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일 올린 긴꼬리벵에돔을 자랑하는 필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중순. 한낮 기온이 34도를 넘나들고 수온도 27도를 넘어가 낚시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되던 상황에서 출조지를 찾았다. 그래도 숨통이 트일 공간은 있게 마련. 성산포 우도의 큰동산 포인트는 오전 11시까지는 햇볕이 들지 않아 요즘 같은 시기에는 피난처 같은 곳이다. 더위를 막아주는 그늘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심이 깊고, 조류가 좌우로 잘 움직이며, 깊은 수심을 보유한 포인트라 요즘 같은 시기에 최적이었다. 

다행히 태풍이 제주도 내륙을 통과한 다음날이었기에 바다가 한 번 뒤집어진 후라 수온도 낚시에 적합한 수준으로 안정됐을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날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팀시마노(TeamSHIMANO) 회원 강종화 씨가 동행했다.

▲ 드론으로 촬영한 우도 서쪽 해안.

▲ 드론으로 촬영한 우도 큰동산 포인트. 수심이 깊고 조류 소통이 뛰어나며 이른 오전에는 그늘까지 지는 포인트다.

중형 긴꼬리 들어오자 잡어 떼 혼비백산

우도 큰동산은 수심 17m 전후의 깊은 직벽지형이다. 일반적인 벵에돔 입질층은 6~8m, 겨울 저수온기에는 8~10m층이다.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훨씬 얕은 3~4m에서 입질이 오는 편이다. 그래서 이날 밑밥은 침하력 좋은 집어제보다는 확산성과 집어 성능에 강점이 있는 제품으로 3장 준비했고 크릴은 평소대로 1.2kg짜리를 5장 반 넣어 배합하였다. 필자는 지귀도 같은 얕은 수심대 포인트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8~9kg의 크릴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포인트 도착 후 약 10분 정도 발밑에 밑밥을 뿌려보니 잡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평소 필자는 채비 구성에 앞서 밑밥을 충분히 뿌려보며 잡어의 유무, 종류, 활동성을 파악한 뒤 벵에돔이 밑밥에 반응하여 올라오는지를 확인한 후에 채비를 구성한다. 또, 공략하고자 하는 포인트에 가끔씩 소량의 밑밥을 넣어 벵에돔에게 밑밥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10여 분간 발밑에 뿌린 밑밥이 반탄류에 의해 조금씩 퍼져나가자 활발히 움직이던 잡어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이어 밑밥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가 무언가에 놀라 황급히 발밑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작은 개체의 잡어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밑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큰 벵에돔 무리일까? 아니면 부시리일까?’ 일반 벵에돔이라면 상층부터 천천히 탐색해 나가고, 부시리가 있다면 발밑에 묶어두는 밑밥 운용을 하거나 분리가 불가능하다면 채비를 깊이 내려 공략해야 한다. 상층에서 밑밥을 따라 움직이는 부시리는 벵에돔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낚싯대는 1-530대를 선택하고 원줄은 합사 0.6호를 감았다. 합사는 연신작용이 적어 충격에 약하다. 그래서 쇼크리더 역할을 하는 나일론 원줄 1.7호를 약 8m 직결한 후 목줄 1.75호 4m를 직결매듭 했다. 바늘은 벵에돔바늘 5호를 묶었으며 찌는 00호찌를 달았다. 봉돌을 달지 않고 천천히 하강을 하는 채비로 완성한 것이다. 

목줄과 바늘, 크릴 무게로만 자연스러운 하강을 유도하며 천천히 채비를 내리자 찌가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다. 5m가량 채비가 잠겨들었다고 생각 할 무렵 갑자기 원줄을 와락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올려보니 40cm에 조금 못 미치는 긴꼬리벵에돔이었다. 잡어들이 혼비백산 도망쳤던 것은 부시리 때문이 아니라 덩치 큰 긴꼬리벵에돔 무리 때문이었다. 

조류가 우측으로 약하게 흐르다가 멈추는 지점에 다다르면 열어뒀던 베일을 닫은 후 여유 줄을 감아 들이고 낚싯대로 원줄에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자 곧바로 초리대를 강하게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고 올라온 두 번째 녀석 또한 40cm의 준수한 긴꼬리벵에돔이었다.

고수온기에 이런 좋은 씨알의 벵에돔이 연거푸 올라오다니 대박조황의 조짐이 보였다. 예상대로 연이어 강력한 입질이 이어졌고 35~42cm의 긴꼬리벵에돔이 연달아 올라왔다.

중썰물이 되자 본격적으로 조류가 좌측 주간명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5m권에서 형성되던 입질층이 더 얕아지며 수심 3m 이내에서 4짜급 긴꼬리벵에돔 입질이 연거푸 들어왔다. 조류가 제 방향으로 움직이니 벵에돔의 활성도가 더 올라간 것으로 예상됐다.

▲ 긴꼬리벵에돔을 히트한 필자가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 40cm에 육박하는 벵에돔을 올린 필자.

