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로 수생식물의 생활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온이 여름과 비교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다. 이때는 대부분의 부유식물이나 부엽식물이 삭아 들어가며 수면 그득하던 수생식물이 사라진다. 이때 표층이 아닌 물속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생활사를 이어나가는 수생식물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물속에서 살아가는 식물인 침수식물이다. 

이번 호에서는 가을을 맞아 삭아 들어가는 표층의 수생식물보다는 물속에서 여전히 물고기들의 생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침수식물을 알아보도록 하자.

침수식물이란?

침수식물(submerged plants)이란 뿌리와 몸체 둘 다 물속에 완전히 잠겨서 살아가는 식물로 물 흐름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고 그로 인해 몸체가 굉장히 연약한 것이 특징인 식물이다. 수중에서 영양분을 공급받고 물속으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해 광합성을 하여 생육한다. 육상에 바람이 있듯 물속에는 물 흐름이 있는데 그러한 곳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잎이나 줄기의 기계적 조직이 굉장히 연약하게 진화하였다. 그렇기에 육상의 식물과는 다르게  잎이 굉장히 길거나 매우 세밀하거나 선형으로 이루어진 식물들이 많다. 

▲ 침수식물이 물속에서 밀생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

육상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생육

이 침수식물들은 대부분 육상과 민물에 생육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바다에서도 여러 종이 서식하고 있다. 바닷가 얕은 곳에서 자라는 거머리말이 가장 대표적인 바다의 침수식물이다. 흔히 미역이나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거머리말과 같은 부류로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완전 다른 생물이다. 

미역과 다시마는 해조류에 속하고 거머리말은 해초류, 즉 해산현화식물(물속에서 꽃을 피우는 생물)로 실제로 육상식물처럼 꽃을 피운다. 이러한 거머리말류는 육상처럼 물고기나 두족류 등 여러 생물의 터전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다양한 생물의 은신처 그리고 산란터가 되기도 하여 바다생물의 다양성 확보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따로 다룰 예정이다. 

▲ 거머리말. 바다에서 꽃을 피우는 해산현화식물로 흔히 잘피라고 부른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침수식물 붕어마름

▲ 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붕어마름. 흔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이며 붕어의 생태와는 별 관련이 없다.

국명 붕어마름, 학명 Ceratophyllum demersum인 붕어마름은 그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 침수식물에서 가장 친근하고 가장 많이 불리는 식물 중 하나다. 실제로 붕어가 많이 있는 연못이나 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로 굉장히 연약하며 쉽게 뜯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수생식물이 1년만 살고 죽는 것에 반해 이 붕어마름은 여러해살이풀이다. 즉 표층의 여러 수생식물이 수온이 떨어지고 기온이 가을을 넘어 겨울로 가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 삭아 없어지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에 반해 이 붕어마름은 물속에서 1년만 살지 않고 여러 해를 견디며 살아간다. 여름 가을내 여러 생물의 은신처와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식물들이 삭아 없어질 때 이 붕어마름은 물속에서 갈 곳이 없어진 생물들에게 또 다른 은신처와 안식처 그리고 먹이를 제공한다. 

침수식물을 대표하는 종인만큼 대중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고 물고기를 어항에서 키우거나 기타 수생생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선호 받는 식물로 키우기 쉬우며 번식도 쉽게 되는 특징이 있다. 

붕어마름은 초봄에 영양번식 시작

붕어마름은 아주 작고 연약한 줄기를 가지고 물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꽃이 피긴 피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엄연히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이다. 수꽃과 암꽃이 다르며 꽃은 아주 작다. 수온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월동눈(겨울을 나는 눈)이 생겨 물속에서 월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듬해 일조량으로 수온이 올라가면 영양번식(고구마 뿌리처럼 영양기관을 직접 번식에 사용)으로 자라나게 된다. 이 경우 수심이 얕으면 얕을수록 빨리 월동눈이 생기고 이른 봄이나 늦겨울에 싹이 나는 등 수량이 많은 곳 보다 더욱 극단적으로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초봄이 되고 일조량이 많이 지면 영양번식을 시작한다. 

이름만 들으면 붕어와 굉장히 관련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런 것은 아니며 한국의 대표적인 민물고기가 붕어라면 그런 붕어가 있는 곳에 같이 자라는 흔한 수생식물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면 이해가 쉽다. 

단기간에 밀생하는 말즘

▲ 단기간에 물속에서 밀생하는 말즘. 미역처럼 생겼다.

