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에 등산지에서 중치급 붕어를 올린 필자. 노화도 내 붕어터에는 토종 어류들만 서식하고 있다.

드디어 가을! 듣기만 해도 설레고 기대감이 높아지는 계절이다. 다양한 가을의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여름철 긴 장마와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잠시 주춤거렸던 낚시인들의 활기찬  발걸음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변 여건은 녹녹치 못하다. 한낮의 늦더위와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잦고 농부들은 추수를 앞둔 터라 한창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름이 저수지 수면을 덮고 있고 배수도 잦은 상황. 이러한 내륙권의 어려운 여건을 뒤로 하고 탐사낚시 차 섬으로 눈을 돌렸다.

필자가 자주 가는 섬 민물낚시터는 크게 신안군과 완도군 일대 그리고 제주도다. 여러 여건을 두고 목적지를 고민하던 8월 하순경, 평소 친분이 두터운 오시탁 씨와의 전화 내용이 떠올랐다. 

“이제 나오기 시작하네요. 잔 씨알만 낚이더니 조금씩 씨알이 굵어지고 있어요. 마릿수도 꽤 됩니다.” 

오시탁 씨는 25년째 완도군 노화읍에 거주하는 현지 낚시인이다. 여러 낚시단체에 가입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필자와는 약 10년 전 평산 팬클럽카페에서 인연을 맺어온 돈독한 사이다. 

낚시 흔적 없는 저수지, 수로 산재 

장기간 가뭄으로 가보지 못했던 노화, 보길도의 붕어 낚시터 점검 차 출조계획을 세웠다. 9월 첫 일요일 오전, 조금 흐린 날씨를 안고 광주에서 약 2시간여를 달려 해남군 송지면에 있는 땅끝 선착장에 도착했다. 

▲ 해남 땅끝항에서 노화도 산양선착장까지 운영하는 차도선.

▲ 노화도 산양항 표지석.

노화도 산양항까지는 도선이 아침 7시부터 오후 6까지 매시간 운행하고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노화도 산양항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양화리에 있는 양화저수지로 향했다. 양화저수지는 노화도의 대표 저수지이며 월척급 이상 대물붕어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상류권은 연과 마름이, 연안으로는 뗏장수초가 잘 발달해 있다. 만수위였으며 맑은 물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 노화도의 대표 낚시터인 양화저수지.

등산리에 있는 등산지는 상류에서 중류권까지 마름과 수초로 빼곡하게 덮여있었다. 양화지에 가려 등한시 됐던 곳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 월척급 마릿수 조과가 확인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저수지이다. 이곳 역시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고 물색도 괜찮아 보였다.

충도리에 있는 쌍둠벙으로 이동했다. 도로변에 위치해 있고 둠벙 가운데로 진입로가 형성돼 있는 곳이다. 둘 중 위쪽 둠벙이 조금 더 큰 곳이다. 둠벙 안에는 부들이 많이 형성돼 있고 만수 시 약 2m 수심을 유지하며 사시사철 물색이 맑은 편이다. 붕어 씨알이 굵고 특히 채색이 황금색으로 곱다. 최근 출조객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충도리 쌍둠벙. 중간에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있다.

이번에는 동쪽으로 이동해봤다. 동고리 마을 앞 동고저수지는 1년 전 증설과 제방공사를 했으며 매년 바닥까지 물을 빼는 관계로 붕어 씨알이 잔 곳이다. 주변의 여러 여건상 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 1년 전 준설과 제방공사를 한 동고리저수지.

구석리에 있는 구석지는 노화도 내 유일한 계곡지로 3~8m의 깊은 수심을 보유한 곳이다. 깊은 수심권으로 인해 평상시에는 낚시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매년 봄 농사철 때 많은 배수가 이루어져 상류권 돌덩이가 드러날 때야 비로소 낚시가 가능하다. 오시탁 씨는 ‘노화도 내 민물낚시터에서 유일하게 뜰채를 준비하고 낚시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 노화도의 유일한 계곡지인 구석저수지.

