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포항 구룡포 구만리 농어 파시
여름 장맛비는 농어를 부르는 악조건 해결사

김동진 테일워크 필드스탭, 다음카페 바다루어클럽 운영국장


▲ 지난 7월 21일 포항 대보리 일대로 출조해 농어를 ‘타작’한 박세호 씨.


지난 7월 24일, 부슬부슬 장맛비가 내리는 찬스를 이용해 평소 친하게 지내는 최훈식 씨와 포항 구룡포 구만리 일대로 농어 출조를 나갔다. 이맘때 포항 연안에는 호조건과 악조건이 공존하는데 비가 오면 대부분의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 

우선 수면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파장 덕에 농어의 경계심이 떨어져 활성도가 올라간다. 단 시간에 내리는 너무 많은 양의 폭우가 아니라면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적정 수온이 유지되므로 비는 농어낚시에 호재다. 그래서 여름 장마철이 되면 무조건 출조하는 편이다. 


냉수대 들면 포인트 선정 신중하게

밤 9시. 최훈식 씨와 구룡포 가장 콧부리에 해당하는 구만리 일대 갯바위로 들어갔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가끔 떼농어가 출현하는 곳이다. 

떼농어가 출현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동해안은 5~7월에 냉수대가 자주 들어와 급격히 수온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앞서 말한 비로 인해 농어들이 연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한 곳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가 오는 시기에도 냉수대의 영향이 있는 날은 포인트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농어가 모이는 포인트는 다른 곳에 비해 수온(차갑지도 따듯하지도 않는 적당한 수온)이 안정적이다. 그리고 포인트에 진입 시 작은 베이트피시가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파도가 높은 날엔 상대적으로 파도가 조금 낮은 곳을 노리고 잔잔한 날에는 다른 곳에 비해 파도가 조금 높은 곳을 찾는다. 파도가 높은 날은 넓은 포인트보다는 수중여나 돌출여가 있는 홈통이 좋고 파도가 없고 잔잔한 날에는 수심 얕고 물골이 형성되어 있거나 해초가 많은 곳에 농어가 모여 있을 확률이 높다. 


▲ 지난 7월 24일 최훈식 씨와 함께 농어 출조를 나간 포항 구룡포 구만리 일대. 수심이 얕고 수중여가 많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도가 치는 곳이다.


루어 로테이션 활용  

구만리에서는 두 시간 정도 계속 입질을 받지 못하다가 새벽 1시가 되어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의아한 것은 아무리 캐스팅 해도 입질 않던 농어가 특정 루어를 사용하니 입질했다는 것이다. 

출조한 날에도 나는 멸치색(크롬) 싱킹 펜슬로 연속 입질을 받았지만 옆에서 레드헤드 싱킹 펜슬을 사용한 최훈식 씨는 똑같은 곳을 노려도 전혀 입질을 받지 못했다. 농어를 서너 마리 낚은 후 내가 사용하던 싱킹 펜슬을 빌려주자 그제야 입질을 받았다. 나는 호기심에 다른 종류의 멸치색 싱킹 펜슬을 썼지만 역시 입질을 하지 않았다. 컬러도 중요하지만 루어의 형태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 시즌에 농어 출조를 한다면 염두에 둘 것이 있다. 바로 루어 로테이션이다. 최소한 30분~1시간은 느긋하게 여러 가지 타입의 루어를 로테이션해가며 농어가 회유할 만한 경로를 공략해야 한다. ‘농어가 있으면 던지면 문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포인트를 공략해서는 입질을 못 받을 확률이 높다. 필자 역시 예전에는 빠르게 포인트를 훑고 지나다녔지만 지금은 한 자리에서 다양한 루어를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단, 농어가 입질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출조한 날 상황에 맞는 루어를 몇 개 정해두고 한 시간 정도 느긋하게 포인트를 공략한 후 입질이 없으면 이동한다. 그렇게 하루에 서너 포인트를 공략하다보면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 7월 24일 필자가 거둔 농어 조과.

▲ 가장 큰 씨알의 농어는 체고도 아주 높았다.

▲ 필자가 포항권에서 즐겨 사용하는 싱킹 펜슬. 립이 달려있는 타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