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영보리지. 전 수면에 다양한 수초가 밀생해 있다.

몇 달 전부터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영보리지에서 굵은 붕어가 낚인다는 소문이 들렸다. 낚시사랑 회원 한동수(오짜느낌) 씨의 제보였다. 요즘 같은 붕어 가뭄에 단비 같은 정보라 지난 8월 21일에 서둘러 출조를 떠났다. 

영보리지는 중부권에 대물낚시붐이 한창일던 2010년 무렵 보령권 최고의 대물터로 꼽힌 곳이다. 당시에는 귀했던 5짜가 몇 마리 낚여 더욱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배스 유입으로 대물터가 확산하면서 낚시인들이 갈 곳이 많아진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다. 

▲ 필자가 출조하기 며칠 전 윤한태(붕박) 씨가 올린 마릿수 월척 조과.

주민들의 낚금 반복되다 몇 년 전 풀려  

최근 들어 필자는 바쁜 현장일 탓에 낚시를 못 가다가 마침 연달아 내리는 비 덕분에 출조할 수 있었다. 마침 한동수 씨도 삽교호에서의 낚시를 마치고 철수하던 중 필자와 연락해 영보리지로 합류했다. 

영보리지에 도착하고 보니 부지런히 달려왔어도 이미 오후 4시가 지나고 있었다. 제방권에서 바라보니 저수지 전체가 각종 수초로 덮여 있어 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여름 내내 내렸던 그 많은 비에도 수위는 1m 가량은 빠져 있는 상태였다.

한동수 씨가 보이지 않아 전화를 하니 상류 야산자락에 들어가 작업 중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알려준 곳으로 찾아가니 바지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 찌들어 있는 수초를 제거하고 몇 개의 수초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 상류권에서 수초작업을 마친 한동수 씨가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수심은 1m권이었지만 뻘이 깊어 많이 들어가지 못하고 수초제거기를 사용해 가까운 수초들을 제거해 2시간 동안 모두 6개의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감사하게도 한동수 씨는 그 자리를 나에게 양보하고 본인은 진입로 초입에서 다시 수초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영보리지는 2만3천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로 한때는 보령을 대표하는 대물터였으나 쓰레기와 주차 문제로 주민과의 마찰이 빈번해지면서 2008년에 주민들이 낚시를 금지시켰다. 약 3년 후 마을 청년회에서 청소비를 받고 낚시를 허용했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아 다시 금지시키는 등 사연이 많은 곳이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낚시금지가 해제되었고 현재는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 결국 언제 다시 낚금 지역으로 묶일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곳이다.

한편 영보리지에는 어리연, 수세미풀, 마름 등의 수중 수초와 갈대, 부들 그리고 뗏장수초 등이 어우러진 ‘수초백화점’이며 붕어가 유독 황금색을 띄고 힘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100년 만에 피는 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 식물 가시연이 군락을 이룬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마도 이런 찌든 수초 형성으로 인하여 붕어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가시연으로 뒤덮인 교회 앞 연안.

▲ 종일 그늘이 지는 야산에 본부석을 차렸다.

새우 미끼는 광천 시내에서 구입 추천 

포인트는 저수지 중간 산자락과 상류권 논둑 그리고 저수지 좌측 도로변이다. 대체적으로 수심이 얕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중류권의 만수위 수심이 2m에 달할 정도로 깊어졌으며 출조 당시는 1m 정도의 배수가 있었음에도 수심이 1m가량 나왔다.

영보리지는 수심에 맞는 미끼 선택이 잘 먹힌다고 한다. 얕은 수초밭에서는 새우나 참붕어 같은 생미끼에 굵은 붕어가, 깊은 물골자리나 제방권에서는 옥수수 미끼에 월척급이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채비도 대물낚시의 무거운 채비를 사용하면 불리하다고. 바닥이 지저분해 미끼가 수초 속에 묻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내림 같은 최대한 가벼운 채비를 사용하는 게 좋은 조과로 나타난다. 새우도 채집되지만 장마철 이후라 그런지 씨알이 잘았다. 미끼로 쓰기 좋은 녀석들을 원한다면 광천 시내 낚시점에서 구입해올 것을 권한다. 참붕어는 그런대로 쓸 만한 씨알이 채집됐다. 

이날 낚시 도중 상류권까지 두루 둘러보았지만 워낙 수초가 밀생해 장시간의 수초제거 작업은 필수일 듯했다. 그렇지 않다면 수초가 많이 삭아 내리는 10월 이후가 출조에 좋을 것으로 보였다. 

▲ 씨알은 잘지만 황금빛 체색을 자랑하는 영보리지 토종붕어.

▲ 취재일에 주로 올라온 7치 미만 붕어들.

출조 며칠 전만해도 허리급 줄줄이 낚여 

오짜느낌님이 땀 흘리며 만들어준 포인트에 짧은 대 위주로 찌를 세워 낚시한 결과 이날은 커야 25cm 내외의 잔챙이만 잔뜩 올라왔다. 밤에 한동훈 씨가 큰 녀석을 걸었으나 목줄이 터지며 놓치는 불상사를 맞기도 했다. 이날 밤은 다음날까지도 호우경보가 내린 상황이었는데 아마도 강한 저기압이 깔리면서 붕어 씨알이 잘아진 것으로 추측됐다.

▲ 밤을 맞은 필자의 포인트. 한동수 씨가 작업해준 곳에서 낚시를 즐겼다.

낚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영보리지 터줏대감인 윤한태(붕박)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영보리지에 들어가려면 자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영보리지 낚시에 능통한 사람인데 ‘잘 나오는 포인트를 제대로 알려줄 테니 다음에는 꼭 미리 연락하라’고 전해왔다. 그러더니 며칠 전 낚았다는 39cm와 허리급 등 총 6마리가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수초가 삭아 내리는 10월 이후 그리고 봄 피크인 3월에 또 한 번 찾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참고로 영보리지를 찾는 낚시인이라면 반드시 주차와 쓰레기 처리 문제 신경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는 길 내비에 ‘영보지’를 입력하면 안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