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섬 2번 자리에 내린 박상욱 씨가 방어 보일링이 시작한 직후 60cm급 방어 한 마리를 들어 올리고 있다. 최근 나무섬에서는 대형 부시리와 방어가 잘 낚여 루어 낚시인들이 즐겨찾는 쇼어 빅게임 명소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부시리 선상 빅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도 연안 갯바위에서 부시리, 방어, 삼치 등을 노리는 쇼어 빅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갯바위에서 빅게임을 즐기는 낚시인들은 “같은 크기의 부시리를 걸어도 선상과 연안은 손맛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연안에서 미터급 부시리를 걸면 극한의 손맛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한번 그 파워를 맛보면 끊을 수 없는 중독에 빠진다고 할 정도로 매력적인 장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쇼어 빅게임을 제주도에서 처음 시작했고 그 외에는 추자도나 남해안 먼바다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포인트가 적고 그만큼 출조에 제약이 따르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부산 근교의 나무섬과 대형 방파제에서도 부시리, 방어, 삼치 등을 만날 수 있어 인기가 한층 올라갔다. 

▲ 드론으로 촬영한 나무섬. 맨아래 콧부리가 2번 자리며 좌측 뒤편에 부속섬이 모여 있다.

첫 출항이 새벽 4시인데 1시부터 문전성시   

지난 8월 1일 라팔라 필드스탭으로 활동하는 박상욱, 하헌주 씨와 함께 부산 나무섬으로 부시리 쇼어 빅게임을 나갔다. 나무섬은 부산 근교에 있는 섬 낚시터로 이웃한 생도와 더불어 돌돔, 부시리, 벵에돔, 참돔이 잘 낚이는 곳이다. 최근에는 큰 씨알의 부시리와 돌돔이 잘 낚여 서울, 경기도 낚시인들이 원정 올 정도로 예전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새벽 3시. 우리는 부산 다대포 낫개항에서 만나 오전 4시에 첫배를 타고 출항할 계획이었으나 제시간에 맞춰 원하는 포인트로 나가지 못했다. 휴가철이라 새벽 1시부터 첫배를 타기 위해 몰린 낚시인들이 많아서 순번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리 점찍은 나무섬 9번(나무섬 북서쪽 콧부리) 자리에 내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9번 자리에는 첫배를 타고 나간 루어 낚시인 7명이 모두 내리는 바람에 차선으로 북쪽 콧부리인 2번 자리에 내렸다. 

9번 자리와 2번 자리의 차이는 크다. 9번 자리는 북서쪽 방향으로 뻗은 콧부리라 강한 썰물이 낚시자리로 바로 받힐 확률이 높다. 그러나 2번 자리는 부산을 바라보는 정북향이라 썰물의 영향이 미미하게 미칠 우려가 있었다. 조류가 받히지 않으면 부시리가 들어올 확률이 그만큼 낮으며 수심도 9번 자리가 깊고 조류도 강해서 일반적으로 부시리를 노리는 낚시인이라면 9번 자리를 우선적으로 택한다. 참고로 9번 자리 주변은 돌돔, 벵에돔 낚시인들도 자주 드나들기 때문에 포인트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우리는 오전 4시30분 2항차 낚싯배를 타고 나갔다. 2번 자리는 비어 있었지만 물색이 너무 좋지 않았다. 고수온의 영향인지 낙동강 수문을 개방해서인지는 몰라도 거의 흙탕물에 가까운 물색이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라 천천히 장비를 꾸리고 준비해간 음식을 먹으려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부시리나 방어는 해가 뜨기 바로 직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므로 어두울 때는 체력을 아끼는 것이 좋다. 

▲ 나무섬 북서쪽 콧부리. 등대 아래가 9번 자리며 등대 뒤쪽으로 10번 자리가 이어진다.

▲ 하헌주(좌) 씨와 박상욱 씨가 동이 트기 전에 채비를 준비하고 있다.

▲ 박상욱 씨의 쇼어 빅게임 전용 장비. 빅게임 전용 로드에 14000번 스피닝릴을 사용하며 합사 6호, 120lb 쇼크리더를 사용한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거대한 보일링 

오전 6시. 서서히 동이 트자 끝들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바람은 불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가 금방이라도 입질을 안겨줄 것 같았다. 빅게임 대상어인 등푸른 생선은 맑고 화창한 날에 활성이 더 좋기 때문에 물색만 조금 더 맑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었다.  

