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신안 섬붕어 기행

암태도·추포도

추워져야 간다구요? 그때는 붐비지 않을까요?

인터넷 대물붕어낚시클럽 ‘붕어사랑방’ 회원들이 10월 초부터 섬붕어 출조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장항의 김형문(깅가밍가)씨가 9월 중순부터 암태도로 들어가 월척을 한두 마리씩 낚아온다는 것이었다. 원래 섬붕어는 한겨울이 제 시즌이라고 알려져 있다. 왜 김형문씨는 초가을부터 암태도를 찾았을까?

▲암태도 수곡리에서 추포도(맞은편) 추포리를 잇는 바닷길. 이전에는 주민들이 바위를 층층이 쌓아 놓고 건너다녔으나 지난 2000년 6월에 시멘트 포장도로가 개통되면서 차량 통행이 가능해졌다. 만조 때도 물이 잠방잠방할 정도여서 통행에는 지장이 없다.

올해는 붕어낚시 조황이 엉망이잖아요. 집에서 가까운 군산과 보령 일대 저수지를 여름 내내 뒤졌는데 신통치 않더라구요. 그래서 남녘 섬붕어터를 떠올렸지요. 겨울이 제철이라고는 하지만 그 많은 붕어들이 어딜 가겠어요?” 김형문씨의 말이다. 처음엔 ‘얼마나 낚으려고 벌써부터 섬으로 가느냐’며 무관심하던 회원들도 김씨가 낚아오는 월척붕어를 보고는 조기원정 출조에 너도나도 나섰다.
마침 일산의 김학준 회원이 10월 중순경 암태도 출조 계획을 잡고 있어 그와 함께 가보기로 했다. 김학준씨는 매년 겨울이면 신안군 섬에 들어가 살다시피하는 섬붕어 전문가다. 그는 “겨울보다는 대물 확률이 다소 떨어지지만 가을에 찾으면 겨울보다 한적한 분위기에서 낚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와~ 이건 월척 되겠다!” 웅진레포츠 김동국 사장이 수초 직공낚시로 월척 붕어를 뽑아내고 있다. 신안군 섬에는 직공낚시만으로 굵은 붕어를 낚아낼 수로가 곳곳에 있다.

민가 가로등 아래 둠벙에서 월척이 쑥쑥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까지 내려간 뒤 압해도 송곡리선착장에서 카페리에 차를 실어 암태도로 들어갔다. 이번 원정에는 웅진레포츠 김동국 사장 일행도 동행했다. 신안군의 자은, 암태, 팔금, 안좌도는 4개 섬이 연도교로 연결돼 있어 낚시터 선택의 폭이 넓다. 그중에서 우리의 첫 목적지는 김학준씨가 지난 몇 년 간 재미를 봐왔다는 안좌도 마명리에 있는 무명둠벙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하니 아직 삭지 않은 마름이 둠벙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무성한 마름이 우리가 한 달이나 일찍 섬을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명백한 표식이었다.
두 번째 후보지로 찾아간 곳은 추포도의 추포리 삼각둠벙. 암태도에서 2.5km 거리의 바닷길로 연결된 추포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500평 규모의 작은 둠벙이다. 둠벙이 세모 형태로 생겨 붕어사랑방 회원들은 삼각둠벙으로 불렀다. 이 둠벙은 찾아가는 길을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암태도 오도선착장 도착 후 내비게이션에 암태면 ‘추포리’를 찍으면 암태면소재지를 지나 암태도와 추포리를 연결하는 바닷길(노두길)을 건너 추포리 입구인 작은 교회 앞 삼거리까지 안내한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무시하고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분 정도 가면 우측에 추포리해수욕장·추포리초등학교 입간판과 둠벙들이 보인다.
다행히 이곳은 마름은 없고 뗏장, 부들, 갈대가 주된 수초여서 낚시 여건은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난 둠벙의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섬둠벙이라고 해서 들 한가운데 방치된, 아늑하고 은밀한 곳을 떠올렸건만 이곳은 양쪽 연안이 민가와 맞붙어 있었고, 또 차들이 계속 둠벙 옆을 지나는 바람에 소란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학준씨는 개의치 않는 눈치다.
“육지 같으면 이렇게 민가와 가까운 둠벙에 붕어가 남아 있겠어요? 여기나 되니까 붕어가 남아있는 거지요. 자 빨리 대를 펴세요. 금방 날이 저물 테니까요.”
김학준씨는 평소 봐뒀던 민가 앞 부들밭에, 김동국 사장은 상류 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김학준씨의 권유로 도로변 민가 옆에 앉았는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계속 거슬렸다. 밤이면 차량 통행이 뜸해진다는 얘기에 안심했는데 이건 또 뭐람? 밤 7시가 되자 가로등이 켜지며 대낮처럼 주위가 밝아지는 게 아닌가? 김학준씨에게 다가가 “이 자리가 제일 안 좋으니까 나에게 양보한 것 아니냐”며 농담을 날리자 김학준씨는 “그 자리가 이 둠벙에서 가장 좋은 자리”라며 되받아친다.
속는 셈치고 자리로 돌아와 앉아있는데 왼쪽 갈대 앞에 붙여놓은 29대의 찌가 수상했다. 자세히 보니 케미 불빛은 수면에 걸려 있는데 몸통이 좌우로 약간씩 흔들리는 게 아닌가? ‘물고 있구나!’ 강하게 챔질하니 31cm 월척이 요동을 치며 끌려 나온다. 가로등불 밑에서 붕어를 끌어내는 내 모습을 감상한 일행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붕어를 구경한다.
새벽 1시경에는 최상류에 앉았던 김동국 사장이 30.8cm 월척 1마리, 도로 옆 부들밭에 앉았던 김학준씨는 새벽 3시 이후 32cm와 29, 28, 25cm 붕어를 연달아 낚아냈다. 아침에 조과를 모아보니 월척만 3마리, 7~8치는 8마리 정도를 낚았다. 그러나 모두 무덤덤~ ‘섬인데 이 정도는 기본 아니겠어?’하는 표정들이다.
그런데 아침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둠벙 주인이라는 아줌마가 다가와 담장 밑에 쌓인 소주병과 쓰레기를 가리키며 애꿎은 우리를 나무란다. 다행히 김학준씨가 이 둠벙을 찾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빵을 선물했던 덕에 뒤늦게 김학준씨를 알아본 아주머니의 노여움이 수그러들었다. 어디를 가나 낚시쓰레기가 문제다 문제!

