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고기는 야생동물인가? 식량자원인가? 강연을 할 때 가끔 이런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물고기는 당연히 야생동물이며, 동시에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으니 식량이다.
그런데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민물고기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에 있어 여러 사람이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고, 심지어는 법체계에서도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법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물고기의 경제적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민물고기는 뱀장어일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kg당 20만원쯤 한다. 댐으로 인해 바다에서 하천으로 올라갈 수 없어 대부분 강에서 절멸상태이다 보니 몸값이 올라갔다.
그다음으로 비싼 물고기는 쏘가리인 것 같다. kg당 7만원이란다. 그럼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붕어는 얼마일까? kg당 1만원이다. 이 가격이 식량자원으로서의 가치이다.
그런데 민물고기를 낚시 대상어로서 평가하여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따지면 얼마가 될까? 하루에 붕어 1kg을 낚는다고 가정하고, 소비하는 비용을 계산해 보면 당연히 시장가격보다 훨씬 많이 든다. 교통비와 낚시 도구 비용, 유료낚시터 입장료 등을 계산하면 적어도 5만원이 넘을 것이다. 즉, 어업인의 평가와 레저낚시 관광객의 평가가 5배나 차이를 보인다.
한국처럼 그물 사용해 민물고기 대량 포획 허용하는 사례 드물어
▲ 평택호 삼정리수로에 설치된 어부들의 그물.
민물고기의 관광자원 가치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화천의 산천어축제일 것이다. 매년 1백만명의 관광객이 얼음낚시를 즐기러 찾는데 발생하는 경제효과가 3천200 억 원이라고 한다. 물고기 구입비용은 전체 경제활동의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럼 환경생태학자가 평가하면 얼마가 될까? 민물고기는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하수처리와 서식지 보호에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한다. 특히 멸종 위기종이라고 한다면 보존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사업포기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민물고기의 가치는 시장가격보다 엄청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이를 환경경제학에서는 비시장적 가치라고 한다.
민물고기의 가치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 식량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이며, 가장 높은 것이 생태계서비스의 요소로서 이용하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선진국에서는 민물고기를 거의 식량자원으로 어획하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정도의 작은 규모의 호수나 하천에서 그물을 사용하는 대량 포획을 허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호수의 물고기는 개체군 크기가 매우 작아서 한두 해만 그물로 대량 포획해도 곧 궤멸되어 급감한다. 드넓은 바다에서도 어획 과다로 물고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하는데 호수는 더욱 취약하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법이 바라보는 민물고기의 가치는 무엇인가? 환경부의 야생생물법을 보면 모든 야생동물은 포획을 규제하고 있다. 포획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유해조수만 허용하는 등 수렵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덕분에 많은 육상동물이 증가하고 있다. 야생생물 가운데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은 별도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며 그 외의 대부분의 종에 대해서는 포획을 금지하는 종의 목록에 제시하여 포획을 규제한다. 그런데 어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동물 가운데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는 야생생물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지만 어류는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표 1).

수생태계 보호한다며 수질개선만 집중하고 민물고기 대량 포획 허용은 모순
내가 강연에서 ‘민물고기가 야생동물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야생생물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야생동물이 아닌 것이다. 그러면 민물고기는 어떤 법의 관리대상인가? 바로 ‘내수면어업법’이다. 내수면어업법은 민물고기를어업인의 소득을 위해 관리해야 하고 어업인의 포획 채취 대상인 것으로 규정한다(표 2). 즉, 민물고기는 식량자원이라는 것이다. 명백하게 야생생물법과 상충하는 목표이니 둘 중 하나는 폐지가 옳다.
민물고기의 가치 평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 식량자원이고, 두 번째가 관광자원이며, 가장 큰 것이 생태계서비스인데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가장 값싼 식량자원으로서 민물고기를 남용하는 셈이다.
수생태계 보호를 위해 수질개선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는데, 한편에서는 민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내는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크나큰 모순이다. 그러면 미래를 위해 어떤 대책이 있는가? 핵심은 내수면어업권의 폐지이다. 생태계 보호가 필요한 곳,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큰 곳부터 어업권을 보상폐지하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전례가 있다. 강원도 춘천시와 화천군은 한 호수 당 수십 명씩 발급했던 의암호, 춘천호, 파로호의 어업권을 거의 보상폐지하였다.
어업폐지가 어류군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명확히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간 강한 어획이 지속되면 대상 개체군이 궤멸한다는 것은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실제로 어획이 강한 호수에서 어류 감소로 인하여 소득이 오히려 감소하였다고 토로하는 사례들이 많다.
만일 두 종의 어류가 살고 있는데 한 종은 매년 5%씩 포획으로 감소하고 다른 한 종은 먹이경쟁 완화의 반사이익으로 3%씩 증가한다면 20년 후에는 포획하지 않은 종이 90%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나라 민물고기의 어획은 외래어종이 아니라 쏘가리 등 토종어류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포획압이 지속되면 외래어종의 우점도가 증가하는 어류 군집의 구성이 왜곡될 것이 분명하다.

▲ 포획으로 매년 5%씩 감소하는 종과 3%씩 증가하는 종의 생물량 변화. 20년 후에는 포획하지 않는 종이 90%를 차지한다
미국 야생동물 보호법에서는 어류를 다른 야생동물과 동등하게 관리

▲ 미국의 야생생물 보호국은 어류와 야생동물을 동등하게 보호하고 있다.
그러면 선진국은 민물고기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을까? 미국의 물환경보존법(Clean Water Act)은 물환경보존의 목표를 ‘fishable and swimmable water’(물고기를 잡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물)을 만드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행위를 수질보전의 목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여기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어업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야생생물 보호법(Fish and Wildlife Act)을 보면 어류를 다른 야생동물과 함께 동등하게 관리하고 있다(그림 2). 물고기를 잡는 레저활동을 인간의 기본권리로 보고 이를 보호하는 것이 이 법의 목표이다(표 3). 이는 레저낚시나 천렵이 금지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재적 기본권이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생태계서비스로서 보호 대상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무절제한 남획을 막기 위해 낚시면허제와 규정들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물고기를 식량자원으로 보지 말고 수십 배 가치가 높은 관광자원과 생태계서비스를 위해 이용하는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