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섬 43번 자리에서 올린 62cm 돌돔을 자랑하는 필자. 부산 근교 낚시터에서 대물을 걸어 더욱 기뻤다.

지난 7월 31일 물때는 7물. 이제 장마가 끝나나 싶었는데 또 다시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 바람도 없고.... 파라솔 없이는 한두 시간 낚시도 힘들 정도의 날씨가 지속된다. 찌낚시는 힘들고, 그래도 돌돔낚시는 햇빛를 피할 수 있는 파라솔이라도 있으니 더위에 조금은 지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자 돌돔 잡으러!

며칠 전 나무섬에서 대박을 낸 후배 길병규에게 전화를 걸어 조황을 확인해 본다. 하지만 나무섬 조황은 별로 안 좋고 그나마 생도 에서 5짜급 돌돔이 보인다고 그쪽으로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준다. 어디든 대물의 손맛이 그리울 때고 가까운 부산 앞바다에서의 돌돔 소식이라 후배에게 한 번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짐을 꾸린다. 

그런데 생도 출조는 저녁 9시부터, 가방이나 짐을 두고 대기하면 먼저 온 순서대로 포인트 선정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우린 10시쯤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해 대기하는 낚시인이 많다. 생도의 돌돔 포인트는 두세 곳 밖에 없어 생도는 포기하고 나무섬으로 향한다. 고기가 생도만 있겠는가, 나무섬으로 고고! 

행님 완전 똥물이네예!

다대포 낫개에 있는 호진호 낚시점에 도착하니 11시. 다행히 낚시인이 몇 명 되지 않아 가방을 줄 세우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단잠을 청한다. 새벽 4시, 드디어 출발! 피곤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갯바위에 도착하니 피곤함이 말끔히 사라진다.

우리가 내린 곳은 43번 자리. 썰물에 맞조류가 너무 강해 찌낚시는 할 수 없는 곳이지만 돌돔 조류로는 엄청 좋은 조류다. 일단 조류만 보아도 기분이 좋다. 병규는 이 자리에 몇 번 내려 보았고 난 처음 내려 본 곳인데 한 달 전만 해도 좋은 씨알의 돌돔이 많이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다 할 조황은 없었다고. 오늘 오전이 썰물이라 물때가 좋으니 선장님의 권유로 이곳에 하선 하였다고 한다.병규는 나에게 좋은 자리를 양보 했고 우린 동이 트기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린다. 동이 트자마자 우린 물색에 한 번 더 놀란다.

“행님 완전 똥물이네예!”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그냥 ‘속물은 좋을 거야!’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으며 낚시를 준비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잔 입질만 보일뿐 10번 던지면 8~9번은 성게가 그대로 올라온다. ‘그래도 물돌이 전후로 조류만 살짝 죽으면 물겠지!’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미지 컨트롤을 반복해 본다. 

▲ 맞조류를 향해 채비를 던져 넣은 상태.

행님~ 가지고 갑니다!

오전 10시까지도 전혀 입질이 없어 우린 오래전 낚시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월말이라 전화에 시달리며 딴짓을 하는 도중 병규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행님! 가지고 갑니다!”

그 소리와 함께 낚싯대를 보니 좌측 대가 꼬부라져 있는 게 아닌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낚싯대를 잡으니 엄청난 파워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20호 원줄, 와이어 캐블라 구멍바늘 13호가 불안할 정도의 파워다. 병규의 도움으로 간신히 뜰채에 담는다. 병규는 6짜라고 말하며 숨을 헐떡인다. 후배 앞에서 침착해지려고 노력했지만 고기를 보는 순간 나 역시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6짜라고 외친다.

뜰채에 담긴 녀석을 뼘으로 대략 재봐도 6짜가 확실히 넘는다. 나는 여러 마리의 6짜를 국내에서 잡아 보았지만 이번 6짜는 부산 근교, 그것도 배 타고 10분 거리에서 잡았다는 게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리나라 바다도 이제 좋은 바다가 될 것 같은 희망을 가져본다. 

부산 다대포에서는 나무섬, 형제섬, 외섬을 수시로 출조가 가능하며 6월부터 11월까지 돌돔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오늘은 여러모로 도움을 준 후배 병규에게 감사하고픈 하루다. 병규야 고맙다! 

▲ 62cm 돌돔을 올릴 때 사용한 성게 미끼.

.▲ 철수 직후 계측 사진. 입이 약간 앞으로 나간 상태로 계측됐다.

조황 문의 다대포 낫개 호진호 010-9311-3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