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최초의 다이빙 루어를 선보인 보머(Bomber). 나무 몸통에 금속 립을 부착한 초기모델(좌)과 플라스틱 일체형인 후기모델(우)

보머(BOMBER), 스미스윅(SMITHWICK), 코튼코델(COTTON CORDELL), 레벨(REBEL)

지난호에서는 미국 루어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브랜드이자 세계 루어낚시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헤돈(HEDDON), 힐드브란트(HILDEBRANDT), 프레드아보가스트(FREDARBOGAST) 등의 세 가지 브랜드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그들에 이어서 194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설립된 네 가지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도 역시 전 세계 루어낚tl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루어 메이커이다.

세계최초의 디프 다이빙 루어, 보머(BOMBER)

루어가 수제품을 벗어나 양산품으로서 상품화되어 가던 시기에는 물에 뜨는 루어와 가라앉는 루어로만 양분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에 뜨지만, 릴링하면 물속으로 파고드는 루어를 고안한 사람이 나타났다. 텍사스주 게인즈빌(Gainesville)에 사는 농부인 ‘아이크 워커(Eyck Walker)’와 악기점을 운영하던 ‘클라렌스 터비(Clarence Tubby)’이다.

절친인 그들은 1942년경부터 자신들이 사 용하기 위해 루어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당시 발매되던 다른 루어로는 공략하기 힘든 깊은 포인트를 루어 손실 없이 효과적으로 노려보자는, 낚시인으로서의 아이디어가 구체화하여 새로운 루어로 탄생했다. 그들이 만든 루어는 잘 낚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판매하라는 요구가 늘어나자 아이크와 클라렌스는 직업마저 바꾸게 되었다.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물자가 부족하던 당시에 루어의 재료는 전신주를 만들고 남은 여분의 목재와 난로의 패널, 담뱃갑(당시는 금속)을 사용하였다. 바늘은 오래된 루어에서 떼어왔다고 한다. 나무 몸통에 금속판을 결합한 그들의 루어는 마치 폭격기에서 투하되는 폭탄(bomb)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보머(bomber 폭격기)’는 그들의 회사명이 되었다.

이 폭탄 모양 루어의 최대 특징은 부력이 있는 플로팅 루어이지만, 다이빙 능력을 겸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릴링하면 잠수하고 멈추면 떠오르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수면 아래로 살짝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바닥까지 급속히 잠수하는 디프다이빙(Deep Diving) 루어. 그 당시 깊은 수심에서 활용하던 루어는 싱킹 루어밖에 없던 시절로, 밑걸림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낚시인들의 고민거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디프 다이빙 루어의 등장은 낚시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루어 제작에 열정을 다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은 역시 미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밖에도 보머는 1950년대에 세계최초로 플라스틱 일체형 루어를 개발해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몸통에서 립까지 플라스틱으로 일체 성형한 모습으로 1960년대까지 만들어졌다. 현재 이 폭탄 형태의 루어는 발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보머의 다른 모델들, ‘펫A’, ‘롱A’ 등으로 이름 붙여진 루어들은 현재도 생산되고 있고 현대의 배스프로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보머는 현재 프라드코(PRADCO) 산하 브랜드이다.

70년 전 원형을 그대로, 스미스윅(SMITHWICK)

루어 메이커의 탄생은 언제나 그렇듯 한 낚시광이 기존의 루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기만의 루어를 만들어 내고 사용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물론 그 루어가 ‘잘 낚인다’는 사람들의 평가는 필수. 스미스윅도 마찬가지였다.

잭 스미스윅(Jack K. Smithwick)은 미국 루이지애나(Louisiana)주 슈리브포트(Shreveport)에서 기계 외판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낚시를 좋아하고 루어도 손수 만들던 그는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노는 전형적인 미국인이었는데, 그만큼 자신의 여가생활을 위한 루어 제작에도 열중하였다.

그의 루어가 세간의 주목을 받아 팔리기 시작한 것은 1947년 무렵. 주변에서의 평가가 높아지면서 취미를 벗어나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한 것은 1949년이었다.

그가 제작한 첫 번째 판매용 루어 모델은 프로펠러가 달린 ‘데빌스호스(Devil’s Horse)’라는 프롭베이트 루어. 7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초창기 원형 그대로 제조 판매되고 있는데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루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미스윅 루어에는 또 한 가지 걸작이 있다. 아메리칸 루어를 좋아하는 앵글러라면 다들 잘 알고 있을 저크베이트의 대표, ‘로그(Rogue)’라는 이름을 가진 루어이다. 이 로그라는 루어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불확실하여 1950년대에 처음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루어는 1970년대 후반에 성능을 업그레이드하여 몸통 속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래틀을 장치하고 등장했다. 세계최초의 래틀이 내장된 미노우 형태의 루어였다. ‘래틀링로그(Rattlin’ Rogue)’라고 이름 붙여진 이 루어는 미국의 배스프로 사이에서 ‘상금축적에 없어서는 안 되는 루어’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렇듯 스미스윅은 배스낚시의 본고장에서는 성능을 인정받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사실 잘 팔리지 않는 루어 브랜드 중 하나이다. 현재 스미스윅 역시 프라드코(PRADCO) 산하 브랜드이다.

▲ 첫 생산 이후 70년이 넘도록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스미스윅의 프롭베이트인 데빌스호스(Devil’s Horse).

▲ 저크베이트 형태의 루어에 최초로 래틀을 장치한 스미스윅의 배스트샐러 루어 래틀링로그(Rattlin’ Rogue). 미국 배스프로 사이에서 인기 루어이다.

