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인낚시터 관리소 부근 수상좌대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 영인낚시터 연안에는 묻에 떠있는 자라풀이 밀생해 있어 붕어들의 은신처가 돼주고 있다.

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있는 영인낚시터가 최고의 호황을 맞고 있다. 8월 한 달간 쏟아진 폭우로 만수위를 기록하면서 굵은 붕어들이 얕은 연안 수초 속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한 좌대당 4짜와 허리급 붕어가 10마리 이상 낚였으며 이러한 오름수위 효과는 9월 초순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규모가 13만평인 영인낚시터는 붕어 자원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평지지라 붕어 성장이 빠르고 다양한 수초가 밀생해 그만큼 서식 여건이 뛰어나다. 물론 평지지이다보니 외부 영향을 많이 받아 수온, 물색 등의 여건이 안 맞을 때는 조황 급락도 잦지만 반대로 호조건만 형성되면 폭발력은 대단한 곳이다. 

지난 8월 27일 일요일. 주말 출조객이 모두 빠져나간 오후에 영인낚시터를 찾았다. 전날 밤 조황은 매우 좋았다. 낚시터 입구에 있는 수상좌대에서 4짜 2마리와 허리급 8마리 등이 낚였고 관리실 건너편 수상좌대들에서도 고른 조황이 펼쳐졌다. 

이날 나는 원로 낚시인 한기덕 선생을 모시고 간 터라 수상좌대 대신 연안에서 걸어갈 수 있는 좌대를 탔다. 그래야만 식당을 가기 좋고 자유로운 외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인낚시터 황운기 사장은 ‘웬만하면 배를 타고 들어가는 좌대에 올라 손맛을 진하게 보라’고 권했지만 연세가 많으신 한기덕 선생 때문에 고사했다. 

좌대에 올라 한기덕 선생에게 가장 좋은 자리를 양보한 뒤 나는 진입로를 바라보는 연안 쪽을 보고 대를 폈다. 만수가 되면서 떠다니는 자라풀이 바람에 밀려 왔다갔다하는 상황. 수초제거기를 펼쳐 1시간 이상 작업한 후에야 찌를 세울 수 있었다. 

황운기 사장은 옆 수상좌대 쪽을 공략할 것을 권했지만 나는 매번 올 때마다, 손을 덜 탄 연안 쪽 수초 포인트에 관심을 가져왔던 터라 오늘은 이곳에서 낚시하고 싶었다. 

▲ 손맛터 부교에서 바라본 관리소 건너편 연안의 좌대들.

케미를 달자마자 입질 쇄도

대편성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오후 4시. 면소재지로 나가 이른 저녁을 먹고 간식도 산 뒤 좌대로 돌아왔다. 어둑해져 케미를 다는데 한기덕 선생이 “벌써 입질이 왔네.” 하며 첫 붕어를 끌어냈다. 올라온 녀석은 9치 정도 되는 토종붕어였다. 우리는 고기를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곧바로 방류. 3분 뒤 또 다시 한기덕 선생이 입질을 받았으나 이 녀석은 씨알이 굵은지 수초 속에 박히고 말았다. 나도 곧바로 입질을 받아 32cm 정도 되는 황금빛 토종붕어를 올렸다.  

▲ 낚시 시작과 동시에 32cm 월척을 올린 어탁가  한기덕 선생.

‘오호 이것 봐라, 오늘 제대로 날을 만났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살림망을 폈다. 기왕이면 낚은 고기를 모았다가 조황 사진을 찍어볼 생각이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후에는 1시간 간격으로 입질이 들어왔다. 걸면 모두 9치 이상이었고 그중에는 바로 옆 손맛터에서 빠져나온 향붕어도 있었다. 

▲ 영인낚시터에서 올라온 토종붕어와 떡붕어. 굵은 떡붕어 자원도 풍부하다.

▲ 영인낚시터 황운기 사장이 손맛터에서 올린 허리급 떡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관리소 연안 별도의 향붕어 손맛터도 인기

▲ 관리소 앞쪽에 있는 향붕어 손맛터.

참고로 영인낚시터는 관리실 앞쪽 약 1천평 수면을 그물로 막아 손맛터로 운영하고 있다. 많은 양의 향붕어가 들어가 있는데 찌올림이 토종붕어처럼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그래서 낚시인 중에는 낮에는 손맛터로 방향을 틀어 향붕어를 낚다가 밤이 되면 본 수면에서 토종붕어를 노리는 사람도 있다. 간혹 손맛터에서 낚은 향붕어를 저수지 쪽으로 방류하는 낚시인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토종붕어 낚시 도중 향붕어도 간간이 올라오고 있다. 

▲ 손맛터에서 힘 좋은 월척 향붕어를 올린 당진의 차동인 씨.

밤 8시경부터 약 1시간 동안 기습 폭우가 쏟아져 방으로 피신한 뒤 비가 잦아드는 9시부터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그 사이 내 자리는 바람에 밀려온 자라풀 때문에 찌를 세울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 있었다. 

결국 나는 낚시를 포기하고 한기덕 선생님 자리 옆에 앉아 남의 찌를 바라보는 신세가 됐고, 9시30분경 이날 최대어가 올라왔다. 몸통까지 올렸다가 옆으로 흐르는 입질에 35cm급 붕어가 올라온 것이다. 모처럼 맛본 손맛과 찌맛에 한기덕 선생은 즐거워하셨다. 

▲ 초저녁에 입질을 받은 한기덕 선생이 붕어를 제압하는 장면.

이후 밤 12시까지 3마리를 걸었으나 2마리는 수초 속으로 박히면서 놓치고 말았다. 나중에 보니 올라온 녀석들 중 몇 마리는 손맛터에서 탈출한 녀석들이었다. 

▲ 한기덕 선생이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옥수수 또는 어분 성분 없는 글루텐이 유리

평지지인 영인낚시터는 요즘처럼 만수위를 보일 때 조황이 좋아진다. 평소에는 약간이라도 깊은 수심으로 내려간 붕어들이 오름수위에 맞춰 연안 수초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특히 영인지에는 잎이 넓은 자라풀이 많아 어두컴컴한 그늘이 붕어들의 좋은 은신처가 돼주고 있다. 자라풀은 관상용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전국 저수지와 수로로 확산하고 있다.

만수위로 새물이 대량으로 유입되자 살치 성화가 심해진 것이 약간 흠이다. 영인지에는 25cm 이상급 살치도 많고 한 번 들어오면 잘 빠지지 않아 붕어낚시의 최고 난적으로 꼽힌다. 따라서 대물 토종붕어만 노린다면 미끼 사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허리급 이상 대물을 노린다면 옥수수 미끼가 가장 좋고 글루텐을 쓴다면 어분 성분이 없는 제품이 효과적이다. 영인낚시터의 입어료는 2만5천원, 손맛터는 1만5천원, 수상좌대는 평일 2인 기준 8만원을 받는다. 

문의 010-6225-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