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구을비도 까막여에 내린 필자가 아침 피딩 시간에 벵에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홀로 떠나는 비박낚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무더위와 많은 짐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 서울월드피싱 이종국 사장에게 전화해 주중에 당일 번출로 구을비도나 가자고 제안했다. 공지를 올린 후인 8월 26일 오후 7시경, 13명의 회원과 7시경 남양주 매장을 출발해 통영 삼덕항으로 향했다.

몬스터호에 짐을 싣고 2시경 출항해 국도를 들러 몇 팀을 내려주고 소구을비도로 뱃머리를 돌렸다. 구을비도는 각 배마다 상륙 인원이 12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모두 구을비도로 갈 수가 없기에 돌돔 낚시인들은 국도에 하선시켰다. 국도를 경유하다 보니 1시간 남짓 거리를 가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새벽 4시를 좀 넘겨 구을비도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아직 ‘너울끼’가 남아 있긴 했지만 배가 접안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화끈한 아침 피딩

구을비도는 남해동부 끝자락에 외로이 떠 있는 섬으로, 아홉 마리의 새가 하늘을 나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해서 구을비도라 불리고 있다. 하선 금지가 해제된 직후 낚시한 대구을비도 마당여에서 감회가 새로웠는데 오랜만에 소구을비도를 찾으니 그 절경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본섬 북쪽 ‘허리 포인트’에 한 팀 내리고, 비석바위에 돌돔원투 한 팀을 하선시킨 후 필자를 비롯한 4명이 까막여에 하선했다. 1물이라 조류 소통이 좋지 않을 것으로 약간 걱정했는데 다행히 까막여는 원래 조류 소통이 좋고, 이날 비석바위 쪽으로부터 너울이 좌측 여에 부딪혀 생겨난 포말지대와 반탄류 덕분에 긴꼬리벵에돔이 좋아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 까막여에서 바라본 비석자리 포인트. 돌돔낚시인들이 돌돔을 노리고 있다.

까막여는 그리 크지 않은 여지만 일행끼리라면 네 명이 충분히 협조하며 낚시할만한 곳이다. 이종국 사장과 이지환 회원은 남쪽을 바라보는 ‘배 대는 자리’에 자리 잡았고 한국프로낚시연맹 박융호 프로와 필자는 본섬을 마주 보는 골창에 자리를 잡았다. 

▲ 까막여 우측 골창 모습. 멀리 대구을비도가 보인다.

상륙 후 짐을 정리하고 미리 준비해간 크릴 6장에 V9구레 초원투, 빵가루 한 봉씩을 브랜딩해 밑밥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뿔사! 유튜브 촬영을 하려고보니 장비 가방을 선실에 두고 내린 게 아닌가.(급히 선장님께 전화해 10시 출조 손님을 태우고 들어오는 길에 전달받아 촬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 필자가 사용한 집어제와 빵가루.

일단 오전 촬영은 포기하고 대신 아침 피딩타임 낚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곧바로 채비를 준비하는데 전자찌로 먼저 낚시를 한 이지환 회원이 배댄자리에서 30cm가 훌쩍 넘는 준수한 사이즈의 긴꼬리벵에돔을 낚아냈다. 일단 대상어가 일찌감치 나와 주니 분위기가 고무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안전상 항상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낚시하는 스타일이라 전자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일단 조류가 제법 잘 흘러 테크니션 토라 쓰리제로(000) 주간찌로 세팅하고 편의점표 냉커피를 한 잔 한 다음 낚시를 시작했다. 여전히 어두웠지만 대강의 실루엣은 보이는 상황. 이처럼 야간찌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캐스팅 후 원줄의 텐션으로 찌의 방향과 입수 정도를 가늠한다. 이렇게 하면 동이 틈과 동시에 다시 야간찌에서 주간찌로 교체할 필요가 없어 채비교체로 인한 피딩타임 손실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후 원줄의 텐션으로 찌의 방향과 입수 정도를 가늠한다. 이렇게 하면 동이 틈과 동시에 다시 야간찌에서 주간찌로 교체할 필요가 없어 채비교체로 인한 피딩타임 손실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채비에는 밑밥을 한두 주걱 주고 조류를 감안, 좌측 발밑에 서너 주걱 주는 패턴으로 전환했다. 두어 번 이렇게 캐스팅을 해 채비가 발밑으로 붙어 우로 빠지는 듯 할 때 원줄을 시원하게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올라온 녀석은 30cm가 약간 넘는 긴꼬리벵에돔. 갈무리 하고 다시 같은 방법으로 채비를 흘리자 같은 자리에서 또 비슷한 사이즈의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곧이어 이지환 회원에게도 입질이 찾아오고 고부력 반유동 채비로 낚시를 하던 이종국 사장에게도 긴꼬리벵에돔이 걸려들었다.

