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빈지에서 올린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체형과 체색이 일품이다.

8월 29일부터 8월 31일 사이 경상북도 칠곡군 인근 지역에 200mm 정도의 비가 내렸다. 늦여름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려 강계권은 유속이 강해 낚시가 불가능했다. 저수지 또한 규모에 상관 없이 흙탕물이 생겼고 급격하게 불어난 수위를 조절하느라 일제히 배수가 진행됐다. 

며칠의 시간이 지난 9월 4일. 어느 정도 수위가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칠곡군 치전면 금호리에 있는 하빈지를 찾았다. 하빈지는 평지형 저수지로 만수면적은 약 13만평이다. 배스, 블루길, 가물치, 잉어, 붕어 등 다양한 어종이 살고 있으며 5짜 붕어가 자주 낚이는 칠곡 지역 최고의 대물터다. 

초저녁부터 올라오는 월척들

하빈지에 도착해 저수지를 둘러보니 마름 수초가 여전히 저수지의 상당 부분을 덮고 있어 낚시 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하빈지에는 총 3개의 큰 골자리가 있다. 제방에서 상류를 바라보았을 때 좌측과 중앙 골자리는 마름 수초가 빽빽해 낚시 자리가 전혀 없었지만 우측 골자리 최상류에 일부 깨끗한 수면이 있어 낚시가 가능해 보였다. 

연안에서는 낚시 자리가 나오지 않아 산책로를 따라 100m 정도 이동 후 다시 30m 정도 얕은 물속을 걸어 들어가 좌대를 설치했다. 골자리 최상류와 수로의 경계 지점인 수중보 위에 자리를 잡았다. 바닥이 석축인 이 자리는 수심이 30cm 정도여서 비교적 쉽게 좌대를 설치할 수 있었다.

▲ 골자리 최상류와 수로 사이 수중보 위의 낚시자리.

▲ 필자가 자리 잡은 우측 골자리. 물이 흘러간 모양대로 수면이 열려있다.

대를 펴며 바닥 상황을 점검해보니 1m 50cm 내외 수심에 완경사 지형으로 바닥은 깨끗한 편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수위를 확인해보니 만수위 대비 76%에서 서서히 상승 중이었다. 물색은 진한 갈색을 띄고 있었는데 평소 하빈지의 물색이 굉장히 맑은 것을 감안하면 낚시하기에는 좋은 물색이었다. 전날까지 보트낚시를 했던 지인이 저수지 가운데 2m 내외의 수심에서 4짜 후반급을 낚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터라 긴장되는 마음으로 대편성을 진행했다.

▲ 수중에 좌대를 설치하고 7.0칸 대까지 긴 대 위주로 대편성을 했다.

좌우측으로 최대한 뗏장수초 가까이 찌를 세웠고 정면으로는 수면이 깨끗해 7.0칸 대까지 최대한 긴 대 위주로 편성했다. 대편성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오후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 어둠이 내려앉고 있어 급한 마음에 찌불을 밝히고 채비를 마무리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뗏장수초 앞에 세워둔 좌측 4.8칸 대의 찌가 서서히 잠기고 있었다. 챔질 순간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졌는데 뜰채에 담긴 붕어는 생각만큼 크진 않았다. 체고 좋은 31cm 월척붕어였다. 

10분 후 이번에는 우측 5.2칸 대의 찌가 서서히 올라왔다. 찌가 정점에 서서 멈칫하는 순간 힘껏 챔질 했다. 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이전과 비슷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뜰채에 담긴 녀석은 아까 만난 붕어와 쌍둥이처럼 닮은 31cm 월척 붕어였다.

초저녁부터 월척이 연달아 올라오는 것을 보니 최근 내린 비로 물속 상황이 굉장히 좋은 것 같았다. 붕어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도 미끼를 탐했다. 꼼지락거리는 입질에는 붉은귀거북과 자라가 끌려 나왔고 급한 입질에 채보니 작은 잉어가 걸려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지저분한 입질이 이어지다가 우측 5.6칸 대의 찌가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포착되었다. ‘붕어다!’ 챔질 순간 낚싯줄 우는 소리가 나며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졌다. 크게 몸부림을 치진 않았지만 묵직한 무게 때문에 뜰채에 담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옥수수 한 알을 탐한 녀석은 38.5cm짜리 붕어였다.

39.5cm 붕어의 체고에 깜놀 

하빈지 붕어들은 체형이 굉장히 멋지다. 주둥이에서부터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로 벌어지는 각도가 다른 곳 붕어보다 큰 편이라 체고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저수지 전역에 침수수초가 잘 발달해 있어 체색도 좋은 편이다. 

초반부터 월척이 연달아 낚이는 바람에 ‘어쩌면 다음 입질에 멋진 체형의 4짜 붕어를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집중해서 찌를 응시했다. 그리고 초저녁에 월척을 낚았던 5.2칸 대의 찌가 살짝 잠기더니 이내 정점을 향해 올라왔다. 챔질 순간 강력한 힘을 자랑하며 거친 물보라가 일었다. 녀석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잠시 후 수면 위로 커다란 어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뻐끔거리며 뜰채에 담긴 녀석은 39.5cm의 체고 좋은 대물 붕어였다. 앞서 낚은 붕어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멋진 체형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밤 11시, 이번에는 우측 4.0칸 대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부유물에 채비가 밀려 버려두다시피 놔둔 채비였는데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찌가 정점을 찍고 옆으로 이동 중이었다. 한참의 힘겨루기 끝에 올라온 녀석은 38.5cm짜리였다. 

이번에도 4짜 붕어가 아니어서 아쉬운 마음이 생겼지만 아침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위안을 삼으며 낚시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연안에 몰려있던 부평초와 생이가래가 점점 퍼지기 시작하더니 곧 수면 위를 덮어 낚시가 불가능해졌다. 날이 밝을 때까지 바람이 불지 않아 부유물은 제자리를 지켰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가 야속하긴 처음이었다. 

▲ 세 번째 올라온 38.5cm 붕어는 글루텐 미끼를 물고 나왔다.

▲ 필자가 하빈지에서 올린 조과. 31cm~39.5cm까지 5수를 낚았다.

▲ 자정부터 부유물이 수면을 덮어 낚시를 할 수 없었다.

늦가을 전까지는 부평초, 생이가래 극복이 관건 

하빈지는 초저녁과 오전에 활성도가 좋은 곳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이 트고 몇 시간을 더 앉아 있었지만 부유물이 사라지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멋진 체형의 월척 5수를 만난 것으로 만족하고 낚싯대를 접었다.

하빈지는 마름이 삭기 시작하는 9월 중순부터 낚시 가능한 자리가 늘어나며 호조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평초와 생이가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부유물을 극복하며 낚시해야만 멋진 대물 붕어를 만날 수 있다. 수온이 더 떨어지고 수면이 깨끗해지는 10월 말이 되면 바닥에 말즘 새순이 올라와 더 좋은 조황을 보일 것이다. 

▲ 하늘에서 바라 본 하빈지 전경. 저수지 전역에 마름이 발달해 있다.

▲ 늦가을 전까지는 부평초와 생이가래 등의 부유식물을 극복해야 대물 붕어를 만날 수 있다.

내비 입력 하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