▲안좌도와 팔금도를 잇는 연도교.

고산지 옆 수로 수초구멍에도 월척들이

오후에는 팔금도 당고리에 있는 고산지로 자리를 옮겨 밤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약 3만평 규모에 수초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이 붕어사랑방 회원 김형문씨가 올 때마다 월척을 뽑아갔다는 곳이다.
이 날 오후에는 서울에서 온 두 명의 붕어사랑방 회원이 합류해 함께 낚시를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날 밤 고산지에선 밤새 아무도 붕어를 낚지 못했다. 오히려 월척은 엉뚱한 곳에서 솟구쳤다.
아침을 먹고 직공채비 1대씩만 들고 심심풀이로 찾아간 고산지 아래 좁은 수로에서 월척과 준척 붕어를 쏠쏠하게 낚은 것이다. 그중 웅진레포츠 김동국 사장이 낚은 32cm가 가장 큰 놈이었다. 정말 붕어가 많기는 많은가 보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런 비좁고 짧은 수로에서도 월척을 손쉽게 낚을 수 있는데 굳이 밤을 새가며 저수지낚시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김학준씨가 말했다.
“물론 붕어를 많이만 잡고 싶다면 수초직공 채비만 들고 수로를 파는 게 훨씬 낫습니다. 지금이 비시즌이라도 하루낚시에 월척 두세 마리수는 무난히 낚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우리 회원들은 대부분 멋진 찌맛을 보기 위해 섬을 찾기 때문에 게릴라식 직공낚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요.”
이처럼 신안군의 섬붕어터들은 많은 낚시인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손맛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물낚시꾼들에게는 환상적인 찌올림을, 게릴라식 수초직공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에게는 발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묵직한 손맛을 전해준다. 10월 중순에 섬을 찾았는데도 이 정도 호황인데 더 추워져야 진가를 발휘한다는 단골꾼들의 얘기는 욕심이 아닐까?
김학준씨는 “낚시인들이 겨울이 되어야 섬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겨울 조황이 가장 좋아서라기보다는 추워지기 전까지는 중부지방에서도 낚시터 선택의 폭이 넓다보니 겨울낚시가 가능한 섬낚시터를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찾으면 모기도 없고 수초도 삭고 씨알도 한결 굵게 낚여 매력적이죠. 그러나 그때는 낚시인들로 너무 붐벼 한적한 맛은 없습니다.”하고 말했다.

초행자를 위한 교통 가이드

압해도 송공리선착장에서 카페리 타고 건너가면 4개 섬 모두 왕래 가능

목포에서 다리가 놓인 압해도로 일단 넘어간 뒤 압해도 맨 서쪽 끝에 있는 송공리선착장에서 카페리를 타고 암태도나 팔금도로 들어간다. 시간대마다 카페리가 닿는 곳이 달라지는데 자은, 암태, 팔금, 안좌도가 모두 연도교로 연결돼 있으므로 어느 시간에 배를 타도 도착 직후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11월 현재 07시 30분(암태도 오도선착장), 09시(팔금도 고산천착장), 10시 30분(암태도 오도선착장), 12시 30분(암태도 오도선착장), 14시(팔금도 고산선착장), 15시 30분(암태도 오도선착장), 17시(팔금도 고산선착장)에 배가 뜬다.
※하의도와 비금도, 장산도 등지는 목포 북항에서 배가 뜬다.
요금은 1인 3천원, 승용차 1만5천원, 승합차는 2만원이다. 소요시간은 30분. 주의할 점은 카페리에 실을 수 있는 자동차의 수가 18대 정도에 불과하므로 주말이나 휴일에는 일찌감치 선착장으로 이동해 줄을 선 뒤 차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농협에서 운행하는 조합 소유의 카페리는 지난 10월 1일부터 현지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어 자리가 남아도 외지인과 차량은 탈 수 없으니 유의할 것. 외지인에게 밀려 섬 주민들이 배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카페리 운항시간 및 요금문의 061-271-9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