던 녀석이 이내 얼굴을 보여주었다. 30.5cm의 월척 붕어였다. 내가 월척을 낚은 시간대를 즈음해 출조한 모두가 월척 손맛을 보는 기쁨을 누렸다.

왜관낙동강교부터 덕산대교까지의 동쪽 구간 2km에 달하는 낙동강 남율리 포인트는 마름과 연이 잘 발달해 붕어에게 좋은 은신처를 제공해 준다. 가을이 되어 수초가 삭기 시작하면 대물이 올라오는 낚시터다. 제방길에 주차하고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고생한 만큼의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반대편 서쪽 구간 오평리 구간도 여러 종류의 수초와 수몰나무가 산재해 좋은 포인트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 

▲ 남율리 포인트를 찾은 일행들이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종철, 구창모, 필자.

▲ 하룻밤에 6마리의 월척이 올라온 구창모 씨의 포인트.

▲ 필자 일행이 올린 월척 붕어들.

내비입력 경북 칠곡군 남율리 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