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도 겨울 돌돔 타작 조행기

뻔데기자리에서 한껏 주름잡았다

광란의 입질 “이거이 뭔 일이다냐!” “오늘 완전히 노나버리는갑소!”

송복종 안산·리치스 헬스클럽 대표

나는 오직 돌돔 원투낚시만 즐기는 마니아로 여서도는 10년째 단골로 다니고 있다. 그리고 여서도에서 겨울 돌돔낚시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8년이 지났다. 작년 봄부터 초겨울까지 여서도에서 예년에 볼 수 없던 호황을 맛보았으며 겨울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여서도를 찾고 있다.    

▲ 필자 일행이 이틀 동안 뻔데기자리에서 올린 돌돔 조과. 5짜 돌돔만 늘어놓고 촬영했다.

▲ 특급 명당인 뻔데기자리. 올 겨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2월 27일 새벽 1시 30분 완도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백조낚시 전용선 백조레저호에 몸을 맡기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눈을 뜨니 어느새 여서도다. 세찬 북서풍을 피해 김이석을 안무생이에 내려주고 나와 구기남씨, 완도의 성관 동생이 뻔데기자리에 내렸다.
오늘의 만조시각은 10시 30분경이므로 아침에는 들물 조류가 흐른다. 들물 조류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흐르는데 정면의 55m 지점에서 입질이 잦다. 썰물에는 조류가 반대로 흐르지만 역시 비슷한 지점을 공략하면 씨알 좋은 돌돔이 낚인다. 
오늘도 난 믿음을 가지고 성게를 끼워 힘차게 캐스팅을 한다. 물속에서 올라온 봉돌이 미지근한걸 보니 오늘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돌돔이 낚이는 전방 50m 지점에 쳐 놓은 그물과 통발이 보였다. 3일 전에 왔을 때도 이 그물에 채비가 여러 번 걸려 큰 녀석을 놓쳤던 기억이 떠올라 오늘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 여서도 뻔데기자리에서 낚은 대형 돌돔을 자랑하고 있는 필자 일행. 좌측부터 경기도 광주 신 사장, 필자, 부천 구기남씨. 모두 57cm 세쌍동이 돌돔이다.

오전 10시까지 별다른 입질이 없다. 이때 어선이 다가와 그물과 통발을 걷어 돌아간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11시쯤 조류가 썰물로 바뀌자마자 전방 50m 지점을 노리던 성관씨의 낚싯대에 첫 입질이 왔다. “투둑 투둑” 겨울이라 그런지 살며시 초릿대를 가져가다 놓는 예민한 입질이 들어왔다. 채비를 지그시 잡아당기니 그제야 살며시 처박는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챔질! “걸었냐?” 성관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진걸 보니 분명 예사롭지 않은 녀석이 걸린 모양이다. 여서도 특유의 미끄러운 바위 때문에 성관이가 주루룩 끌려간다. 내가 잽싸게 낚싯대를 받아들고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어지간한 놈은 30초면 끌려나오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힘이 좋은지 쉽게 항복을 하지 않는다. 한참 후에 드디어 녀석이 허연 배를 드러냈다.
“우와, 정말 큰 녀석이다!”
갯바위에 오른 녀석은 6짜는 족히 넘을 듯한 대형 수놈이다. 지금 이순간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모진 고행도 감수하며 낚시를 다니는 것 아니겠는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성게를 꿴 뒤 힘차게 캐스팅. 약 5분 후에 또 입질이 왔다. “쿠욱 쿠욱” 처박는다. 이번엔 내가 챔질을 했다. 앞의 돌돔보단 힘을 덜 쓴다.  58cm 정도의 씨알. 그 뒤 연이어 구기남의 낚싯대에서도 입질이 왔다. 아쉽게도 5짜에 못 미치는 씨알. “오늘 노나는구먼!”

▲ 1월 3일에도 뻔데기자리에서 52, 57cm 돌돔이 솟구쳤다. 안산의 신동윤씨가 오후 3시경 성게미끼로 낚은 57cm 암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오후 2시 30분경 또다시 나에게 입질이 왔다. 점잖게 초릿대를 끌고 가는 대물 특유의 입질이다. 힘차게 챔질. 역시나 대형급이다. 이번엔 줄무늬가 선명한 암놈.  갯바위에 올려놓고 대충 뼘으로 재보니 60cm에 육박하는 녀석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기남이 낚싯대가 휘어졌다. 이거이 뭔 일이다냐! 성관이 동생도 자기가 낚은 양 난리가 났다. 이 녀석 역시 대물이다. 간신히 끄집어 올려놓고 보니 수놈의 6짜 돌돔이다.
그 뒤로 세차게 흐르던 조류가 느릿느릿해지더니 입질이 끊겼다. 첫날 세 명이 총 5마리를 낚아 올렸다. 다음날 오전에도 뻔데기자리에서 4마리를 더 올렸다. 씨알은 첫날보다 못했다. 하지만 이틀 동안 우리 세 명은 총 8마리를 낚는 대박을 터트렸다. 봄이나 가을엔 흔한 마릿수지만 한겨울에 이 정도 조과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이서 우리의 기쁨을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목포 신안낚시에 돌아오니 낚시춘추 이기선 기자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계측 결과 57cm 세 마리, 55cm 한 마리, 53cm 한 마리, 52cm 한 마리, 두 마리는 4짜급이었다.  

조황문의 완도 백조낚시(061-552-3888), 목포 신안낚시(061-282-7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