▲ 긴꼬리벵에돔 회를 떠 점심식사를 즐겼다.

밑밥과 동조되는 채비를 찾아라

이렇게 일찌감치 우당탕하고 나니 5시30분경 동이 트기 시작했다. 썰물에는 배댄자리의 조류가 좀 더 좋아 그쪽에선 약 10마리 정도가 낚였고 골창 쪽에서는 썰물에 5마리 정도 낚고 나니 8시경 들물로 바뀌었다.

한동안의 소강상태가 이어지자 안보이던 20cm가 갓 넘는 뺀찌(새끼 돌돔)들이 갯바위 주변에서 물고 늘어졌다. 초들물이 시작되면서 조류 힘도 약하고 뺀찌도 피할 겸 찌를 제로 알파찌로 세팅한 후 조수고무 아래에 G2봉돌을 하나 물렸다. 수심 4m 위에 나비매듭을 묶어 좀 더 먼 지점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이 채비 세팅은 매듭이 있는 4m까지는 천천히 내린 다음 매듭이 걸리면 찌까지 서서히 수면 아래로 침강하게 되는, 일종의 잠길찌 채비 방법이다. 수심 4m에 찌매듭을 하는 이유는 이날 벵에돔들이 4~6m권에서 주로 입질했기 때문이었다. 멀리 캐스팅해 4m까지 천천히 내리다 보면 부상하는 벵에돔은 물론 좀 더 깊은 곳에 있는 벵에돔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론으로 알고 있는 00찌의 침강 속도와 밑밥 하강 속도가 가장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이것도 상층부에서는 가능한 얘기이다. 벵에돔이 깊은 곳에서 입질하거나 조류가 빠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필자는 밑밥띠와 내 채비가 완벽하게 동조되지는 않지만 실질 입질 수심층에서 최대한 동조될 수 있는 실전적인 채비를 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한편 잠길찌 채비 운용 시 캐스팅 후 밑밥을 찌에 바로 주면 밑밥동조는 처음에만 일시적으로 일어나고 정작 입질 수심층 도달 때는 미끼가 밑밥띠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잠길찌 채비를 사용할 때는 찌에 바로 밑밥을 주는 것보다는 ‘채비 각’을 잘 보면서 주는 게 좋다.

▲ 이지환 회원이 올린 긴꼬리벵에돔. 밑밥과 채비가 동조되면 어김없이 입질이 들어왔다.

▲ 필자가 준비한 벵에돔 밑밥.

제로 알파찌 선택은 신의 한 수

채비를 바꾸고 밑밥 투척 후 보니 물색이 맑아 조수고무 빠짐과 원활한 채비 내림이 잘 보였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직감적으로 한 마리 물어 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예상대로 매듭이 찌에 걸리고 제로 알파찌가 수면 아래로 어느 정도 잠기자 원줄을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이 찾아왔다. 3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이었다.

갈무리 후 다시 같은 패턴으로 선 밑밥 후 캐스팅하니 같은 5m권에서 원줄을 ‘와라락~’ 하고 가져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이후로는 크릴 하나에 벵에돔 한마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입질이 연타로 들어왔다. 제로 알파찌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 필자가 사용한 제로 알파 부력 구멍찌들. 왼쪽부터 테크니션 토라, 토비이며 맨 우측은 쯔리켄사 제품이다.

오후 낚시는 이렇게 쉬엄쉬엄 하다 철수배가 와서 철수길에 올랐다. 동트기 전에 마릿수 긴꼬리벵에돔이 나와 주기 시작해 철수 전까지 꾸준하게 올라와준 덕에 나 혼자서도 두 자리 수의 벵에돔을 만날 수 있었고 이날 일행들이 잡은 조과까지 합치면 속된 말고 ‘판떼기’ 조황이 나와 주었다. 

1.75호 목줄에 강력한 입질이 들어와 5번이나 터졌고 2호 목줄로 교체하면 입질 빈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경험도 했다. 그러나 물색이 맑을 때는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한 단계 낮은 목줄과 바늘을 사용해 일단 입질을 받아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날의 입질 패턴과 수심층을 확인하는 것이 모든 낚시의 급선무이기기 때문이다. 

이날 필자가 위치한 본섬 마주보는 좌측 골창은 여를 넘어오는 너울에 반탄류가 많이 발생했던 곳인데 용존산소량이 많아 너울 끝자락을 노리면 물이 가지 않을 때도 좋은 조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채비도 채비지만 낚시터 주변 여건의 변화를 잘 이용하는 것도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는 비결일 것이다. 

▲ 까막여에서 올린 긴꼬리벵에돔을 보여주는 필자. 사위가 어둑한 시점부터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 필자 일행이 까막여에서 올린 푸짐한 벵에돔 조과.

조황문의 통영 몬스터호 010-7169-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