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레 도인 텐야로 동시에 갈치 입질을 받아낸 지상학(왼쪽), 추정우 필드스탭. 이날 낚인 갈치는 대부분 3지가 넘는 씨알이었다.

갈치 텐야가 국내에 보급된 지는 벌써 10여년이 넘지만 사실 그동안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일본에서 보급된 갈치 텐야는 원래 대물 갈치를 노리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일본에서는 4지 이상부터 6지에 달하는 초대형을 노릴 때 주로 사용하고 있다. 장소는 일본의 규슈의 후쿠오카항 앞바다처럼 수심이 50~100m에 달하는 곳인데 매년 11월 즈음부터 산란을 위해 들어온 5지 이상급 갈치가 주 타깃이다. 

그러나 일단 우리나라에는 일본과 같은 수심 깊은 산란장 개발이 안돼 특정 시기에 텐야로 초대형 갈치를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초기에 보급된 것이 10g 미만의 가벼운 텐야였다. 그런 제품들은 내만에서 2~3지급을 노릴 때 적합한 제품들이었다. 

그러나 낚시인들은 굳이 그런 잔챙이를 텐야로 노리고 싶지는 않았다. 지그헤드와 메탈지그 같은 루어 또는 생미끼 채비로도 손쉽게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텐야는 루어 몸체에 정어리 살 같은 생미끼를 묶어야 해 불편하고 냄새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그러던 차에, 한조크리에이티브에서 ‘캐스팅 텐야라는 신기법 소개 시간을 마련했다’는 초청장을 보내와 동행하게 됐다. 캐스팅 텐야라면 말 그대로 미끼를 결합한 텐야를 멀리 던진다는 뜻인데 과연 기존의 사용법과 무슨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다. 아울러 당시는 갈치 텐빈이라는 기법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라 과연 캐스팅 텐야가 텐빈 만큼의 위력을 갖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 박범수 대표가 출조에 앞서 캐스팅 텐야의 특징과 활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 프로그레 캐스팅 텐야 실조회에 참가한 한조크리에이티브 필드스탭들.

갈치 텐야 제대로 즐기려면 준원도로 나가야   

8월 23일 진해 삼포항에 집결한 한조크리에이티브 스탭들은 황금물결호를 타고 안경섬 근해까지 나갔다. 낚시인들은 이 해역을 준내만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 표현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만이건 준내만이건 육지와 가까운 잔잔한 바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안경섬 근해는 엄연히 내만을 완전히 벗어난 바다이며 굳이 표현하려면 준원도권이 맞을 것이다. 

오후 6시30분경 안경섬 해역에 도착하자 확실히 파도도 거세고 바람도 강했다. 선장실의 플로터로 살피니 수심이 80m 가까이 찍혔다. 먼바다 외줄낚시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가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프로그레 갈치 텐야는 50g짜리 도인과 30~40g짜리 마츠리 사소이바와 세메바. 현재 수심에서는 50g짜리 도인을 사용하기에 알맞다는 얘기에 도인을 세팅했다.

50g짜리 도인은 바늘도 엄청나게 컸다. 바늘이라기보다는 갈고리가 더 어울릴 듯했고 바늘 끝도 날카로워 일종의 흉기를 연상케 했다. 

텐야 위쪽에 정어리를 얹은 후 철사로 칭칭 감아 고정시켰다. 그 무게만으로 낚싯대 초리에 큰 저항이 전해졌다. 나는 이날 한치 오모리그용 스피닝대면 충분하다는 얘기에 한치대를 들고 왔는데, 루어를 던지는 데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갈치를 걸면 저항이 커질 듯해 약간 불안했다. 

▲ 프로그레 도인 텐야. 둘 다 50g짜리로 위가 더블훅, 아래가 싱글훅이다. 갈치 활성이 좋아 걸림이 잘 될 때는 싱글훅, 예민한 입질을 보일 때는 더블훅이 유리하다.

▲ 30g짜리 마츠리 세메바 텐야에 미끼를 결합한 상태. 입질이 약은 상황에서는 무거운 텐야보다 가벼운 텐야를 쓸 때 입질이 활발했다.

캐스팅 텐야 기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일단 언더캐스팅으로 텐야를 멀리 던진 후 원줄을 충분히 풀어준다. 대략 30~50m를 공략 수심으로 보며 만약 갈치가 20~30m 수심대에 있다면 떨어지는 텐야를 바로 받아먹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50m 정도까지만 내렸다가 점차 위쪽으로 리트리브 하며 입질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박범수 대표의 손은 확실히 빨랐다. 단 두 번만의 캐스팅에 첫 갈치를 올렸다. 폴링바이트였다. 낚싯대 연결 마디에서 ‘뿌드득, 뿌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저항이 대단했다. 올려보니 3지가 약간 넘는 씨알이었다. 이후 박범수 대표는 3연타로 갈치를 올렸고 그중 2번은 폴링바이트가 아니라 위로 감아올리는 도중에 입질이 받았다. 

