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변 연안 포인트에서 올라온 월척들. 칠곡지 토종붕어는 황금빛 강하기로 유명하다.

안성의 유명 토종붕어낚시터 칠곡낚시터에서 월척 붕어가 솟구치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어 일교차가 커짐과 동시에 씨알도 일취월장으로 좋아지고 있다. 동절기를 앞둔 붕어들의 식욕이 왕성해진 것이 호황의 요인이라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분석이다.

▲ 칠곡낚시터 관리소 앞에서 바라본 중상류. 부교와 연안 곳곳에 수초가 밀생해 좋은 포인트 여건을 갖추고 있다.

칠곡낚시터를 찾은 것은 지난 9월 19일. 오후녘부터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로 하늘이 잔뜩 흐린 상태였다. 보통 저기압이 깔리면 조황이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는 반면 아예 비가 내리면 조황이 살아난다는 얘기도 있는데 밤부터 비소식이 잡혀 있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했다. 

올해 봄에 한 차례 취재했던 칠곡낚시터를 다시 찾은 것은 최근 들려온 호황 소식 때문이었다. 올해 가을은 유독 비가 오는 날이 잦다보니 조황도 들쭉날쭉한 낚시터가 많았고 특히 토종붕어를 방류한 낚시터들의 부침이 심했다. 중국붕어나 향붕어와 달리 토종붕어는 외부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약간만 날씨가 나빠도 붕어들이 입을 닫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칠곡낚시터는 꾸준한 조황을 유지했고 씨알도 출중해 대조를 이뤘다. 그 비결로 단골 낚시인들은 ‘자연지와 유사한 낚시터 여건’을 꼽는다. 즉 규모가 작고 인공적으로 낚시터를 조성한 곳들과 달리 칠곡낚시터는 4만4천평으로 규모가 크고 자연지 그대로의 여건이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류, 중류, 하류가 뚜렷하며 전역에 밀생한 수초 덕분에 유료터이지만 야생의 느낌을 준다.

풍부한 어자원도 빼놓을 수 없다. 칠곡낚시터 이영주 사장은 “붕어 공급 업자들에게 일정 양이 잡히면 언제든지 갖고 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토종붕어를 방류하고 있다. 여기에 원래 있던 바닥붕어까지 풍부해 지금은 얼마나 많은 붕어가 있는지 나조차 파악이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 한다. 

깨끗하고 황금빛 찬란한 토종붕어 

한편 칠곡낚시터 붕어 때깔은 유료터와 무료터 통틀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보통의 토종붕어 유료터에서 붕어를 낚아보면 비늘이 벗겨져 있거나 몸에 상처가 있는 녀석들이 꽤 올라온다. 그러나 칠곡낚시터에서는 그런 붕어는 많지 않고 바닥붕어처럼 깨끗하고 황금빛을 띠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분명 들어갈 때는 몸에 상처가 있는 놈들이 많았는데 낚시로 올라오는 녀석들은 상태가 양호한 점은 미스터리다. 

이에 대해 칠곡낚시터를 자주 찾는 김진수 씨는 “칠곡낚시터는 수심이 얕고 수초가 전역에 밀생해 있어 몸에 상처 난 붕어들도 쉽게 치유가 되는 것 같다. 물색도 붕어낚시에 알맞게 탁한 점도 황금색을 띠는 원인으로 추측된다. 나는 원래 경북이나 전남의 자연지를 자주 찾지만 시간이 없는 날은 칠곡낚시터에서 대물낚시를 즐긴다. 칠곡낚시터는 이름만 토종붕어 유료터를 표방할 뿐 옹색한 규모의 양어장 낚시터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취재일 나와 군계일학 이목원(율포도프) 회원이 낚시한 곳은 부교에 고정한 수상좌대였다. 2명이 낚시하기에 적당한 규모인데 이 자리에 이목원 씨와 어탁가 한기덕 선생이 자리를 잡았다. 나는 다른 낚시인들도 촬영하기 좋도록 수상좌대 입구의 부교에 대를 폈다. 

▲ 관리소 앞에서 걸어 들어가는 부교. 1.8~2m 수심을 유지해 안정적 조황이 나오는 포인트다.

▲ 부교 위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 수상좌대에서 낚시한 군계일학 이목원(율포도프) 회원이 밤낚시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원래 우리는 이영주 사장이 최근 굵은 씨알이 계속 나온 도로 밑 연안 포인트에 앉을까 하다가 밤에 비가 온다는 예보에 편한 좌대로 들어갔는데 그 결정은 패착이었다. 이날 좌대에서는 7~8치가 주종을 이뤘고 도로 밑 연안 포인트에서는 월척 이상만 5마리가 올라왔다. 수원에서 온 윤만수 씨가 올린 조과로 윤만수 씨는 최대 38cm 외에 35cm와 32cm를 각각 올려 큰 손맛을 봤다. 윤만수 씨 옆에서 낚시한 일행도 월척 1마리와 7~9치급으로 손맛을 봤다. 두 사람은 월척 이하는 올라오는 족족 방류했다고 한다. 

▲ 윤만수 씨가 도로변 포인트에서 올린 허리급 토종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윤만수 씨는 평소 경북권 낚시터를 자주 찾는 대물낚시 전문가다.

▲ 윤만수 씨가 허리급 월척을 올린 도로변 포인트.

▲ 도로변 포인트는 차량 소음이 다소 들리지만 의외로 굵은 붕어가 잘 낚인다.

▲ 취재일 부교에서 월척 붕어를 올린 평택의 백성화 씨.

▲ 칠곡낚시터에서 잘 먹히는 옥수수글루텐 떡밥.

첫 서리 내릴 때까지 월척 출몰 빈번 

철수 후 추석연휴에 또 한 번 칠곡낚시터를 찾아가 봤다. 추석연휴 때는 대보름달이 뜨기 때문에 밤낚시 조황이 썩 좋지 않은 게 상례다. 그러나 최상류 베르나 레스토랑 앞에 앉은 이천의 이상민 씨는 월척 세 마리 외에 준척급으로만 20마리가 넘는 조과를 올렸다. 달 밝은 밤에도 붕어는 은신처가 있으면 그곳으로 몰리게 되는데 마름밭에 수초구멍을 내고 낚시한 것이 주효한 듯했다.

칠곡낚시터는 자연지낚시터와 비슷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시즌 전개도 비슷하다. 그에 따라 올해 역시 첫 서리가 내리는 11월 초순경까지도 굵은 토종 월척 출현이 잦을 것이라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예상이다. 칠곡낚시터의 입어료는 연안, 부교 동일하게 3만원을 받는다. 

▲ 칠곡낚시터 주변에 영업 중인 카페들. 밤이 되면 멋진 야경을 연출한다.

문의 010-3721-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