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류 방면 석축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마름이 자라있어 포인트 여건은 좋아보였다.

지난 9월 26일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아산호 상류권인 쌀조개섬 앞을 찾았다. 며칠 전 이 일대에서 허리급 붕어가 마릿수로 낚였다는 전기훈(쩐프로) 씨의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날 도착해 포인트를 살펴보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오후 4시부터 방류까지 한다는 소식에 이곳에서의 낚시는 포기하였다. 하지만 그냥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인근에 있는 계양낚시터를 찾아 1박 낚시 한 후 다시 아산호로 돌아왔다.

내가 찾은 곳은 경기도 평택시와 충청남도 아산시의 경계를 이루는 둔포천 바로 밑 500m 부근으로, 행정구역상 주소는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였다. 바로 앞에 있는 쌀조개섬 끝자락이 보이는 곳으로, 수심이 깊지 않고 쌀조개섬이 바람과 파도를 막아줘 강풍이 부는 봄에도 낚시가 가능한 지역이다.

▲ 둔포천과 아산호 본류의 합수머리 포인트.

오름수위에도 커지지 않는 붕어 씨알 

점심식사 후 들어와 보니 전날 배수를 했음에도 수위는 1.5m권을 보이고 있었다. 낚시 중인 조사님께서 현재 수위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한편 올봄부터 공사를 시작한 연안 시멘트 경계석이 하류권까지 완공된 듯한데 이 경계석이 낚시금지를 위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 시멘트 경계석 앞에 꾼들이 버린 쓰레기봉지가 널려있어 낚시금지구역 지정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 올봄에 공사를 마친 시멘트 경계벽.

주차 후 이 시멘트 경계석을 넘어 약 15m를 내려가자 커다란 바위들이 축대를 쌓듯이 놓여있어 발판은 편했다. 1박 낚시이지만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 석축에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린 후 대편성을 시작하였다.이 포인트는 앞쪽에 수초가 전혀 없는 맹탕 포인트여서 바닥도 대체로 깨끗했고 찌 세우기도 너무 쉬웠다. 하지만 조금 상류쪽에 자라있는 마름 앞에서 붕어들은 더 잘나오는 것 같았다.

3.0칸부터 4.0칸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하고 미끼는 뽕어분글루텐을 단단하게 반죽해 사용하기로 했다. 대편성 중에 지난번에 허리급 붕어 3수를 낚았다던 손기원(빅보스) 후배가 도착해 전에 자기가 낚시한 자리(필자의 옆)에 앉았다. 

대편성 도중 첫수로 나온 붕어는 6치 정도의 잔챙이였다. 이어서 연달아 입질이 왔지만 모두 6치 정도의 작은 붕어만 올라왔다. 그사이 수위는 시간당 3~4cm씩 오르며 급격한 오름수위를 보이고 있었다. 이런 오름수위에는 늘 오름수위 특수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날은 웬일인지 잔챙이 붕어만 달려들었다.

한편 평소 필자는 구성리, 창용리, 백석포리 등은 자주 찾아가지만 쌀조개섬이 있는 이곳 신남리권은 처음이었다. 연안과 이어진(현재는 어부들이 입구를 막아놓았다) 쌀조개섬은 약 24만평방미터 가량 되는 아담한 섬으로, 2026년까지 75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들여 쌀조개섬 레저파크와 생태수변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개발 계획이 잡혀있다. 이에 따라 오래지 않아 낚시 금지구역 지정은 필연으로 보인다. 

아산호 쌀조개섬과 더불어 삽교호의 솟벌섬까지 개발이 예정되어 있어 아산호는 물론 삽교호까지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처럼 갈수록 낚시할 공간이 사라지고 있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서민 낚시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도로에서 바라본 필자의 낚시자리. 맞은편이 쌀조개섬이다.

샛수로 초입에서 올라온 4짜 붕어

오후 6시에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수위는 또 5cm가량 올라 찌맞춤을 다시 해야 했다. 저녁 6시30분경 멋진 찌올림이 연출되더니 이날의 최대어인 29.5cm 붕어가 올라왔다. 덕분에 밤낚시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도 오히려 입질은 뜸해지고 여전히 6치급 붕어나 몇 수 나올 뿐 살림망에 담을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와 결국 밤 11시에 텐트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강한 바람 소리에 잠이 깨 일어나 보니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불고 있었고 조개섬이 바람을 막고 있음에도 파도가 일렁였다.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걷어 놓고 다시 휴식을 취했다.

바람 소리가 잦아드는 듯해 텐트를 열어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바람도 잔잔해지기에 다시 채비를 던지고 아침낚시를 시작하였다. 그 사이 수위는 무려 10cm나 올라 좌대 밑 20cm까지 물이 차 올랐다. 아침낚시가 잘 되는 아산호의 특성상 부지런히 떡밥을 갈아주며 낚시했지만 여전히 잔챙이만 올라왔다.

아침식사 후 전날 우리와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해 샛수로 초입에서 낚시한 한 조사가 41cm의 대물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대물 붕어 외에는 6치 정도의 잔챙이만 올라왔다. 낚은 분께 사진 촬영을 부탁했으나 고사하셔서 동행한 최대범 씨가 대신 모델이 되어 주었다. 붕어는 하룻밤을 살림망 안에서 시달렸지만 지느러미만 약간 상했을 뿐 강인한 비늘과 늠름한 체구를 자랑했다. 

▲ 현지 낚시인이 올린 41cm 붕어를 대신 들어 보이는 최대범 씨.

▲ 필자가 올린 첫 중치급 붕어.

▲ 첫날밤 밤낚시 풍경. 멀리 보이는 다리는 평택국제대교.

날씨 좋은 날 재도전하리라 

하룻밤 낚시 후 철수 예정이었지만 이날도 오후 4시30분에 배수를 한다기에 배수 후의 오름수위를 기대하며 하루를 더 머물기로 하였다. 

오후에 상류에 앉았던 최대범 씨가 70cm급 잉어를 걸어 큰 손맛을 봤고 월척급 붕어와 준척 등 모두 10여 마리의 붕어를 올릴 수 있었다. 예정대로 오후 4시30분이 되자 배수가 시작되었고 수위는 급속히 줄어들었다. 낚싯대를 걷어 놓고 배수가 멈추기를 기다려 보았지만 밤 8시가 지나도록 배수가 지속되어 수심은 60cm를 찍고 있었다.

이에 11시까지 낚시하다가 휴식을 취했고 새벽 3시에 다시 찌를 세워 보았지만 전날 같은 급격한 오름수위는 없었다. 얕은 수위 상황에서 잔챙이들만 이따금씩 입질을 했다. 날이 샌 후에도 수위에 변화가 없어 이른 철수를 결정했다. 철수하며 내 살림망을 보니 그래도 8~9치의 붕어 8마리가 들어 있었다. 41cm 붕어와 월척을 확인한 만큼 날씨가 좋은 날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철수길에 올랐다. 

▲ 직접 낚은 70cm급 잉어를 보여주는 최대범 씨.

▲ 최대범 씨의 하룻밤 조과. 악조건 속에서도 재미를 봤다.

▲ 필자의 조과. 중치급만 모아 보았다.

내비 입력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1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