▲ 연타로 갈치를 뽑아내고 있는 한조크리에이티브 박범수 대표.

▲ 프로그레 도인 텐야를 물고 나온 갈치.

▲ 필드스탭들에게 전달한 프로그레사의 텐야. 왼쪽 3개가 무겁고 바늘이 큰 도인, 오른쪽 4개가 얕은 수심에서 사용하기 좋은 마츠리 사소이바와 세메바다.

3지 갈치 파워에 작살난 한치대

곁눈질로 요령을 파악한 나도 20m 이상 텐야를 던진 후 재차 원줄을 풀어 50m 정도 가라앉혔다. 그런 후 리트리브를 하려는데 무언가 묵직한 느낌으로 낚싯대를 주욱 끌어당겼다. 입질이었다. ‘아니 무슨 입질이 이렇게 묵직해?’하며 챔질하자 낚싯대가 못 견디겠다는 듯 ‘뿌드득, 뿌드득’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략 40m 수심에서 갈치가 물었고 씨알은 3지 밖에 안 되는데도 그 힘이 대단했다. 4지가 넘어가면 약한 대로는 올리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번째 캐스팅에 또 다시 갈치가 히트됐다. 이번에는 가라앉는 텐야를 중층에서 바로 때렸다. 낚싯대에서 ‘뿌드득~’ 하는 소리가 났고 나는 낚싯대를 세운 채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놈은 3지를 훨씬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릴을 감으려는 순간, “딱!” 소리가 나며 낚싯대가 부러져버렸다. 이음대 부분이 파손된 것이다. 

처음에는 ‘3지급 갈치에 낚싯대가 부러지다니 말이 돼?’라며 제조업체를 탓했지만 이것은 제조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적정 낚싯대를 사용하지 않은 내 잘못이었다. 확실히 가늘고 가볍게 설계한 한치 전용대로 먼바다 갈치를 낚는 건 무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민물 배스 로드 중 길이가 짧은 미디엄 라이트~미디엄 액션대를 사용하면 딱 좋을 듯했다. 이후로는 베이트 장비를 꺼내 스피닝 장비를 대신했다.

갈치의 힘이 너무 좋자 스탭의 절반 이상은 전동릴 장비를 꺼내들었다. 경량의 스피닝 장비로 40~50m 수심에서 갈치를 끌어내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기 때문이다.  

▲ 선미에서 유튜브를 촬영하며 굵은 갈치를 올린 허선웅 스탭.

▲ 허선웅 스탭이 도인 텐야를 사용해 거둔 조과. 밤 11시까지의 조과로 취재일에 가장 많은 마릿수를 올렸다.

구조상 텐야는 ‘자동빵’도 잘 돼 

그런데, 몇 년 전 내만에서 낚시할 때는 이렇게 파워가 세지 않았는데 왜 오늘은 달리 느껴지는 것일까? 원인은 1지 차이의 갈치 씨알과 수심에 있었다. 내만에서는 커야 2지 반짜리가 낚이지만 먼바다로 나오니 최소 3지가 넘었다. 고작 0.5지 차이었지만 파워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아울러 내만에서는 깊어야 20m 안쪽에서 낚시하지만 준원도권은 50m에 달하는 수심을 노린다. 그런 데서 3지급을 거니 파워가 두 배 이상, 아니 전혀 다른 고기를 건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이처럼 텐야(캐스팅 텐야 낚시)가 재밌으려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만 한다. 첫째가 시즌으로, 갈치 씨알이 평균 3지 이상으로 굵어졌을 때다. 둘째는 장소다. 2지 내외급이 버글거리는 내만에서는 텐야를 쓰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적어도 3지이상급이 주종으로 올라오는 먼바다 즉 준원도로 출조하는 낚싯배를 타야 제대로 된 손맛과 화끈한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갈치 텐야를 해보니 흥미로운 점 두 가지를 추가로 알 수 있었다. 텐야의 원리는 갈치가 밑에서 위로 솟구치며 텐야에 묶은 미끼를 물면, 그 순간에 맞춰 강하게 후킹해 갈치 입이나 입 언저리에 바늘이 박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강한 후킹이 필수일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열 번의 입질 중 절반 이상은 소위 ‘자동빵’이 됐을 정도로 걸림이 잘 됐다. 

