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모 편집위원

▲ 지난 8월 29일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에 반대하여 안성시의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낚시인들.

안성시의회가 ‘안성시 낚시통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하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낚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례는 지자체의 자치법으로,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은 안성시 관할 내 저수지와 하천을 대상으로 낚시통제구역, 즉 낚시를 금지시킬 수 있는 조문을 담고 있다. 

안성시의회는 지난 8월 24일 홈페이지를 통해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안성시 내수면 오염 방지, 수생태계 및 수산자원의 보호, 낚시인의 안전사고 예방과 주민들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고자 안성시 낚시통제구역 조례안을 제정한다’면서 낚시통제구역 지정 등에 대해선 ‘어업을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육상의 해수면, 공공수면, 낚시터업을 목적으로 조성된 육상의 해수면에 대해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할 수 있으며 통제기간은 최대 3년 이내로 한다’고 되어 있다.  

▲ 안성시 내 저수지와 하천을 대상으로 낚시를 금지시킬 수 있는 ‘안성시 낚시통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 추진하고 있는 안성시의회.

안성시의회에 조례안 반대 민원 쇄도, 온라인서명운동 6일 만에 1만명 넘어서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에 대한 낚시계의 반발은 8월 11일 안성시의회 정토근 부의장이 SNS에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 발의 예고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에 반대하는 낚시인의 댓글과 조례 제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정 부의장의 답글이 이어지면서 이 공방은 안성시 낚시계에서 전국 낚시계로 확산됐다. 8월 29일 정 부의장 글에 달린 댓글과 답글 수는 741개에 달했다. 

안성시의회는 낚시계의 반발이 거세자 원안에서 ‘낚시통제구역 기간을 최대 3년 이내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수정안을 마련했다.   

낚시계는 지난 8월 17일 한국낚시협회, 한국낚시업중앙회, 안성시낚시협회, 낚시금지대책회의, 낚시하는시민연합, 전국낚시금지철회를위한낚시사랑모임 6개 낚시단체가 ‘안성시 낚시금지 비상대책회의(이하 비상대책회의)’를 결성해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 제정 추진에 대응했다. 비상대책회의 의장은 한국낚시협회 김오영 회장이 맡았다.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에 대한 낚시계의 반발은 매우 거셌다. 반대 온라인서명은 6일 만에 1만 명을 넘어섰고 안성시의회 민원 게시판에 조례안 철회를 요구하는 낚시인의 민원이 쇄도했다. 또 조례안 예고 이후엔 반대 의견서를 앞다퉈 안성시의회에 제출했다.

▲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 반대 온라인 서명. 9월 8일 현재 11,373명이 참여했다.

안성시 호수관광개발사업이 드리운 그늘

낚시계가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이후 던져질 파장이 상당히 클 것이라 우려하기 때문이다. 

안성시는 관할 내 대단위 수면의 저수지를 묶은 호수관광개발사업을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사업 내용을 보면 고삼지, 금광지, 용설지, 칠곡지, 청룡지 5개 중점개발 저수지를 중심으로 미산지(미리내지). 덕산지, 만수지(만정지), 두메지를 연계해 개발한다고 되어 있다. 2천억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엔 용설지에 일부 낚시테마사업이 들어간 것 외엔 8개 저수지 모두 수변개발을 이유로 낚시를 금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안성을 대표하는 대단위 수면 저수지인 고삼지를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낚시계로서는 안성시가 안성을 낚시 불모지로 만들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머지 8개 저수지도 결국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될 운명에 처할, 그 생명이 길어야 몇 년만을 남겨둔 시한부 낚시터로 파악하고 있다.  

안성시낚시협회 여상엽 회장은 “유료낚시터가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안성의 낚시터 특성상 시가 수면임대허가를 내주지 않고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하면 사실상 해당 낚시터는 낚시가 금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성시에서 대나무낚싯대를 만들고 있는 송용운 명장은 “안성시 낚시통제구역 조례안 제정은 안성 낚시인은 물론 그동안 낚시의 고장 안성을 찾아온 낚시인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 수도권 최대 낚시터 중 하나인 안성 고삼지. 안성시가 추진하고 있는 호수관광개발사업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낚시계, 8월 29일 안성시의회 항의시위, 시의회 면담에서 수정안 전달  

비상대책회의는 지난 8월 29일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 예고에 반대하며 안성시의회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엔 비상대책회의 6개 단체 회원들과 전국에서 모인 낚시인 50여 명이 참여했다. 안성시낚시협회는 안성시의회 진입로에 조례안을 반대하는 플래카드 50여 장을 내걸었고 피켓 등을 만들어 시위를 준비했다. 

김오영 비상대책회의 의장은 “안성시에서 낚시통제구역 지정이 이뤄지면 낚시인은 수도권 최대의 낚시터를 잃게 되고 낚시업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안성시의회는 조례안을 즉각 철회하고 대화와 협력에 나서라”고 낚시계의 입장을 밝힌 뒤 시위를 이끌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시위가 2시간 가까이 진행되던 도중 안성시의회와의 면담이 이뤄졌다. 면담은 비공개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오영 의장은 “안성시의회로부터 조례안 예고는 시민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으로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에 낚시계의 요구안을 담은 조례 수정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낚시계가 전달한 조례 수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낚시규제법 개정안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 낚시통제구역 지정에 앞서 실태조사와 낚시단체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상대책회의는 시위 다음날인 30일 ‘낚시계는 낚시계의 의견을 담은 조례 수정안을 시의회에 제출안 상태로 그 결과를 기다릴 것이며 이후 모든 반대운동을 중지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비상대책회의는 안성시의회가 조례안 수정에 앞서 철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강원도의회가 지난 2020년 10월 강원도에서 문어낚시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주민과 낚시인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사례가 있다.

안성 낚시통제 조례안은 의견 제출, 심사 기간을 거쳐 9월 12일 임시의회 표결에 부치게 되며 통과되면 공포에 들어가고, 안성시는 공포된 조례를 근거로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안성시낚시협회는 9월 12일 열리는 안성시의회 임시의회에 단체 방청을 신청한 상태로 안성시 낚시통제 조례안 처리 과정을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