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팀이 갯바위와 테트라포드에 자리를 잡고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다.

최근 들어 무늬오징어는 전국에서 낚이는 추세다. 제주도를 비롯해 동해 남해 전역에서 무늬오징어가 낚이며 서해 먼바다 섬에서도 무늬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안 에깅은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 이유는 각 지역마다 무늬오징어 시즌이 조금씩 차이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늬오징어는 봄(4~6월)에 산란하며 이 기간에 대물이 낚인다. 산란 후 초여름부터는 수심 10~20m 수심대로 빠지며 이때부터 팁런(선상 에깅)이 성행하고, 9월을 지나면 초여름에 부화한 개체들이 얕은 연안으로 몰려 본격적인 연안 에깅 시즌이 열린다. 

예를 들어 동해의 경우 남해보다 약 1달 정도 시즌이 늦다. 남해의 경우 6~7월에 무늬오징어가 산란을 마친 후 일부 개체는 죽고 산란에 참여하지 않은 개체는 깊은 곳으로 빠진다. 동해는 시즌이 늦어 8월에도 산란을 앞둔 큰 개체를 연안에서 만날 수 있다. 따라서 8~9월에 연안 에깅으로 손맛을 보고 싶다면 남해보다 동해로 가는 것이 좋다. 이처럼 각 지역별 시즌을 잘 파악해야만 연안낚시를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다. 

▲ 축산항 연안에서 발견한 잘피 군락. 무늬오징어는 잘피 군락에 주로 산란한다.

▲ 영덕 축산항 취재에 동행한 낚시인들. 좌측부터 박상욱, 신재완, 김동현 씨.

6년 전 100마리 낚은 자리로 

지난 8월 19일 오후 3시, 박상욱(라팔라 필드스탭), 박정운, 신재완 씨와 함께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에 있는 영덕축산해양체험장 아래 갯바위로 나섰다. 원래는 산란을 앞둔 큰 씨알을 노리기 위해 강원도 주문진 일대로 가려 했으나 ‘영덕 일대의 마릿수 조과가 더 뛰어나다’는 제보를 듣고 축산항으로 출조했다.(참고로 9월 첫째 주 현재는 주문진항 일대 조황이 좋고 경북 후포 일대까지 큰 씨알이 낚인다고 한다) 

주말이라 낚시인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포인트로 진입하니 낚시인이 서너 명 밖에 없어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포인트 맞은편에 있는 축산항 외항에 제법 많은 낚시인이 들어가 있어 그곳으로 가볼까 했으나 테트라포드가 크고 이동하기 힘들어서 포기. 갯바위에 작은 테트라포드 이어진 영덕축산해양체험장 아래를 택했다. 

박상욱 씨는 “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조류가 잘 흐르고 주변에 여가 많아 무늬오징어가 많이 들어옵니다. 6년 전쯤 무늬오징어 100마리를 낚은 곳이 바로 이 자리입니다. 수심이 3~4m로 얕고 물색이 맑기 때문에 오후 6시가 되어야 입질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 영덕축산해양체험장 아래 갯바위에 선 신재완 씨가 캐스팅을 하고 있다. 갯바위 우측으로 축산항방파제가 이어지며 방파제의 굽은 자리가 무늬오징어, 한치 포인트로 유명하다.

예상치 못한 잔챙이의 습격 

박상욱 씨와 박정운 씨는 3호 섈로우 타입 에기를, 신재완 씨는 3호 노멀 타입 에기를 사용했다. 수심이 얕지만 가을 오징어는 활성이 높아 작고 빠른 에기의 움직임이 잘 먹힐 것으로 예상해 3.5보다는 3호 에기를 선택했다.

6시 이후면 입질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캐스팅.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세 번째 캐스팅에 박정운 씨가 입질을 받았다. 멀리서 입질을 받아 올린 놈은 500g급 고구마 크기의 무늬오징어. 얼른 촬영하고 다시 캐스팅 했더니 이번에는 씨알 잔 한치가 올라왔다. 

연속으로 입질이 들어와 잔뜩 고무된 상황에 빠르게 액션을 주니 이번에는 아주 약한 오징어의 발길질이 느껴졌다. 박상욱 씨는 “이런 입질은 작은 한치 아니면 계란 크기의 무늬오징어입니다. 제 몸보다 큰 에기에 겁도 없이 달려드는데 다리로 에기를 안지 못해 챔질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애써 에기에 촉수를 붙였다고 해도 챔질하면 촉수가 끊어져버려 잡을 만한 씨알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 300g 크기의 무늬오징어를 낚은 박상욱 씨.

▲ 3호 섈로우 타입 에기에 올라온 무늬오징어.

▲ 신재완 씨가 주력으로 사용한 야마시타의 에기왕 라이브 네온브라이트 2.5호. 물색의 상태에 맞춰 에기의 컬러를 선택해 사용한다.

갓 부화한 무늬오징어 치어가 연안에 가득 

씨알이야 어떻든 무늬오징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나도 박상욱 씨 옆에 서서 포인트 우측의 여밭을 노렸다. 핑크체리 3호 노멀 에기에 입질이 왔고 올려보니 300g 정도 되어 보였다. 한두 마리 낚았기에 입질이 시들해질 줄 알았으나 예상하지 못한 한치가 에기를 따라와 계속 입질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한 큰 씨알은 만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갔다. 

▲ 3호 에기에 올라온 한치. 몸통 크기 15cm 내외의 작은 한치가 입질했다.

▲ 박정운 씨가 해질녘에 낚은 작은 무늬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자정 무렵이 되어 우리는 포인트 이동을 결정했다. 강원도 방면으로 올라갈 것인가, 기장 방면으로 내려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박상욱 씨가 강원도 현지인에게 정보를 들은 결과 ‘현재 주문진 일대는 주말이라 낚시인이 너무 많고 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도 많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동해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며 경정1리방파제, 노물방파제, 영덕해파랑공원 일대를 돌며 아침까지 낚시했지만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는 없었다.

▲ 자정이 지나 찾아간 경정2리방파제.

왜 조과가 시원찮은지는 아침에 바로 알 수 있었다. 방파제 연안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니 갓 부화한 무늬오징어 치어가 밧줄 아래에 모여 있는 게 보였다. 조금 큰 것이 계란만 했고 작은 것은 동전만 했다. 얼핏 보면 나뭇잎인지 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작았다. 

박상욱 씨는 무늬오징어 치어를 보더니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우리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출조했습니다. 이정도 씨알은 열쇠고리 씨알이라 부르는데 부화한지 일주일 정도 된 녀석들입니다. 이런 녀석들이 연안에 있으면 주변에 큰 무늬오징어가 없습니다. 알을 낳은 암놈과 알을 지키던 수놈은 이미 죽은 상태고 산란에 참여하지 않은 개체는 깊은 곳으로 빠진 시점이기 때문에 연안에는 이런 치어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2주 정도 뒤에 오면 이런 잔챙이도 몰라보게 커져서 감자, 고구마 사이즈가 되는데 마릿수 조과는 그때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 부유물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는 무늬오징어 치어. 연안에 작은 치어가 많은 시기엔 에깅이 잘 되지 않는다.

영덕 일대에서 취재팀이 낚은 무늬오징어는 총 5마리. 너무 잔 것은 방생했고 300~500g 씨알을 3마리에 한치도 4마리를 낚았다. 만약 이 상태로 작은 무늬오징어들이 무럭무럭 자라준다면 추석쯤에는 무급 씨알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내비 주소 영덕군 축산면 축산리 94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