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레저 박동우 대표가 문경지에서 올린 50.5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문경지는 그동안 4짜 후반대 붕어들이 자주 낚여 5짜터로 유력한 곳이었다.

추석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여름의 기운이 사라지고 낮에는 선선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밤에는 방한용품을 준비해야 할 정도다. 

여름낚시를 기피하는 필자는 가을이 되면 다시 출조를 준비하는데 적당한 낚시터를 물색하던 중 후배로부터 긴급한 연락이 왔다. 문경에 있는 대형 계곡지에서 48cm와 52cm짜리 붕어가 낚였다는 소식이었다. 연안은 아니고 보트낚시 나왔다는 얘기에 보트낚시 장비를 챙겨 문경으로 떠났다.

▲ 아름답게 물안개가 낀 연안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

2010년 완공한 신생(?) 계곡지 

▲ 드론으로 촬영한 문경지. 길쭉한 형태이며 멀리 좁아 보이는 구간이 하류 방면이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용연리에 있는 문경지는 기존에 있던 신북천 물줄기에 제방을 쌓아 만든 준공 13년차 계곡지다. 2008년부터 제방공사를 시작해 2010년에 완공했다. 규모는 약 8만5천평. 

2년 만에 담수가 완료되면서 저수지다운 면모를 보이게 됐다. 천을 막은 계곡지라 길이는 약 2km에 이르고 폭은 가장 넓은 하류권이 약 250m, 좁은 중류권은 약 150m에 이른다. 낚시는 주로 상류와 제방 우안 중상류권, 하류권 수몰나무 지역에서 한다.

상류권은 지난 여름 장마로 모래가 밀려 내려오면서 노지낚시 포인트가 황폐화됐다. 게다가 진입하는 길이 험해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 보트를 타고 진입한다. 

중류권으로는 가드레일을 넘어가면 물가로의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낚시 자리까지는 약 80m이며 손수레가 있으면 낚시 짐을 나르기 편리한 여건이다. 하류권의 수몰나무 포인트는 주차 후 비탈길을 따라 약 30m 내려가야 한다.

문경지는 문경지역 사람들에게는 문경댐으로 불릴 만큼 물도 맑고, 경치가 좋다. 위치한 곳이 해발 400m의 고지라서 그런지 밤에는 겨울과 같은 추위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맘때부터는 방한장비는 필수다.

▲ 중류권 버스정류장 앞 포인트. 가드레일을 넘어 진입하는 포인트다.

블랙몬스터 보트로 생자리 공략한 것이 신의 한수 

▲ 동일레저의 블랙몬스터 보트를 타고 들어간 낚시인들이 문경지 상류권 연안을 공략하고 있다.

충주에 거주 하는 후배 권대명 씨로부터 5짜 붕어 소식이 전해진 것은 추석 이튿날 아침이었다. 추석 날 저녁부터 문경지로 들어간 권대명 씨의 후배 김해원 씨와 손진아 씨가 각각 48cm와 52cm를 낚았다는 소식이었다. 이틀 후 직접 문경지로 찾아 붕어를 확인함과 동시에 권대명 씨로부터 문경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문경지를 드나들던 권대명 씨는 추석 전후로 45cm 정도 되는 붕어를 몇 마리씩 낚은 적 있다고 말했다. 속칭 ‘남 몰래 빼먹던 곳’이라는 것. 작년까지만 해도 노지낚시로만 붕어를 낚았지만 올해부터는 보트를 타고 공략하게 되면서 좀 더 넓은 시야로 문경지를 분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 노지에서는 접근할 수 없었던 손 안 탄 포인트를 보트낚시로 공략한 것이 5짜 붕어를 확인한 원동력으로 꼽았다. 

48cm를 올린 김해원 씨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추석날 밤 11시14분 무렵, 상류권 수몰 나뭇가지 아래에서 보트낚시를 한 김해원 씨는 5칸 대 찌가 살짝 올라오더니 옆으로 슬며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챔질하자 잉어로 착각할 만큼 강력한 저항이 전해졌다고. 한참의 저항 끝에 뜰채에 담은 녀석은 놀라울 정도로 빵이 좋은 48cm짜리였다. 미끼는 옥수수. 

