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수초구멍 사이로 드리운 낚싯대.

9월 1일 주꾸미낚시 금어기가 풀리며 출조를 계획했지만 웬일인지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21일, 붕어낚시와 더불어 주꾸미낚시를 함께 할 기회가 생겼다. 필자는 지난해에도 주꾸미낚시에 흠뻑 빠져 본의 아니게 안면도권으로의 출조가 잦았는데 이번에도 아침 일찍 안면도로 다리로 연결된 원산도로 들어가 주꾸미 보트낚시를 한 뒤 안면도권 저수지에서 붕어낚시 하는 스케줄을 잡아 보았다. 

4짜, 5짜도 낚였다는 현지인 말에 솔깃 

동 틀 무렵 저두항에 도착해 보트를 띄웠다. 필자가 타는 보트는 붕어낚시용 3m짜리 고무보트로 원래는 민물용이다. 그러나 원산도 근해는 파도가 낮고 주변에 어선이 많아 비교적 안전한 바다에 속한다. 멀리 나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고무보트면 충분히 안전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엔진은 전기로 움직이는 2마력짜리 가이드모터를 달았다. 

하지만 도착한 날은 파도가 의외로 높아 일단 붕어낚시를 먼저 하기로 해 다시 안면도로 넘어왔다. 우선 가까운 지포지를 찾아가 보니 전날 내린 많은 비로 물이 황토물로 변했고 접근도 용이치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찾아갔던 승언1호지로 향했다. 그곳에는 두 분이 낚시 중이었는데 전날은 강풍과 비바람 탓에 쉬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대를 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고심이 깊어졌다.

▲ 드론으로 촬영한 승언1호지 하류권.

▲ 드론으로 촬영한 상류권. 수초가 밀생해 공략이 쉽지 않다.

나는 접근이 쉬운 제방권 연밭으로 이동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물위에 떠 있는 연잎 몇 개만 쳐 내고 2.6칸부터 3.4칸까지 모두 12대를 깔았다. 연줄기 사이사이에 찌를 세워보니 그런대로 잘 들어갔고 수심은 1.5m가량 나왔다. 미끼로는 옥수수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준비하였다.

대편성 중 오른쪽 연잎 사이에 세워져 있던 찌가 몸통까지 솟아올랐지만 뒤늦게 챔질해 첫 입질을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다. 이후로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찌를 밀어 올렸다. 하지만 나오는 붕어는 5~6치의 작은 붕어들 일색. 전날 내린 많은 비가 수온을 떨어트리며 붕어들이 움츠리게 만든 것 같았다. 붕어들은 채색이 검정색인 ‘연탄붕어’였고 비늘이 강인하며 흠집 하나 없는 높은 체구인 점은 보기 좋았다.

저녁 무렵 현지인이 찾아와 ‘필자의 포인트에서 52cm까지 나왔었고 4짜 붕어를 마릿수로 뽑아냈었다’며 잔챙이만 나온다는 필자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다만 미끼로 새우를 써야 대물을 낚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곳에는 새우가 없으니 인근 지포지나 승언3호지에 가서 새우를 채집해 와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그러나 새우를 채집하러갈 상황이 안 되어 글루텐과 옥수수를 하나씩 건너뛰어 달고 낚시를 이어갔다.

▲ 승언1호지 수면을 뒤덮고 있는 연.

▲ 그나마 수면이 일부 열려있어 낚시 여건이 좋은 제방권.

▲ 연밭에서 낚인 토종붕어. 씨알은 잘지만 황금색 체색이 강렬하다.

▲ 전날 먼저 승언1호지로 들어온 낚시인의 포인트.

연잎 삭는 11월 이후 출조 추천 

해질 무렵, 얼마 지나지 않아 글루텐 미끼를 탐하던 붕어가 걸려 나왔다. 7치 정도 되는 작은 붕어였지만 체구가 좋고 힘이 강해 짜릿한 손맛을 보여주었다.일찍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낚시에 돌입했지만 밤이 깊어도 찌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옆에서 낚시한 두 분도 이날 밤에는 전혀 입질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원산도로 향했다. 주꾸미를 낚기 위해서였다. 전달 보다 바람은 약했지만 파도는 여전했다. 저두항에서 몇 백미터를 나간 거리에서 조류 흐름에 보트를 맡기며 낚시했으나 주꾸미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조류가 강한 탓인지 채비가 떠버리면서 주꾸미 10여 수에 갑오징어 한 마리를 잡고는 점심 무렵 이른 철수를 했다.

다시 승언1호지로 돌아와 살펴보니 찌 몇 개가 연줄기 사이로 딸려가 있었다. 붕어의 활성이 좋아지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았다. 전날 밤은 입질 한 번 못보고 잠만 자고 말았는데 수온도 오르고 날씨도 좋아 이날만큼은 붕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저녁 무렵까지 심심치 않게 입질이 오는가 싶더니 역시나 큰 씨알의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밤낚시에도 7치 정도의 작은 붕어만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날 즈음 중간 3.4칸 대의 찌가 멋지게 솟아올랐다. 챔질하니 강한 저항을 하며 연줄기를 파고 들었다. 강제집행해 어렵게 올린 붕어는 이번 출조에서 가장 큰 27cm의 붕어였다. 이 붕어를 마지막으로 대를 접었다. 날이 새면 다시 주꾸미를 잡으러 가기로 했기에 일찍 마무리를 한 것이다.

▲ 필자가 밤낚시로 올린 9치 붕어. 승언1호지에서는 새우에 굵은 붕어가 잘 낚인다.

다음날 새벽 5시에 텐트와 좌대를 접고 원산도의 선촌항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이창민(자바라)후배를 만나 같이 보트를 타기로 했다. 토요일이고 1물때라 그런지 선촌항은 낚시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 선촌항에서 감상한 서해 노을.

효자도 앞쪽 해상으로 이동하여 주꾸미낚시를 시작했다. 이날은 물살이 약한 물때라서인지 주꾸미가 그런대로 나와 주었다. 오후 3시까지 낚시해 약 80수의 주꾸미를 낚았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전문 낚싯배를 타지 않고올린 조과로는 만족스러운 양이었다. 11월까지는 붕어낚시와 주꾸미낚시를 겸하기 위해 원산도를 자주 찾을 예정이다. 

▲ 짬낚시로 올린 주꾸미.

▲ 필자가 주꾸미를 낚기 위해 타고 나간 고무보트.

한편 이번에 붕어낚시를 위해 머물렀던 승언1호지뿐 아니라 2호지와 3호지도 연과 부들수초가 가득한 저수지다. 10월 중순 현재까지도 수초가 밀생해 낚시 여건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연줄기가 삭아내리는 11월 이후에 낚시하기 좋은 여건으로 변해있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