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식사 후 좌대에 오르기 전에 포인트를 살펴보고 있는 필자

8월 중순, 기나긴 장마가 지나고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후 낙동강 수위가 안정되길 기다렸다가 경북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에 있는 낙동강 본류권을 찾았다. 괴평리 본류권 포인트는 부들, 마름, 연 등 수초여건이 좋지만 주차 후 도보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해 낚시인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다.

포인트에 도착 후 주변을 둘러보니 태풍 관통 후 장기간 낚시인들의 발길이 끊긴 탓인지 낚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연안으로 부들과 마름 수초가 잘 발달한 포인트에서 낚시하기로 마음먹고 수심을 측정해보니 장마 후 쌓인 퇴적물 탓에 수심이 50cm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연안에서 10m 정도 물속으로 전진해 들어가 수중에 좌대를 설치하고 마름 수초 사이를 공략하기로 했다.

▲ 드론으로 촬영한 낙동강 괴평리 포인트.

▲ 수중전을 펼치기 위해 좌대를 들고 물 속으로 진입하는 필자.

기포가 붙어 서서히 떠오르는 찌들 

이번 여름 긴 장마를 거치며 낙동강 수위가 오랫동안 상승해 있었던 탓에 수초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일부 홈통 구간을 제외하고는 마름 수초가 강한 유속에 모두 휩쓸려갔다. 다행히 필자가 자리 잡은 곳은 지형적 특성상 유속 영향을 적게 받는 곳이라 딱 낚시하기 좋게 마름 수초가 열려 있었다. 특별한 작업 없이도 충분히 낚시가 가능해 보였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구멍에 천천히 바닥을 찾아가며 대편성을 시작했다. 모래 위에 10cm 가량 진흙이 퇴적되어 있는 형태로 바닥은 깨끗한 편이었다. 수심은 전반적으로 60cm 정도였다. 

뜨거운 여름이라도 수심 얕은 수초 포인트에서 멋진 붕어들을 만났던 경험이 있기에 확신을 가지고 대편성을 마무리했다. 

▲ 포인트를 향해 채비를 던져 넣고 있는 필자.

▲ 원하는 수심대와 수초를 공략하기 위해 수중전을 펼쳤다.

대편성을 마치고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파라솔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마치 입질이 온 것처럼 찌가 하나씩 부드럽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온이 올라간 탓에 찌, 원줄, 봉돌에 기포가 달라붙어 마치 입질처럼 찌가 상승하는 것이다. 몇 번의 헛챔질 끝에 이전과는 다른 찌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오후 3시30분 경 우측 2.0칸 대의 찌가 몸통을 찍더니 이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힘껏 챔질했더니 체고 좋은 붕어가 몸부림을 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마름 포인트에서 낚시할 때는 초기 진압이 중요하다. 아직 수초가 삭지 않은 상태라 굉장히 질겨 자칫 마름 줄기를 감아버리면 붕어가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챔질 강도에 신경을 써야한다. 오랜만에 만난 멋진 낙동강 월척 붕어였다.

▲ 대낮에 얼굴을 보여준 낙동강 월척 붕어.

새벽 2시까지 월척만 6수 올려

이후 이렇다 할 입질 없이 오후 시간을 보냈다. 잠시 좌대 밖으로 나와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다시 포인트로 돌아가니 우측 3.0칸 대의 찌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낚싯대를 들어보니 붕어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마침 바지 장화를 입고 있어 붕어가 걸려 있는 곳으로 다가가려는 찰나, 강한 몸부림과 함께 붕어가 바늘에서 빠져버렸다. 눈대중으로 보기에 허리급 월척은 되어 보였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밤낚시 준비를 위해 찌불을 하나하나 밝히기 시작했다. 그때, 기포 현상 때문에 모든 찌가 몸통을 찍고 있던 상황에서 정면 3.0칸 대의 찌가 옆으로 슬금슬금 이동하는 게 보였다. 

강하게 챔질!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순간 나는 만세 자세로 낚싯대를 세우고 낚싯줄을 팽팽하게 유지했다. 대물 붕어 특유의 몸부림을 치며 나에게 다가오는가 싶더니 마름 구멍 사이에 빠지며 줄기를 감아버렸다. 대를 살포시 내려놓으며 낚싯줄을 느슨하게 해 주었더니 붕어가 스스로 줄기를 풀고 다시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39.5cm 대물 붕어였다.

▲ 초저녁에 힘찬 몸부림을 치며 얼굴을 보여준 39.5cm 월척 붕어.

어둠이 내려앉고 난 후에는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졌다. 이제껏 낙동강에서 낚시를 많이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약 1시간 간격으로 준월척급 붕어가 줄지어 얼굴을 보여주었다. 미끼는 옥수수와 글루텐을 사용했는데 모두 글루텐에만 반응을 했다. 얕은 수심이지만 찌도 쭉쭉 멋지게 올려주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붕어를 낚다보니 새벽 2시까지 월척만 6수, 준척까지 포함하면 모두 10수 이상을 올렸다. 살림망을 가득 채운 풍성한 조과에 마음 한켠이 푸근해지고 입가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필자의 하룻밤 조과. 4짜 붕어를 포함해 총 12수의 붕어를 만났다.