깊은 수심 노릴 때는 ‘샌드위치 밑밥술’이 잘 먹혀

일반적으로 7m 전후의 수심대에서 벵에돔 입질이 들어온다면 입질층이 깊다고 말한다. 이처럼 깊은 수심대를 공략 할 때 채비와 밑밥이 효과적으로 동조되는 수심은 6m 정도이다. 아무런 제한 없이 자연스럽게 낙하하는 밑밥, 원줄과 찌를 달고 있는 채비의 침하속도, 이동 속도, 방향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은 수심대를 공략 할 때는 채비를 투척하기 전에 밑밥 서너 주걱을 먼저 넣은 다음에 채비를 캐스팅 하고, 그 후에 다시 밑밥을 두세 주걱을 넣어주는 방식이 좋다. 찌를 사이에 두고 샌드위치처럼 밑밥을 위, 아래로 깔고 덮어주는 방식이 동조에 도움이 되고 조과도 월등하다. 

반대로 입질 수심층이 얕아졌다면 깊은 수심대와 같은 방법으로 밑밥을 주게 되면 너무 많은 밑밥이 고기에게 전해져 입질만 까다롭게 만들거나 활성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그리고  밑밥에 바로 반응해 먹이를 먹으로 올라온 벵에돔 머리 위로 채비가 떨어지며 발생하는 착수음 역시 벵에돔의 경계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채비를 먼저 캐스팅 하고 난 후 조류와 입질층을 계산해 밑밥 투척위치를 고려하여 넣어주는 것이 좋다.

▲ 필자가 먼거리에서 입질한 긴꼬리벵에돔과 싸우고 있다.

독가시치 위로 포진한 중형 긴꼬리벵에돔

오전 11시가 되며 햇볕이 뒷산을 넘어 큰동산을 환히 비추기 시작하고 수심 2~3m 물속까지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오전 내내 그늘이 져 있어 학꽁치 무리가 희미하게 보였으나 나중에 보니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다. 

잠시 후 조금 더 깊은 곳에서 ‘노리끼리한’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독가시치였다. 깊은 수심대에는 독가시치 무리가 포진 중이었다. 그런데 그 위로 4짜 중반급의 긴꼬리벵에돔 2마리가 찌를 중심으로 한 마리는 좌측으로, 한 마리는 우측으로 도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내가 “벵에돔 큰 녀석이 들어왔다”고 말하자 강종화 씨가 “혹시 알부시리 아니에요?”라며 반신반의하며 대답을 했다.

“고기가 떴으니까 줄 주지마라”고 말을 건네자마자 강종화 씨의 낚싯대가 수면으로 고꾸라졌다. 사정없이 대를 처박히게 만든 녀석을 노련하고 능숙하게 제압해 올리자 44cm의 긴꼬리벵에돔이었다. 이날 최대어를 강종화 씨가 올렸다. 강종화 씨는 “형님 부시리인 줄 알았어요!” 라며 고기를 들고 활짝 웃어 보였다.

벵에돔이 완전히 부상함을 캐치한 후에는 캐스팅, 밑밥 두세 주걱 투척 그리고 뒷줄을 잡아 채비가 하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벵에돔을 노렸다. 목줄 길이 이내를 노리자 연거푸 입질이 이어졌다.

▲ 44cm 벵에돔을 올린 강종화 씨. 이날 최대어를 낚았다.

깊은 직벽 포인트는 잡어도 적은 편

벵에돔이 왕성하게 먹이활동 하는 최적 수온은 18~24도이다. 18도 이하에서도, 24도 이상의 수온에서도 벵에돔 활성은 급격히 나빠진다. 특히 수온 저하기에는 생체리듬이 저하되고 먹이를 소화하여 에너지로 만들 필요성이 크지 않기에 활동 에너지를 아끼면서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인다. 반대로 고온 상황일 때도 벵에돔에게 나쁜 요소로 작용하여 활동성이 저하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수온기인 2~3월 영등철에는 제주도라 할지라도 연안 수온이 16도 이하가 돼 수온이 안정적인 깊은 수심대로 이동한다. 긴꼬리벵에돔 같은 경우는 남쪽의 따뜻한 수온 지역으로 이동한다. 

반대로 한여름 고수온기에는 작은 개체의 벵에돔 활성이 극대화 되고 표층까지 부상하여 일반적인 잡어보다 골치 아픈 존재가 된다. 수심이 얕고 바닥지형에 은신처가 많은 조건이라면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먹이를 취하고 빨리 은신처로 돌아갈 수가 있어서 수심이 얕은 지역, 특히 은신처가 발달된 암반지대라면 낚시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정도로 작은 벵에돔의 개체가 주류를 이뤄 낚시인을 괴롭힌다.

이런 고수온기에 선택해야 하는 지형이 바로 깊은 수심대의 직벽형의 갯바위이다. 수심이 깊으면 표층보다 0.5~1도 낮은 수온을 보이며 일률적으로 높은 수온을 보이는 얕은 수심 대와 다른 조건을 갖추고 있어 벵에돔 활동에 좋은 포인트가 된다. 

또한 직벽지대는 잡어에게 제한적 범위 내에서 움직이게 만드는 곳이다. 수심이 얕은 지역은 은신처가 곳곳에 산재해 있기에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잡어가 활동하기에 좋은 장소다. 그러나 은신처가 한정된 직벽은 포식자 등 큰 어류가 활동하기 때문에 잡어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그렇기에 고수온 시기에는 수심이 깊은 직벽의 갯바위가 좋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 취재일 필자와 강종화 씨가 올린 벵에돔. 40cm가 넘는 씨알도 여럿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