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낚시터에서 허리급 붕어로 손맛을 즐긴 낚시인들. 왼쪽부터 이우현, 김용철, 황수현 씨.

지난 8월 31일, 음성의 삼성낚시터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들어왔다. 비가 온 뒤 대물 붕어들이 마릿수로 나온다며 시간 될 때 찾아 달라는 전화였다.보내준 사진에는 41cm와 40.5cm등의 4짜 붕어 3수와 허리급 이상의 붕어 10여 수가 찍혀있었다. 지난 주말 조과였다. 비가 오는 중에도 입질이 붙었고 나오면 허리급일 정도로 씨알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에게 삼성낚시터는 강준치 성화가 심했던 곳으로 기억돼 망설여졌다. 게다가 비까지 계속 내려 출조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고교 동문인 박원길(엔디) 후배가 낚시 가자는 전화를 해와 다음날인 9월 1일에 삼성낚시터로 향했다. 

▲ 손아귀에 꽉 차는 삼성낚시터 4짜 붕어들.

강준치 성화 피하는 게 관건 

오후에 저수지에 도착해 보니 먼저 온 박원길이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관리실에서 사장님을 만나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아 관리실 앞쪽의 잔교를 지나 맨 끝에 있는 좌대로 이동 하였다. 거리가 약 100m에 이르다 보니 사장님이 배로 짐을 날라 주었기에 편하게 접근을 할 수 있었다.

비가 많이 왔음에도 물이 빠진 듯 해 사장님께 물어보니 ‘저수율을 농어촌공사의 지시대로 80% 수준을 유지해야돼 배수를 했다’는 것이다. 수심을 찍어 보니 다행히 2m가량은 나왔고 바닥은 대체로 깨끗한 편이었다.

좌대 안쪽으로 엔디 후배가 자리 잡았고 필자는 그 옆에 앉아 3.2칸 대부터 4.4칸 대까지 모두 12대를 편성하였다. 미끼는 우선 옥수수를 달아 시작하였고 밤이 되면 글루텐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이곳을 자주 찾았지만 늘 강준치와 싸우다 붕어 몇 마리 만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강준치는 맛이 없기로 유명하며 육식성 어종이라 새우나 치어 등을 먹고 살기에 낚시인과 어부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어종이다. 이곳 사장님도 강준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낚시터 붕어낚시를 어렵게 만드는 강준치.

새우가 채집됐을 때는 새우를 미끼로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생미끼보다는 어분이나 글루텐 종류 미끼가 훨씬 더 먹히고 있다. 

한편 삼성낚시터의 최대 단점은 고속도로와 지방도로가 인접해 한밤에도 자동차 소음이 다소 있다는 점이며 저수지 입구에 조성된 공원 밝은 가로등 불빛이 밤 10시 이후에나 소등 된다는 점이다. 붕어들도 밤 10시가 지나야 활발히 움직이는 편이다.

▲ 밤 10시까지 공원을 밝히는 불빛. 불이 꺼지면서부터 본격적인 대물 입질이 들어온다.

대물 붕어 대량 방류로 손님몰이 

충북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에 있는 삼성낚시터는 양덕저수지라고도 불리우며 약 7만5천평의 평지형 저수지이다. 1947년에 양덕리 일대에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준공되었다. 몇 년 전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에 무인 하이패스 나들목이 새롭게 생기면서 훨씬 접근이 쉬워졌다. 따라서 수도권에서도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약 2년 전만 해도 각종 대회를 주최하는 장소로도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지금은 공원 조성과 둘레길이 준공되면서 노지 포인트가 거의 사라졌고 좌대 낚시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모두 18동의 좌대가 있으며 12동은 걸어서 들어 갈 수 있고 나머지 6동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한다.

▲ 드론으로 촬영한 관리실 일대. 삼성낚시터는 좌대 위주로 낚시가 이루어진다.

▲ 많은 인원이 동시에 낚시할 수 있는 대형 좌대.

▲ 삼성낚시터의 좌대들. 다양한 크기가 있다.

▲ 필자 일행이 낚시한 포인트. 걸어서 진입할 수 있다.

한편 음성군은 저수지 주변의 우수한 자연환경, 경관적 가치를 살려 군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고유 생물종을 보존하기 위해 2021년 4월에 생태공원을 완공했다. 공원에는 어린이 놀이시설, 모래 놀이장, 분수대, 다목적 광장, 휴식공간 등이 들어섰고, 각종 야생화도 식재돼 자연친화적 공원으로 준공되었다.

하지만 낚시인 입장에서는 노지 포인트가 사라지고 좌대낚시만 해야해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점차 멀어지는 낚시인들을 잡기 위해 낚시터에서 대물 토종붕어를 지속적으로 방류하고 있다. 이 붕어들이 저수지에 적응하며 당길 힘이 대단한 4짜 대물붕어로 자란 상황이다. 겨울에는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나 코로나 이후 빙어낚시터 개장을 하지 않고 있어 올 겨울 개장 여부는 미지수이다. 

철수 다음날 날아온 대박 사진

대편성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해보았지만 강준치 입질만 이어질 뿐 이렇다 할 붕어 입질은 없었다. 관리실에서 식사를 판매하지 않아 인근 식당을 찾아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바로 밤낚시를 준비했다.

이곳 낚시터 입구에 조성된 공원의 불이 밤 10시에 꺼지기에 붕어의 메인 입질 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다. 그렇기에 초저녁부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밤 11시에 일어나 다시 낚시를 시작하였다. 옆자리의 박원길 후배는 잠도 자지 않고 버티고 있었지만 강준치 외에는 잡지 못하고 있었다. 

후배 박원길도 잠시 쉰다고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저수지를 지키고 있던 새벽 2시30분경. 중간에 세워져 있던 4.0칸 대의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촐싹대던 강준치들의 입질과는 달랐다. 

멋진 찌올림에 챔질하니 뭔가가 마름 속으로 강하게 처박았다. 늦춰주면 터질 것 같은 조바심에 강제 집행해 뜰채에 담은 붕어는 한눈에 봐도 허리급이 넘는 붕어였다. 얌전하게 계측자에 오른 붕어는 37cm의 허리급. 그렇게 붕어 얼굴을 어렵게 보고 잠시 졸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 37cm 붕어를 올린 필자.

아침에 조황 확인을 하러 들어오신 사장님의 말에 의하면 지렁이를 여러 마리 꿰어 낚시를 하신 분이 4짜 붕어를 잡았었다며 옥수수보다는 떡밥낚시가 집어에 유리한 것 같다며 뒤늦게 알려 주었다. 

그렇게 겨우 허리급 붕어 한 마리만 보고 철수하는데 다음날 사진이 몇 장 날아왔다. 삼성낚시터 사장님이 보낸 것으로 내가 떠난 다음날 4짜 턱걸이와 39cm, 37cm등 대물붕어가 마릿수로 나왔다는 것이다.

낚시 실력이 많이 준 건지 아니면 어복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출조만 하면 꽝이고 그  앞뒤로는 붕어가 잘 나온다. 고사라도 지내야 될 것 같은 마음이다. 찬바람이 부는 날 다시 삼성낚시터를 찾아가기로 했다. 

▲ 필자가 철수한 후 주말 출조로 4짜를 올린 최명호, 박정규 씨.

▲ 김용철 씨 일행이 주말에 올린 월척들.

문의 010-3728-2404

가는 길 내비에 ‘삼성낚시터’를 입력하면 쉽게 안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