손진아 씨의 52cm는 중상류에서 낚였다. 역시 수몰나무 앞쪽을 옥수수로 노렸으며 11시52분에 입질을 받았다고. 입질을 받은 낚싯대는 3.4칸 대이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찌가 정점을 찍기 전에 챔질해 완벽한 걸림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워낙 저항이 강해 ‘내 고기가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실랑이 끝에 간신히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고 한다. 조력 20년의 손진아 씨의 붕어 기록은 41cm였는데 이번에 52cm를 낚으며 개인 최고 기록을 무려 11cm나 경신하는 경사를 맞았다.

아쉬운 점은 이틀 뒤 필자가 문경지에 도착해 고기를 살피니 꼬리자루와 지느러미가 살림망에 쓸려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붕어가 너무 컸던 것도 이유일 것이다. 48cm와 52cm 붕어는 사진 촬영 후 곧바로 방류했다. 

▲ 취재 전날 52cm를 낚은 손진아 씨가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 김해원 씨는 48cm를 낚았다. 손진아 씨의 52cm와 함께 사진 촬영 후 바로 방류했다.

▲ 멋진 손맛을 안겨준 52cm 붕어를 방류하는 모습.

동일레저 박동우 대표, 새벽 4시 무렵 50.5cm 뽑아

5짜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필자와 같은 날 문경지로 들어간 동일레저 박동우 대표가 문경지 2호 5짜 붕어를 끌어내는 사고를 쳤다. 

오후 4시에 블랙몬스터 보트를 타고 중상류로 올라간 박동우 씨는 1.5~1.9m의 수심대를 노렸고 역시 블랙몬스터 보트를 타고 상류로 올라간 필자는 70cm~1m의 비교적 얕은 수심대를 공략했다. 필자 자리는 물색이 다소 맑아 내심 마음에 걸렸으나 박동우 씨 자리는 적당히 탁한 물색을 띠고 있었다. 이 즈음 중상류 노지에 자리한 낚시인이 45cm짜리를 올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블랙몬스터 보트를 타고 포인트를 공략 중인 박동우 대표.

저녁 8시가 되자 대낮처럼 주위를 비추는 달이 떠올랐다. 이에 나는 기대감이 사라져 새벽 1시까지만 낚시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잠결에 들려온 카톡 소리에 잠이 깼다.

‘이 새벽에 카톡 알림이라면...’ 황급히 전화를 해 확인해보니 박동우 씨가 방금 50.5cm를 올렸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시간은 새벽 4시30분, 글루텐을 단 3.2칸 대에 5짜가 걸려들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동우 씨는 “졸음이 밀려왔지만 분명 한 마리 올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왔습니다. 그래서 참고 버티던 중 가장 우측에 세워 놓은 3.2칸 대 찌가 천천히 두 마디쯤 올라왔습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챔질하자 다행히 녀석이 수몰나무가 있는 곳이 아닌 맹탕 바닥으로 달아나 쉽게 낚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동일레저 박동우대표가 낚은 50.5cm 붕어.

내심 부러운 마음에 필자도 곧바로 낚시에 집중해 아침 9시까지 찌를 응시 했지만 더이상의 입질은 오지 않았다. 

그날 점심식사는 문경 시내에 있는 필자의 지인 식당에서 5짜 기념 파티로 성대하게 즐겼다. 내년 추석 때는 조상님께 인사만 드리고 곧바로 문경지로 달려와 5짜를 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귀갓길에 올랐다.

▲ 박동우 대표가 5짜 붕어를 올릴 때 사용한 채비. 사용한 찌는 동일레저의 신제품 한지 5짜 찌다.

▲ 박동우 대표가 50.5cm 붕어를 낚을 때 사용한 마루큐의 노리텐 떡밥. 손에 묻지 않으면서도 점착력이 강한 제품으로 토종붕어 자연지낚시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 필자의 후배이자 충주 낚시인 박대명 씨가 블랙몬스터 보트를 타고 하류권 홈통을 공략 중이다. 비록 이날 입질은 받지 못했지만 그림 같이 멋진 포인트 여건이 눈길을 끈다.

▲ 문경에서 속초회 직판장 식당을 하는 장영호 대표와 박동우 대표의 기념촬영. 이곳에서 박동우 대표가 5짜턱을 냈다.

가는 길 상류권-문경읍 용연리 682-8(4륜구동차만 진입 가능, 다리 우측으로 진입), 중류권-문경읍 용연리 630(버스정류장에서 가드레일 넘어 진입, 약 5곳의 노지 포인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