이유는 갈치의 포악스러운 입질 특성 때문이었다. 이론상으로 설명할 때는 갈치가 텐야의 중심부를 무는 형태로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바늘 가까운 부위를 물 수도 있다. 아울러 어느 지점을 물던 간에 미끼를 문 후 난폭하게 머리를 흔들며 먹이고기에게 중상을 입히는 동작을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크고 날카로운 바늘에 저절로 박혀 자동빵(제물걸림)이 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일단 꾸욱- 하고 당겨 들어가는 입질이라면 이미 바늘이 입 어딘가에 박힌 것으로 보면 되며 이때부터는 천천히 릴링해 끌어내면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예신에서는 성급하게 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갈치는 날카로운 이빨로 1차로 공격한 후 먹이고기가 중상을 입어 비틀대면 2차 공격에 들어간다. 따라서 투두둑- 하는 예신이 오면 잠시 기다렸다가 대끝을 꾸욱- 하고 당겨갈 때 챔질하면 완벽한 걸림을 유도할 수 있다.

▲ “12시도 안 됐는데 벌써 쿨러 절반을 채웠습니다.” 시연회 게스트로 참석한 박경식(왼쪽), 김경호 씨가 캐스팅 텐야 기법으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텐빈보다 활동적이고 지루하지도 않아 인기 만점

그렇다면 요즘 유행 중인 텐빈과는 어떤 차이가 있고 조황은 어떤 게 더 앞설까? 이 부분은 일단 조과보다는 개인의 낚시 취향에 달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갈치 텐빈은 쉽게 말해 한치 오모리그나 외수질 채비에 미끼만 생선 살을 꿴 것과 유사한 낚시라고 보면 된다. 채비 하강 중 목줄 엉킴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편대(텐빈은 한자어 천평天秤을 일본어로 읽었을 때의 발음이다)를 사용한 것이 차이점이다. 

입질 파악에서도 텐빈은 한치 거치식 낚시처럼 수심만 약간씩 조절해가며 갈치 입질을 기다리기 때문에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 

반면 텐야는 미끼를 단 루어를 멀리 캐스팅한 후(배 밑으로 바로 내려도 된다) 다양한 액션을 주며 탐색낚시를 펼치기 때문에 루어낚시와 생미끼낚시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텐야와 텐빈을 함께 사용하는 낚시인이 늘었다. 장비는 두 벌을 사용하는데 둘 다 텐빈 채비를 하면 너무 심심하니 한 대는 텐야를 달아 낚시하는 것이다. 마치 한치낚시에서 거치식 한 대, 오모리그 캐스팅 장비 한 대를 운용하는 것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보면 된다. 일단 수심계가 달린 텐빈 장비로 입질을 받아 갈치 입질층을 파악한 후 텐야로 그 수심층을 노리면 훨씬 쉽고 빠르게 입질층을 찾아낼 수 있다. 

아무튼 취재일 조과는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새벽 1시 무렵 폭우가 시작돼 일찌감치 철수했음에도 100마리에 가까운 조과를 거둔 스탭도 있었다. 이 정도면 굳이 더 먼바다로 나가 밤새 고생하며 외줄낚시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외줄낚시와의 1대1 비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준 조업에 가깝고 하나는 순수한 낚시 개념이기 때문이다. 밤새 어부가 될 것인가, 재미난 낚시를 즐길 것인가는 자신의 취향에 달렸다. 

▲ 낚시를 멈추고 선상 야식을 즐기고 있는 한조크리에이티브 필드스탭들.

▲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캐스팅 텐야낚시를 즐기고 있는 필드스탭들.

생미끼 묶는 게 귀찮다구요? 갈치 살 포 떠 쓰면 열 마리 낚아도 잘 버텨

▲ 텐야에 묶어 쓰기 위해 포를 뜬 갈치.

최근의 텐야낚시를 해보지 않았거나 내만 텐야낚시에서 실망한 낚시인들은 텐야의 가장 불편한 점으로 미끼 묶는 것을 꼽는다. 물컹한 꽁치나 정어리 살을 텐야에 묶다보면 손에서 비린내가 진동하고 한두 마리만 낚아도 미끼 손상이 잘 돼 재차 묶어야 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좋은 미끼가 포 뜬 갈치 살이다. 일단 첫 갈치가 올라오면 양면을 포 떠 쓰기 좋은 크기로 잘라 놓으면 밤새 미끼로 써도 부족하지 않다. 특히 단단한 꼬리 부위를 잘라 철사로 잘 고정하면 갈치 10마리를 낚아도 미끼가 오래 견딜 정도다.

▲ 텐야에 사용할 갈치 살. 포를 떠도 되지만 단단한 꼬리 부분을 잘라 통째로 묶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