크랭크베이트 전쟁 , 코튼코델(COTTON CORDELL)

아칸소(Arkansas)주 핫스프링스(Hot springs) 출신인 코튼 코델(Cotton cordell)은 아버지가 경영하는 핫도그 가게와 보트 대여점에서 직원 겸 낚시 가이드 일로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낚시 손님을 기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잘 낚이는 루어’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의 손재주는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루어 메이커를 만드는 발판이 되었다. 결국 1957년에 이르러 자신의 이름을 회사명으로 창업하기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코튼코델의 이름이 루어낚시 업계에서 부동의 위치에 오르게 된 계기는 그가 디자인 한 ‘빅O(BIG O)’라는 루어의 폭발적 성공에 있었다. 이 루어는 현대 크랭크베이트의 원조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루어인데, 원형은 1967년 테네시(Tennessee)주에 사는 친구 ‘프레드 영(Fred young)’이 발사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었다. 코튼코델은 이 루어를 충실히 플라스틱 재질로 재현해 ‘빅O’라고 이름 붙인 것이었다.

빅O 크랭크베이트는 미국에서 ‘크랭크베이트 전쟁’이라고까지 불리는, 루어 메이커 간의 생산 과당경쟁까지 촉발하고 말았다. 여담으로, 당시를 해쳐 나온 메이커는 필시 ‘알파벳 루어’를 갖고 있다. 알파벳 루어라는 것은 루어 모델명에 알파벳이 들어있는 것으로 ‘빅O’에서 시작되었다. 같은 예로 ‘배글리(BAGLEY’S)’에는 B시리즈, ‘보머(BOMBER)’에는 A시리즈, ‘레벨(REBEL)’에는 R시리즈가 여기에 해당한다.

▲ 196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업체 간 크랭크베이트 전쟁을 일으킨 코튼코델의 빅O(BIG O).

코튼코델에는 빅O 이외에 또 하나의 대인기 루어가 있었는데, 래틀(Rattle)이 들어있는 루어로 여기에는 숨겨진 탄생 비화가 있었다. 1970년대에 바이브레이션 루어 발매 당시 생산직원의 실수로 규격보다 작은 납추를 넣은 제품이 출하되는 일이 있었다. 작은 납추는 루어 속에 고정되지 못하고 덜그럭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장인 코델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한 낚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통화 내용은 ‘소리 나는 모델이 잘 낚이는데 낚시점에는 없으니 더 생산해 달라’는 것. 영문을 알 수 없던 그는 그 루어를 우편으로 받아보고서야 불량품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힌트로 루어 몸통에 공간을 더 만들고 작은 구슬 여러 개를 넣어 래틀링 루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소리 나는 바이브레이션 루어는 시장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렸고 다른 메이커들도 앞다투어 여러 가지 루어 속에 래틀을 집어넣게 되었다. 현재 코튼코델 역시 프라드코(PRADCO) 산하 브랜드이다.

고품질 플라스틱 루어, 레벨(REBEL)

레벨(REBEL)은 아칸소(Arkansas)주포트스미스(Fort smith)에서 1963년에 설립된 회사의 루어 브랜드 명칭이다. 원래 회사의 이름은 ‘플라스틱 리서치 앤드 디벨로프먼트 코퍼레이션(Plastics Research and Development Corp.)’, 첫 글자만 모으면 바로, ‘프라드코(PRADCO)’이다. 설립자는 조지 펠린(George pellin)으로 1950년대에 회사를 만들어 냉장고나 가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배스 낚시를 즐기던 그가 회사 내에 레벨이란 루어 회사를 만들고 처음 생산한 루어는 유명한 ‘레벨미노우(REBEL minnow)’. 당시 미국 내 루어 메이커들의 최대 목표는 핀란드의 라팔라(Rapala) 제품을 뛰어넘는 루어를 만드는 일이었다. 라팔라의 루어는 그 재질이 남미 열대에서 자라는 발사(Balsa)나무로 수중 액션과 안정성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펠린은 나무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라팔라의 아성에 도전하고자 했다. 발사나무의 최대 약점은 양지에서 자란 것과 그늘에서 자란 것의 비중 차가 커 균일한 품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어 비싸다는 점이었다. 결국 무모해 보인 그의 도전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저렴하고 성능 좋은 레벨미노우는 폭발적 매상고를 올리게 되었다.

레벨의 루어 제조 목표는 초보자도 잘 낚을 수 있는 진짜 생미끼 같은 하드루어의 개발이었다. 불규칙하게 빛나는 비늘 모양 개발에만 3년을 소비한다거나 1970년대에 세계최초로 루어에 사진 프린팅을 시도한 것도 그런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 이유였다. 루어에 물고기의 눈이나 비늘 모양을 일일이 그려 넣는 것이 아니라 간단히 표면에 입히는 이 기술은 다른 메이커도 탐내는 기술이었지만, 친한 친구였던 ‘배글리(Bagley’s)’사의 사장 ‘짐 배글리(Jim bagley)’에게만 가르쳐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그밖에 1980년대에는 실제 가재로 틀을 떠서 루어 몸체를 만든 것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레벨은 1980년대에 코튼코델을 인수하며 더욱 성장했고 유명 브랜드를 계속 흡수, 프라드코(PRADCO)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 레벨에서 처음 생산된 플라스틱 레벨미노우(Rebel minnow)의 프로토 모델.

▲ 당시 레벨미노우 광고. 몸통의 비늘 모양을 개발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는 레벨미노우는 저렴하고 성능이 좋아 폭발적인 매상고를 올렸다.

▲ 생미끼와 흡사한 하드루어 생산이 주목적인 레벨에서 제조한 크로피시(Crawfish) 플러그. 진짜 가제를 이용해 틀을 떠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