▲ 수평선 너머로 솟아 오르는 태양.

해가 뜬 후 쇼어 빅게임 전용 로드에 190mm 펜슬베이트를 체결해 캐스팅을 했지만 입질은 없었다. 그렇게 들물 타임을 허비하고 본격적으로 다가올 썰물을 기다렸다. 물때 예보상 썰물은 오전 8시부터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썰물이 낚시자리로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썰물을 기다리기 답답했던 박상욱 씨는 120g 메탈지그로 바닥층을 탐색했고 운이 좋았는지 50cm가 조금 넘는 방어를 한 마리 낚아냈다. 방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썰물만 받히면 부시리나 방어가 전층에서 입질할 것을 기대했다.  

오전 8시. 마치 약속이나 한듯 베이트피시가 라이징을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방어로 추정되는 보일링이 시작되었다. 썰물이 받히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한 것과는 달리 썰물은 부산 방향에서 2번 자리로 그대로 흘러들었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보일링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박상욱 씨와 하헌주 씨는 환호를 지르며 180mm 펜슬베이트로 교체한 후 캐스팅을 시작했다. 

▲ 방어 보일링. 방어의 머리가 보일 정도로 갯바위 가까이에서 2시간 넘게 형성되었다.

▲ 박상욱 씨의 펜슬베이트. 180~190mm 플로팅 타입을 주력으로 사용한다.

▲ 펜슬베이트로 다이빙 액션을 연출하고 있는 하헌주 씨.

▲ 박상욱 씨의 호쾌한 캐스팅. 부시리, 방어의 화끈한 입질도 좋지만 쇼어 빅게임은 캐스팅 자체가 매력적인 장르다.

손맛은 좋았지만 폭염에 녹다운 

하헌주 씨가 분홍색 펜슬베이트로 입질을 받았지만 설 걸렸는지 금방 빠져버리고 말았다. 박상욱 씨는 좀 더 작은 150mm 펜슬베이트로 교체한 후 최대한 멀리 캐스팅했다. 처음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바로 발밑까지 따라오는 것을 목격, 마지막까지 일정한 속도로 리트리브를 유지하니 발 앞에서 전광석화처럼 펜슬베이트를 낚아챘다. 

입질 순간의 충격은 대단했다. 녀석이 펜슬베이트를 물자마자 물속 갯바위 경사면을 타고 바닥으로 내달리며 스풀이 역회전했다. 재빨리 로드를 세우고 제압을 시작하니 70cm가 조금 넘는 방어가 올라왔다. 박상욱 씨는 “보링일의 정체가 방어인 것 같습니다. 이런 보일링 속에는 대물이 없지만 오늘 손맛은 실컷 보겠는 걸요?”하고 외쳤다. 

입질은 연속으로 들어왔다. 하헌주 씨는 20cm 내외의 펜슬베이트로 상층에서 입질을 받았다. 방어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설 걸려서 빠지는 것도 있었지만 보일링이 크고 매우 가까운 곳에 형성된 덕분에 입질 받을 찬스는 얼마든지 있었다. 거의 2시간 가까이 계속된 보일링 덕분에 우리는 모두 충분한 손맛을 보았고 낚은 방어는 모두 살려 주었다.

▲ 60cm급 방어를 올린 하헌주 씨.

▲ 60cm가 조금 넘는 방어를 낚은 박상욱 씨.

그런데 손맛을 보는 건 좋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자 작렬하는 태양으로 인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폭염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9번 자리(오전에는 계속 그늘이 진다)에 내리기로 예상한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 철수 때까지 갯바위 구석에 쪼그리고 있어야 했다.  

손바닥만 한 그늘에 얼굴만 숨기고 있다가 오후 1시에 무사히 철수했다. 주변 낚시인에게 9번 자리의 조황을 물으니 ‘오늘은 조류가 시원찮게 흘렀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가 내린 2번 자리와 나무섬 동남쪽에 있는 부속섬 일대만 조류가 강했다고 했다. 

이 결과로 볼 때 만약 9~10월에 나무섬 출조를 계획한다면 유명한 9번 자리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2번 자리나 부속섬을 노리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무섬 주변의 생도, 오륙도, 형제섬, 외섬도 좋은 빅게임 포인트이기 때문에 근거리 출조로 손맛을 원한다면 부산으로 출조할 것을 추천한다.