수로도 꽤 많다. 도청리, 충도리, 구석리, 동고리에 수로가 형성돼 있으며 특징이라면 모두 폭이 좁아 농사철 이후로는 수위 변화가 크고 매우 낮은 수위를 유지하는 게 단점이다.

자정 무렵 올라온 첫 월척 

노화도 내 여러 붕어터를 돌아본 후 연륙교를 넘어 보길도 통리저수지로 향했다. 이곳은 보길도 내 유일한 저수지이자 붕어터다. 수면 위로는 마름, 수중에는 각종 말풀류가 꽉 차 있었다. 낚시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잡초가 무성했다. 

통리저수지는 월척급 이상부터 4짜급 붕어가 잘 낚이는 곳으로 노화도의 양화지와 더불어 대물터로 각광받는 곳이다. 물이 마르지 않아 어자원이 풍부하다. 취재일 무렵까지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물색도 괜찮은 편이었다. 

▲ 보길도의 유일한 저수지인 통리지. 전 수면에 마름이 덮여 있었다.

한편 노화도와 보길도 내 각 붕어 터의 공통점이라면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이며 장어, 잉어. 가물치, 동자개 등이 서식한다는 점이다. 또한 새우와 참붕어 채집이 잘 되고 옥수수 미끼도 많이 사용되는 곳이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주욱 둘러 본 필자는 오시탁 씨의 적극 추천에 따라 최근 붕어 조황이 가장 좋았던 등산리 소재 등산저수지를 취재지로 결정했다. 등산저수지는 1만8천여 평 규모의 준계곡형 저수지다. 한 겨울에도 참붕어 미끼에 입질하는 식성 좋은 붕어들이 서식한다. 

▲ 노화도 현지 낚시인 오시탁 씨가 필자에게 노화도 붕어터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저수지 연안을 둘러본 후 동쪽 중류 연안에 포인트를 정했다. 1m20cm~2m 내 수심권의 근거리 마름 공략을 위해 2칸 대에서 3칸 대 위주로 대편성을 했다. 미끼는 미리 준비한 새우를 꿰어 찌를 세웠다.

아주 잔 씨알 붕어가 많아 미끼 훼손도 심하고 뜨거운 햇살을 안고 낚시한 터라 해질녘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초저녁을 지나자 붕어 씨알 변별을 위한 미끼 운용에 갈등이 일었다. 생미끼로 동자개의 입질을 수없이 받으면서 고민하다가 자정 무렵 31cm의 첫 월척붕어를 낚았다. 갈등과 고민은 사라지고 더 굵은 씨알의 붕어 입질을 기대하며 채집된 새우와 참붕어를 꿰어 찌불을 세웠다. 그러나 밤새 그 이상의 붕어는 낚이지 않았고 장어와 동자개 입질만 빈번했다.  

▲ 등산지에서 붕어를 낚아내는 필자. 뗏장수초보다는 마름쪽에서 입질이 활발했다.

▲ 등산지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

▲ 자정 무렵 필자가 올린 첫 월척 붕어.

9월 말 추석 전후로 월척 호황 보일 듯 

등 뒤로 날이 밝아왔다. 짧은 아침시간 붕어 입질 극대화를 위해 새우와 지렁이 미끼를 투입했다. 동자개 보다는 씨알 관계없이 붕어 입질이 우위를 보였고 아침시간에도 준척급까지는 올라왔다.

짧은 시간이지만 노화도내 각 붕어 터를 둘러본 필자와 현지꾼 오시탁 씨의 노화도 가을철 붕어 전망은 비슷했다. 9월 말 추석 전후로 월척급 붕어 마릿수 사태가 예견된다는 전망이었다.   

거리는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노화도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선박 교통편이 좋으므로 배를 타고 가는 섬낚시의 매력을 한번쯤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은 마릿수는 아니었지만 충분한 점검과 실속 있는 손맛을 거두고 철수길에 올랐다. 

▲ 필자가 등산지에서 낚은 월척과 준척들.

▲ 필자가 사용한 아피스의 천년지기 프리미엄 낚싯대. 강한 허리힘으로 수초대 낚시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내비 입력 완도군 노화읍 등산리 504-2(상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