말즘(Potamogeton crispus)은 낚시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가장 질문을 많이 받은 침수식물이다. 그만큼 낚시인의 눈에 가장 쉽게 띄는 침수식물 중 하나로 강이나 냇가, 연못이나 저수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낚시인에게는 말풀이라는 이름으로 굉장히 친숙한 식물로 이 역시 물속에서 평생을 자라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말즘 역시 꽃을 피우는 식물로 굉장히 작은 노란 꽃을 피우게 되고 영양번식 또한 가능하여 짧은 시간 내 넓은 곳을 뒤덮어 버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예전에는 이 밀생한 말즘을 뜯어다 가축의 먹이로 쓰기도 하였다. 

▲ 말즘꽃

물 흐름 원활한 곳에 서식

말즘의 특징은 물이 흐르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수심을 선호하여 수심 깊은 저수지에서는 가장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즉, 햇빛과 산소를 다른 식물에 비해 선호하는 식물이다. 그렇기에 저수지 한중간에서 말즘이 확인된다면 그곳은 햇빛이 다른 곳에 비해 잘 들어오는 곳, 즉 얕은 곳이라 판단할 수 있고 물이 흐르는 하천이나 강에 이 말즘이 밀생하고 있다면 이곳은 물 흐름이 원활한 곳이라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은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비슷하게 생긴 나사말(Vallisneria natan)과 혼동이 될 수 있으나 나사말은 말즘보다 흔하지 않고 스프링 나사 모양의 꽃줄기가 말즘과는 확연히 다르다. 

강계에서 배스낚시를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배스의 은신처로 유명하다. 붕어낚시를 하는 사람에게는 말풀로 불리며 표층의 수생식물이 거의 없어지는 저수온기에 붕어낚시 포인트를 정하는 하나의 중요 키로 불린다. 

민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검정말

▲ 물속 질소를 흡수해 수질을 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검정말.

검정말(Hydrilla verticillata)은 붕어마름과 더불어 저수지나 연못, 개울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침수식물로 사실상 대한민국의 민물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침수식물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담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아주 크며 각종 담수 물고기들이 이 검정말을 토대로 물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명력도 굉장히 강하고 쉽게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다른 침수식물에 비해 깊은 수심까지는 자라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비슷한 곳을 선호하는 붕어마름이나 이삭물수세미 같은 침수식물과 함께 경쟁하며 혼생하는 경우도 많다. 

물속 질소 흡수력이 탁월

검정말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물속 질소 흡수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그 뜻은 물 정화에 탁월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조금 수질이 좋지 않거나 물에 녹은 비료들이 많이 흘러들어오는 곳에서도 생육을 잘하며 번성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광합성에 의한 산소생성에 탁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검정말이 밀생한 경우는 부분적으로나마 물이 깨끗하거나 산소농도가 높은 지역이 많으며 이런 곳은 새우나 미소 생물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지역으로 그것을 먹고사는 어류들도 검정말 군락을 은신처나 먹이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침수식물에서의 어종별 공략 팁

붕어는 이름이 붕어마름과 같아 붕어마름을 선호할 것 같지만 위에서 표현한 대로 붕어가 좋아해서 붕어마름이 아니라 붕어처럼 흔하고 대표적인 물속 침수식물이라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침수식물이 민물 붕어낚시에서 포인트가 되는 시기는 대부분 늦가을부터 시작이 된다. 

침수식물이 밀생하는 시기에는 깔끔하게 찌 안착이 되지 않는 번거로운 장애물로만 인식되지만 가을을 넘어 초겨울로 가는 시기, 마름이나 각종 부엽식물이 삭아 없어지는 시기에는 이 침수식물이 포인트의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곳에는 검정말과 말즘이 생육하고 있고 초겨울 낚시의 포인트가 되기도 하며 겨울을 지난 초봄, 검정말과 말즘이 새로 돋아나는 시기에는 연약하고 푸른 새잎이 붕어가 좋아하는 미소생물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배스는 가을이 되면서 서서히 떨어지는 수온에 반응하기 시작하여 10월이 되면 굉장히 높은 활성도를 띄게 된다. 이때 여름 내내 최고의 포인트가 되어 주었던 마름군락은 꽃을 피운 뒤 쇠퇴를 거듭하게 되고 그 자리를 침수식물이 대신하게 된다. 배스낚시라면 이러한 연약한 침수식물을 돌파할 수 있는 채터베이트나 언더스핀이 쓰기 좋은 루어가 되고, 물 흐름이 좋은 곳에 생육하는 검정말 같은 경우에는 텍사스리그 등 커버낚시 채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