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터 오버 부시리로 손맛 실컷 즐겼습니다.” 지난 7월 20일 추자도 넙대기로 출조한 팀루어테크 회원들이 부시리를 들고 기념 촬영했다. 좌측부터 김명룡, 홍성기, 필자, 오태형 씨.

날씨가 변덕스럽다. 장맛비가 간헐적으로 내리고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기를 반복하던 지난 7월이었다. 낚시인들에게 이 시기는 고역이다. 낚시 한번 가려고 스케줄을 잡았더니 때 아닌 폭우가 쏟아지고 한여름 복사열 아래에서의 낮낚시는 출조 온 것을 후회스럽게 만들 때다. 고기라도 잘 나오면 모든 것이 전화위복 되지만 들쭉날쭉한 수온은 고기의 입질마저 뜸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팀루어테크 회원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기가 많다는 추자도 출조를 계획했다. 개인적으로 7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다른 낚시는 거의 하지 않고 추자도에서의 빅게임에 집중한다. 산란을 마친 부시리들이 먹이사냥을 아주 활발하게 하는 시기이기에 1년 중 가장 조과가 좋을 때다. 펜슬베이트를 던지면 부시리끼리 먹이 경쟁을 하면서 서로 먹으려고 라이징하는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첫 캐스팅에 체이스 목격

지난 7월 18일, 5년 전부터 필자와 함께 추자도로 쇼어 빅게임을 다닌 홍성기 씨와 김명룡 씨 그리고 추자도에서의 쇼어 빅게임에 첫 도전하는 원주 낚시인 오태형 씨와 추자도로 향했다. 일기예보와 다르게 여객선을 타고 추자도로 들어가는 중간에 높은 파도가 치고 장대비가 쏟아졌다. 기상이 좋지 않았기에 팀원들과 상의해 첫날은 낚싯배를 타고 섬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다음날 새벽 6시. 비는 그쳤고 우리 4명은 모두 들뜬 마음으로 낚싯배를 타고 포인트로 이동했다, 아직까지 너울은 남은 상태고 오후에 다시 비가 올 예정이라 오전에 최대한 손맛을 많이 봐야 아쉬움이 없을 거 같았다.

물때는 12물에 오전 4시 간조, 일출은 5시35분이다. 평소 자주 가던 추자도의 부속섬 중 하나인 개린여에 내렸다. 개린여는 오전 썰물부터 오후 들물까지 모두 낚시할 수 있는 포인트로 예상대로라면 정오까지 충분히 손맛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쇼어 빅게임 전용 로드에 180mm 펜슬베이트를 달았고 제일 먼저 홍성기 씨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이내 첫 캐스팅에 이미 부시리가 쫓아오는 것을 목격하고 “고기 쫓아온다!”고 외쳤다. 부시리는 몇 번의 캐스팅에 곧바로 입질했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파이팅 넘치는 파워게임이 시작되었다. 

“릴이 안 감겨!”

내가 먼저 70cm급 부시리를 낚은 후 홍성기 씨, 김명룡 씨가 연이어 입질을 받아냈다. 바닥층에 머물러 있던 부시리를 충분히 띄웠다고 생각한 우리는 다양한 펜슬베이트로 교체하며 본격적으로 부시리의 공격성을 자극했다. 20~30분이 지나니 급기야 부시리들이 작은 보일링을 형성했다. 

추자도로 첫 출조한 오태형 씨도 부시리의 입질을 받았다. 한꺼번에 들어오는 부시리 입질에 어쩔 줄 몰라하며 70~80cm부터 1m가 넘는 놈까지 낚아낼 수 있었다. 그러다가 홍성기 씨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큰 부시리를 걸었지만 라인이 터지고 말았다. 

연이어 나 역시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입질을 받았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파이팅 중 바닥에 주저앉았고 김명룡 씨가 재빨리 나를 부축하며 도와주었다. 지금까지 추자도에서 많은 부시리를 낚았지만 이놈은 정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2H급의 강한 로드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가는 바로 물속으로 끌려갈 수 있다고 직감했다. 

“형님! 핸들 안 돌리고 뭐 하세요?”

“야! 핸들이 돌아가야 줄을 감지. 핸들이 꼼짝을 안 하는데 어떻게 감냐?” 

정말로 핸들이 전혀 감기지 않았고 결국 라인이 터지고 말았다. 이후 홍성기 씨가 두 마리를 더 터트렸다. 아마 그 당시 대부시리가 떼로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 추자도 입도 이튿날 개린여에서 거둔 부시리 조과.

▲ 개린여에서 120cm가 넘는 부시리를 낚은 필자.

▲ 필자가 대부시리를 올리자 홍성기 씨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 갯바위는 발판이 험해 자칫 랜딩 중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으므로 랜딩은 2인1조로 하는 것이 좋다.

넙대기에서도 미터급 마릿수 행진 

개린여에서는 정오부터 비가 내려 철수하고 다음날엔 넙대기로 나갔다. 넙대기는 추자도에서 손꼽히는 쇼어 빅게임 포인트로 썰물과 들물에 모두 낚시가 가능하다. 특히 마릿수 조과가 좋아 초보자가 손맛을 보기에도 좋다. 

넙대기에서는 폽퍼로 부시리를 자극해 80~90cm를 먼저 낚다가 대형 펜슬베이트로 교체해 대부시리를 노렸다. 일행 모두 미터급 부시리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오전 10시가 지나 썰물이 흐르자 대부시리의 입질이 시작되었다. 그때 오태형 씨가 “도와줘!”라고 소리쳤고 몸을 부축해 랜딩을 도와주니 120cm 부시리가 올라왔다. 그 후로 미터를 넘는 부시리가 여러 마리 올라와 우리는 충분한 손맛을 보고 철수할 수 있었다. 

▲ 출조 마지막 날 부시리가 마릿수 조과를 보인 넙대기.

▲ 넙대기에서 홍성기 씨가 대부시리 입질을 받아 파이팅하고 있다.

▲ 팀루어테크 회원들의 미터 오버 부시리 인증샷. 1m 내외가 주종이며 큰 씨알은 120m가 넘는다.

갯바위 위에서의 빅게임은 선상에서의 빅게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발판도 불편해서 미끄러지기 일쑤고 여에 라인이 쓸려서 쇼크 리더가 터지는 일이 다반사지만 사람이나 부시리 모두 짧은 시간에 극한의 파워를 소진해야 하는 격렬함 때문에 쇼어 빅게임을 끊을 수 없다. 

추자도에서는 본격적인 쇼어 빅게임 시즌이 막을 올렸다. 가을에는 지금보다 마릿수가 떨어지지만 더 큰 씨알이 입질한다. 이미 갯바위에서 140cm가 넘는 대부시리가 낚였기 때문에 앞으로 거는 기대는 더 크다. 지금 소개한 개린여와 넙대기 외에 보름섬, 이섬, 염섬, 사자섬, 밖미역섬, 모여 등도 훌륭한 쇼어 빅게임 포인트이므로 많은 낚시인들이 도전해 함께 손맛을 즐기면 좋겠다. 

▲ 추자도 민박집으로 철수 후 사용한 펜슬베이트를 세척 후 말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