4짜 올린 직후 배수 시작되며 낚시 마감

다음엔 어떤 붕어가 얼굴을 보여줄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찌불을 응시하고 있던 중 새벽 2시30분경 정면 2.8칸 대의 찌가 한 마디 살짝 올라오며 좌측으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어 입질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며 뚫어져라 찌를 쳐다봤다. 그와 동시에 우측으로 이동하며 찌가 스르륵 잠기는 것이 느껴졌다. 

‘대물 입질이다!’라고 느끼며 조심스레 챔질하자 낚싯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나며 엄청난 저항감이 느껴졌다. 서둘러 라이트를 켜보니 커다란 물파장을 내며 몸부림치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이겼어!’ 쿵쾅대는 심장을 달래가며 끝까지 집중력 있게 붕어를 뜰채에 담았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40cm가 약간 넘어가는 대물 붕어였다.

새벽 3시경, 긴장되는 마음으로 또 다시 입질을 기다리는데 찌 높이가 전체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설마...’ 좌대 다리를 살펴보니 낚시 시작 당시 보다 수위가 많이 줄어 있었다. 배수가 시작된 것이다.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칠곡보 수위를 확인해보니 물이 급격하게 빠지는 중이었다. 배수 때문이었을까, 더 이상의 입질 없이 날이 밝았고 아침에도 전혀 입질이 없었다. 철수 전 낚은 붕어를 세어보니 준척부터 4짜까지 모두 12수였다. 

3일 후 찾은 상주 낙동야구장 포인트에서의 대박  

3일 후, 낙단보 상류 상황이 궁금해 상주시 낙동면 분황리 낙동야구장 포인트를 찾았다. 낙동강은 각 구간마다 특징이 있는데 낙단보 구간은 잡어 성화가 심하지만 마릿수 붕어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드론으로 촬영한 상주시 낙동면 분황리 낙동야구장 포인트. 움푹 들어간 곳이 낚시한 포인트다.

낙동야구장 홈통 포인트에 도착하니 뻘물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지만 물색이 좋고 여기 저기 고기들이 뛰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고민할 것 없이 좌대를 조립하고 물가로 향했다. 이번에도 10m 정도 전진하여 수중에 좌대를 설치했다. 3.4칸부터 6.0칸까지의 낚싯대를 편성해 마름 수초 사이에 찌를 세웠다. 정면과 우측에는 수몰나무가 있어 붕어들이 은신하기에 좋은 여건을 형성하고 있었다. 

뜨거운 낮에도 붕어가 입질한다는 것을 며칠 전에도 경험했기에 35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더위를 참아가며 대편성을 마무리했다. 대편성 후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좌측 3.4칸 대에 어신이 포착되었다. 깜빡깜빡하더니 이내 그림처럼 찌가 올라왔다. 여유있게 챔질했더니 제법 앙탈을 부리며 33.5cm 월척 붕어가 얼굴을 보여주었다. 

이후 나는 쉬지 않고 주기적으로 글루텐을 투척하며 밤낚시를 준비했다. 열심히 집어한 효과였을까? 초저녁부터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찌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2시간 동안 미끼를 넣어 던지기 무섭게 입질이 들어왔다. 대부분 붕어였으며 살치, 누치 등의 잡어도 반응을 보였다. 붕어의 씨알은 다양했다. 4치 붕어부터 월척 붕어까지. 낙동강에서 4치 붕어를 잡긴 처음이었다. 

▲ 낙동야구장 포인트에서 만난 월척 붕어.

▲ 글루텐을 반복해서 투척한 결과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초저녁의 활성도가 쭉 이어질 줄 알았으나 그건 착각이었다. 10시 이후부터 입질이 뜸해지더니 12시가 넘어가서는 간간이 누치만 얼굴을 보여주었다. 찌높이의 변화가 생겨 좌대 다리를 확인해보니 수면 위로 제법 많이 노출이 되어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지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 낙동강 수위는 안정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물이 빠지기 시작하며 붕어들의 입질이 뚝 끊겼고 아침에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 낙동야구장 포인트에서 만난 붕어들.

10월 중순 이전까지가 본류권 핫시즌  

그렇다면 앞으로의 낙동강 붕어낚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9월 중순경부터 마름 수초가 삭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가을 붕어 시즌이 시작된다. 마름 수초가 삭기 시작하면서 물색이 살아나고 그때부터는 4짜 대물 붕어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이후 10월 중순 이후 수온이 떨어지면서 낙동강 본류의 붕어 시즌은 마감이 된다. 

대물 붕어를 만나고 싶다면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낙동강 본류권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비입력 괴평리 포인트(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944-1), 낙동야구장 포인트(상주시 낙동면 분황리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